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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G. 정강현 기자)

지금 제 곁에는 기자이자,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신 정강현 기자님이 나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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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 속의 어린 아이를 눈물로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섭생을 위한 살생이라는 인간사의 법칙은 눈물을 쏟을 만큼 슬프고 쓸쓸한 일이어서, 눈물이 메마르고 난 뒤에야, 그러니까 인간사의 잔혹한 법칙에 무덤덤해진 뒤에라야 겨우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운다는 것은 자란다는 것의 동의어인 것 같습니다. 살아서 살생을 통해 섭생을 해야 하는 우리는, 그렇다면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정강현 기자는 김소연 시인의 시 「눈물이라는 뼈」를 읽으며 눈물이라는 뼈가 흐르고 자라 어른이 되는 일, 그리고 그 일에서 쓸쓸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운다는 것은 자란다는 것의 동의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그렇다면 눈물은, 눈물이라는 뼈는 우리가 사는 동안 숙명적으로 함께 하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내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은 울지 않으려 애쓰며(웃음)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짤보’였다는 정강현 기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이미 제가 울보이기 때문에 눈물에 관해서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네요.  

<인터뷰 - 정강현 기자 편>

오은 :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강현 기자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먼저 기자님 소개를 해드리고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자, 소개 나갑니다. “기자. 작가. 별명이 ‘짤보’일 정도로 눈물이 많은 사람. 200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현재 JTBC <정치부 회의>에 ‘야당 반장’으로 출연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 벌이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한때 예능 PD를 꿈꾸기도 했다. 어떻게든 글로 밥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정강현. 글로 밥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작가와 기자가 있는데, 작가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 때부터 신문사 기자를 준비했다. 재미있는 것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도 됐다는 점이다. 마흔이 되면 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기자 생활을 했는데 마흔이 되기도 전에 첫 책, 『당신이 들리는 순간』 을 세상에 펴냈다.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하며 인디 음악에 푹 빠졌고, 자신이 만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은 것.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 . 여기서 ‘너’는 곧 ‘시’이기도 하다. 사색의 공간에 머물게 하는 시, 무목적의 시간 속에 자신을 두게 하는 시, 그리하여 내면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시, 그런 시를 사랑한다. 음악과 시를 가슴에 품고 사는 기자 정강현. 그는 보도기사가 담지 못하는 모든 개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기도 했다. 소설집 『말할 수 없는 안녕』 은 사건 이면에 있는, 모른 체 할 수 없는 삶의 웅크린 진실을 담아낸 기자 정강현이 구축해낸 문학 세계다.

블로그에 짧은 글쓰기를 하는 것이 취미이다. 삶의 곡절마다 눈물로 출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서른 즈음부터 마흔 즈음까지, 블로그에 비밀처럼 적었던 글과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두루 담은 이번 책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에 정강현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 언제나 눈물이 함께였다는 깨달음과 이제야 눈물 맛을 조금 알 것 같다는 고백을 담았다.

아빠가 된 후에 세상의 고통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 요즘은 아이와 별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가장 아끼는 책은 대학원 졸업식날 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구입한 『우리말 유의어 중사전』 이다.”

정강현 : 잠깐 눈을 감고 들어봤는데요. 뭉클했어요. 저란 사람을 정말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도 들으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오은 : 오늘 정강현 기자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정강현 : 정말 좋은 질문이이에요.(웃음)

오은 : 이번 책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는 기자님의 네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산문집이에요.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을 나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우겨도 무방할 것이다.”(11쪽)라고 하셨거든요. 어떤 이유일까요?

정강현 : 아까 소개를 해주셨는데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관련 책이 나왔고요. 시를 좋아해서 시와 짧은 산문을 쓴 책이 나왔는데요. 그것은 제 자신을 직접 드러내진 않았고 음악, 시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한 거예요. 한편 이번 산문집은 그야말로 제 삶을 통째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한 것이죠. 어찌 보면 저의 환부까지도 솔직히 써보려고 한 산문집이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적었습니다.

오은 : 기자는 엄밀한 글쓰기, 사실을 잘 전달하는 글쓰기에 능숙하고 익숙해지기 마련인데요. 이번 산문집에는 그 사실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기서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주목하고 있어서 좋았어요. 기자 정강현은 냉철하지만 인간 정강현은 부드럽고, 영혼이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사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정강현 : 오히려 그게 즐거워요. 그 둘이 별개의 존재는 전혀 아닌 것 같고요. 팩트를 찾고, 기사를 내는 일을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됐든 문학이 됐든 말이에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 부분이 계속 고민이었고 지금도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팩트를 전달한다고 해서 반드시 건조하게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달된 팩트가 사람들에게 지식이 되는 것 외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잘난 팩트의 세계라면 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게 세계의 진실이라면서, 보도 행위를 하는 게 내 업이니까. 하지만 그 잘난 팩트의 세계가 지닌 치명적인 오류도 나는 안다. 팩트의 세계란, 감수성을 발라낸 앙상한 세계다. ‘잘 느끼는’ 사람보다는 ‘잘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이다. 그곳이 치명적인 이유는 ‘타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파하는 걸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아픔의 정확한 근거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곳이 바로 팩트의 세계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잘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수록 더 따뜻한 세계가 되지 않을까. 우리 공동체에 고통 감수성을 갖춘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이 세계만큼 좋은 소설 작품도 없을 것이다.(108-109쪽)

오은 : 저는 이번 책이 기자 정강현보다는 인간 정강현이 훨씬 잘 드러나는 책이라 좋았습니다. 눈물(슬픔), 아이(가족), 시(영혼)라는 세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책 같았어요. 그 중에서도 눈물. “내 영혼의 뼛조각”이라고도 표현하셨는데요. 기자님, 실제로 잘 우시잖아요.

정강현 : 잘 울어요. 방송 하다가 울컥 올라올 때 가장 곤란해요. 생방송을 하는데 울컥할 때가 있거든요. 세월호 선체가 올라왔을 때 그랬어요. 생방송 중에 그 영상이 들어와서 제가 특보를 전해야 했는데요. 특보 해야 한다는 방송 신호가 왔고, 영상이 탁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짜 자칫 눈물을 쏟을 뻔했어요. 또 얼마 전 있었던 일인데요. 이산가족 상봉을 이번에 다시 하잖아요. 지금 이산가족이 5만 명이 넘는데 그 중 딱 100명만 갈 수가 있는 거예요. 90세 넘은 할아버지가 계속 신청을 해도 안 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 했는데 또 안 됐어요. 어떤 할머니는 세 살 된 딸을 잠깐 친정에 맡기고 월남했다가 그대로 헤어졌죠. 살아 있을 거다, 보고 싶다, 라고 하는데 결국 그 할머니도 떨어졌어요. 보면서 또 생방송 중에 울컥했죠. 부장이 보면 혼냈을 거예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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