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콜렉션] 호텔에 관한 흥미로운 상상

조회수 2020. 4. 9.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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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상탈출의 좋은 대안이 된다. 언젠가 떠날 호캉스를 계획하며 영화 속에 등장한 매력적인 호텔을 모아봤다. 영화가 끝나도 잔상이 남을만한 곳들이다.

한 권의 아트 북을 펼친 듯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토록 아름다운 색채의 공간은 없었다. 황홀한 미장센으로 두 눈을 사로잡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영화는 세계 최고의 부호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 뒤 벌어지는 코믹하고 기괴한 과정을 호텔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펼쳐낸다. 핑크빛 호텔 외관, 보라색 벨 보이 슈트, 곳곳에 펼쳐진 파스텔 톤 소품 등 감각적인 요소를 독특한 앵글로 담아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물론이고 영화의 매력적인 색감과 세트는 개봉 이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영화 속 호텔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 걸친 시대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허구의 공간. 실제 독일 괴를리츠에 있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오래된 백화점을 활용해 영화만을 위한 세트를 지어 완성됐다. 실제로 있었다면 아마도 많은 이들의 워너비 스폿이 됐을 듯하다.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개봉 2014.03.

황혼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곳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

황혼기에 접어든 7명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목적으로 찾은 인도의 한 호텔. 하지만 실상은 웹사이트에 소개된 비주얼과 전혀 다른 허름한 모습에 리모델링 공사로 분주하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부터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펼쳐진다. 실버타운을 찾고 있는 노부부, 남편과 사별한 여인, 마음속 첫사랑을 여전히 간직한 은퇴한 법조인 등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세대는 달라도 어디선가 꼭 있을 법한 이들의 사연에 마음이 간다. 이 영화에서 호텔은 노년의 사랑과 인생의 진짜 행복을 알게 되는 전환점이 되는 공간이다. 그렇게 서로가 깨달음을 얻는 동안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도 그야말로 ‘가장 이국적인’ 매력으로 완성된다. 오리엔탈 감성 가득한 배경 속 따뜻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다음 번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감독 존 매든

출연 주디 덴치, 빌 나이

개봉 2012.07.

아름답고도 외로운 도시 감성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프리미어 콜렉션 내 다른 칼럼 (‘영화 속 여행’편 보러 가기)에서도 한차례 소개된 바 있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호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 한 번 더 언급한다. 남편의 출장 차 낯선 도쿄를 찾은 주인공이 호텔에 외로이 남겨진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호텔의 감각적인 모습이 잘 담겼다. 이국의 호텔이 주는 환상적이고 설레는 느낌 이면에는 공허한 감성도 있기 마련. 언어도, 외모도, 하다못해 택시를 타는 방향까지 전혀 다른 나라에 혼자 남겨졌을 때 가장 위안이 되고 동시에 극강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곳이 잠시 내게 배정된 호텔 객실이 아닐까. 영화는 도시의 화려함과 공허하면서도 쓸쓸한 이중적 분위기를 호텔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담았다. 가끔은 낯선 공간이 주는 쓸쓸함을 느끼고 싶기도 하다. 이 또한 여행이 주는 감정이니. 꼭 무슨 날이 아니라도 호텔을 찾게 되는 건 아마도 이 때문 아닐까.


감독 소피아 코폴라

출연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개봉 2004.02.


우리에게 필요한 파라다이스
<유스>

은퇴를 선언한 유명 지휘자 프레드 밸린저(마이클 캐인)가 긴 휴가를 위해 찾은 스위스의 고급 호텔. 그의 오랜 친구인 노장 감독도 작품 구상을 위해 이곳에 있다. 스위스는 꼭 그런 곳이다. 청정한 자연, 고급스러운 시설, 평화로운 분위기, 그리고 올드 앤 리치의 노년에 어울릴만한 고급 호텔이 펼쳐진 진짜 파라다이스 같은 곳 말이다. 주인공의 동선에 따라 산책과 스파를 하고, 마사지를 받고, 건강한 식단을 즐기고, 가끔씩 펼쳐지는 우아한 밤의 공연을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날들이 지나간다. 어느새 청춘과 나이 듦, 그리고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해도 충분한 이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영화가 끝나면 스파 장면의 배경이 된 스위스에 있는 플림스 발트하우스 호텔을 서칭해보길 권한다. 가히 인생 여행지 버킷리스트로 올릴 만한 곳이다.



감독 파울로 소렌티노

출연 마이클 케인, 하비 케이틀

개봉 2016.01.

세상에 없는 기묘한 콘셉트
<더 랍스터>

기존 관념을 뒤집는 발상으로 대중을 놀라게 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이번 영화에서는 짝이 없는 사람 중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는 섬뜩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호텔은 커플이 되지 못한 이들이 짝을 찾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는 합숙소로 나온다. 랍스터는 주인공이 커플 성사 실패 시 변할 모습으로 선택한 종이다. 이 영화에서는 호텔이 주는 낭만과 설렘 대신 호텔이 가진 일률적인 시스템과 그것이 주는 강압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커플 룸과 싱글 룸의 상반된 배치, 커플이 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의 차이를 통해 획일화, 이분화된 사회의 섬뜩한 면모를 엿보게 된다. 세상에 없는 호텔에 대한 이토록 기묘한 상상, 영화이니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라면? 어떤 동물이...?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개봉 2015.10.

먹고 머무는 것의 즐거움
<트립 투 스페인>

<트립 투 잉글랜드>, <트립 투 이탈리아>에 이은 두 남자의 미식 여행 ‘스페인’ 편이다. 여행이란 자고로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매력적인 스테이로 완성되지 않던가.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여행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매거진 '옵저버'에서 제안한 푸드 칼럼을 위해 스페인 레스토랑 투어를 시작한 두 남자.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두 중년 남자의 시시콜콜한 농담 주고받기가 주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지루하지 않은 건 영화에 등장하는 스페인 곳곳의 모습과 침샘 자극하는 요리, 그리고 호텔 라이프를 엿볼 수 있기 때문. 언젠가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런던,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두 남자의 기행을 먼저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영화에 나오는 호텔은 ‘파라도르’라는 이름의 스페인 국영 호텔 체인이다. 오래된 성이나 영주의 저택, 수도원을 개조한 곳으로, 꼭 한 번 떠나보고 싶어진다.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튼

개봉 2018.05.

▼ 영화 같은 호텔을 찾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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