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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자다가도 음식이 떠올라요 (G. 권여선 작가)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다”고 말하는 권여선 작가님이 나와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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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여름 음식을 만들기 위해 땡초를 썰다보면 맵싸한 향이 코끝을 아리게 한다. 그럴 때면 내가 8월의 폭염을 무릅쓰고 태어난 까닭이,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땡초의 매운 향기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마저 든다. 한여름 대낮에 깡장과 고추장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비로소 나는 내 정신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든다. 여름은 내게 한때는 땀과 벌레의 계절이었고, 한때는 불면과 실연의 계절이었지만, 사실은 언제나 땡초의 계절이었다. 나는 내가 태어난 계절을, 그 여름의 열기를, 그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맺혀 있는 땡초를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매운 음식에 대한 나의 광적인 애호에 대해 나는 이보다 더 나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한여름, 새벽에 태어난 권여선 작가님은 “덥고 벌레도 많고 땀도 많이 나고, 게다가 깊이 잠들 수도 없고 입맛도 없는 계절” 여름을 어려서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왜일까요?바로 내 입맛에 꼭 맞는 매운 음식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뜨거운 여름과 그 열기를 고스란히 머금은 매운 땡초! 점점 여름의 복판으로 향해 가는 피로한 이 순간에 그 매운 향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더운 여름밤, 어떤 음식으로 나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맥주? 냉면? 수박? 쫄면?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입에 침이 고입니다.(웃음)

오늘은 소설가 권여선 작가님을 모시고, 삶의 어떤 중요한 순간에 나는 나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나를 잘 먹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이야기하려고 해요. 맛깔 나는 권여선 작가님의 글을 아직 읽지 못하신 분들은 오늘 방송에서 반드시, 그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 - 권여선 작가 편>

오은 :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저희가 준비한 권여선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자, 소개 나갑니다. “소설가. 맛없는 음식은 있어도 맛없는 안주는 없다고 말하는 애주가. 1996년 장편 『푸르른 틈새』 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권여선 작가의 나이 서른두 살 때의 일이다. 일기 쓰듯 써내려 갔던 첫 장편인데 엉겁결에 당선이 되었다. 이후 8년 넘게 청탁이 없어 잊힌 작가로 살다가 마흔에 『처녀 치마』 라는 소설집을 내면서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동리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소설은 PC통신 때문에 썼다.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었는데, 글을 써서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설 쓰는 게 너무너무 좋으면서 너무너무 싫다. 규칙적으로 작업하지는 못한다. 권여선 작가의 작업실은 도서관 또는 카페다.

어려서는 약골에다 편식도 심했다.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입맛이 어찌나 예민했는지 국물 한 숟갈만으로도 고기가 들어갔는지 알아냈다. 어머니는 권여선 작가를 '간순아' 하고 불렀다. 권여선은 그런 자신의 입맛을 키운 것은 “팔 할이 소주였다.”고 말한다. 주량은 소주 1병 반이다. 지키기 힘들어서 문제다. 이른바 술 ‘주’ 자를 쓰는 '주(酒)류 문학’의 대가. 2016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안녕 주정뱅이』 출간 당시 북콘서트의 제목은 ‘주정당 창당 선포식’이었다.

올해 5월에 출간된 『오늘 뭐 먹지?』 는 권여선 작가의 소설가 데뷔 22년만의 첫 산문집이다. ‘음식 산문집’이라고 붙여두었지만 실은 ‘안주 산문집’이다. 네 계절과 환절기까지 알차게 챙겨서 자신이 사랑하는 안주를 설레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간 권여선 작가. 그는 원고 마감이 닥쳐 꼼짝할 수 없을 날에는 엄숙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하는 대신 김밥을 말고, 선거 때만은 기름이 뻥뻥 튀어 만들기도 어려운 마른 오징어 튀김을 정성껏 만들어 소주와 함께 먹는다. 제철 무와 갈치, 꼬막을 사기도 하는 작가의 단골 시장은 사당동 태평백화점 뒤쪽 ‘남성시장’이다. 술자리나 식사 자리에서 상대의 매력을 만끽하는, 사적이고 편안한 자리를 무척 좋아한다. 사람의 얼굴을 잘 못 알아봐서 곤란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그냥 뭉개는 수법을 쓴다.”

권여선 : 어떤 스토커가 쓴 것 같은데요.(웃음)


오은 : 도서관이나 카페가 작업실이라면 집에서는 작업을 못하신다는 거죠?

권여선 : 네. 집에서 소설은 못 써요. 산문이나 잡문은 쓸 수 있는데요. 소설은 집에서는 절대 안 되더라고요. 도서관, 카페, 그곳에서도 안 되면 창작촌, 이렇게 세 곳에서 씁니다. 격리가 되어야 해요.

오은: 오늘 권여선 작가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오늘 팟캐스트 녹음 끝나고 저녁으로 뭐 먹지?”

권여선 : 그런데 발음이.(웃음)

오은 : 아.(웃음) 앞으로는 정확하게 발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을 모시고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하려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데요. 오늘 점심은 뭐 먹고 오셨어요?

권여선 : 평범한데요. 이런 음식 책 냈다고 해서 맨날 맛있는 거 해먹고 그런 건 아니고요. 오늘 점심이 저한테는 아침이었어요. 그래서 간단하게 콩나물 비빔밥을 먹었어요. 콩나물 무침이 있어서 그거랑 열무김치, 오이지 넣고 비벼서 먹었죠. 아침에 너무 맵게 먹으면 안 돼서 맑은 냉콩나물국과 함께 먹었어요.

오은 : 보통 집에서 다 해 드시는 편인지도 궁금해요. 솜씨가 좋으신 것 같아서 웬만한 음식은 밖에서 먹어도 맛 없어 하실 것 같거든요.

권여선 : 제가 못하는 음식도 있으니까요.

오은 : 젓갈도 담그시는데요?

권여선 : 중식처럼 기름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안 하고, 못 하죠. 또 회를 뜬다든가 이런 건 못하기 때문에요. 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 사먹을 수밖에 없는데요.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술 마실 때는 안주를 직접 만드는 편이에요. 안주를 만드는 과정까지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오은 : 얼마 전에 나온 <악스트> 18호 인터뷰에서 “술과 음식에 대한 묘사는 소설에 도움이 되고 말고를 떠나서 순전히 자기만족을 위한 거였어요.”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이번 책은 그렇다면 얼마나 만족감이 크셨을까 생각했어요. 책 나오고, 어떠셨어요?

권여선 : 진짜 만족감이 굉장했어요. 일단 쓸 때 검열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신이 나서 거의 한 꼭지의 글을 한 호흡에 쭉 써내려 갔거든요. 소설을 쓸 때는 뭔가 쥐어짜는 것 같고 피폐해지는 느낌이 강한데요. 이건 쓰면서도 제가 입맛을 다시면서 ‘그래, 이걸 오늘 저녁에 해먹어야겠다’ 하면서 썼어요. 지행합일한 거죠.(웃음) 굉장히 즐겁게 재미있는 글쓰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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