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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여행은 편집자에게도 영감을 준다

국내 서적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책과 글을 늘 살피고 주시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다른 나라의 서점을 둘러보는 일만큼 진하게 흥미를 돋우고 새로운 발견과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는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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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은 일종의 영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단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삶에 색다른 원근감을 제공한다. 마땅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변하기도 하고, 뜻밖의 일들이 예상할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밀려들기도 한다. 이방인이 되어 본다는 것, 그 독특한 경험은 여행자들에게 무수히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도로의 방향이 뒤바뀌고, 낯선 풍미를 지닌 식재료가 눈앞의 모든 음식 속에 꼭꼭 숨어 있고, 익숙지 않은 언어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이런 기묘한 체험은 아예 모험이 된다.

물론 노동자인 편집자에게 여행은 일단 ‘휴식의 시간’이다. 정말로 쉬기 위해, 잠시 동안 업무로 주어진 문자로부터 떨어져 나와 눈을 쉬게 하고,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매일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겐 느닷없이 생긴 여유, 긴긴 휴식이야말로 낯선 세계로 진입하는 여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공기, 익숙한 풍경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을 땐 결연하게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이번엔 완전하게 휴식하는 거야, 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작은 책방에 들어가 책장을 뒤적이곤 하지만 말이다. 직업병. 애초에 책을 좋아했으니, 편집자가 된 것이겠지. 그런 자신의 모습을 피식 비웃으며, 다시 일상을 밀어내고 낯선 세계로 간다.

여행은 편집자에게도 영감을 준다. 국내 서적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책과 글을 늘 살피고 주시해야 하는 운명이지만, 다른 나라의 서점을 둘러보는 일만큼 진하게 흥미를 돋우고 새로운 발견과 만남의 계기를 제공하는 일도 없다. 가끔은 전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된 책을 마주하기도 하지만(도대체 왜 태국, 미얀마에 와서도 서점에 가느냐고, 일행들은 난리다.) 책 표지, 본문의 생경한 문자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매혹적인 말을 거는 듯싶다. 익숙한 외국어로 쓰인 책들을 볼 때도 예외는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맥락 속에 ‘그 책’이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동한다. 어떤 때에는 서점 전체를 다 둘러보기라도 할 것처럼, 나의 눈과 발은 스스로 미로 속에 갇히기도 한다. 이런 재미에 ‘중독’되어(매우 건전한 중독이 아닐까 싶다!), 가까이 일본에 다녀올 때면 언제나 새로운 서점 한 군데를 꼭 찾아내서 들르곤 한다. 책상머리에선 도무지 체험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 몇 년 전, 교토에 갔을 적에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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