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코치직도 포기하고 차범근이 지킨 약속
차범근의 현역 시절 활약을 직접 본 팬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두가 짐작한다.
독일 내에서는 특히나 독보적이었던 차범근의 입지.
시간이 흘러도 독일인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인.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머나먼 타국까지 변방의 한국 축구를 알린 차범근.
비단 선수 생활로만 한국 축구에 기여한 게 아니다.
과거 유소년 양성을 위해 독일로 떠날 기회가 있었다.
대신 이를 위해선 독일 비자도 받고 체류해야만 했다.
심지어 프랑크푸르트 코치직까지 제안받은 상황.
대부분 쉽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었다.
특히 아시아인이 유럽 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준비한다는 건 엄청난 기회였다.
그런 차범근의 눈에 밟힌 건 다름아닌 일본 어린이들이었다.
연습구장에 들어갔더니 확인할 수 있었던 50명의 일본 유소년 선수들.
차범근은 이내 궁금증이 생겼다.
알고보니 축구교실을 위해 모여있던 일본 아이들.
그 순간 차범근은 위기를 직감했다.
미래를 내다본 일본의 투자.
자칫 일본에게 따라잡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기준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던 차범근은 생각했다.
"한국의 유소년들을 내가 키워야 되겠구나..."
떠나기 전 환송식에서 차범근이 했던 하나의 약속.
훗날 다시 돌아와 한국 축구 후배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도 계속 아른거렸던 이 약속.
결국 차범근은 독일 비자를 비롯해 코치직까지 모든 걸 포기했다.
결국 돌아온 차범근이 시작한 첫 번째 계획.
그 유명한 '차범근 축구교실'이었다.
이 축구교실을 거쳐간 한국 축구의 수많은 전설들.
가히 한국 축구의 아버지라 불려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