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크리트 구조물의 용도는 뭘까?

조회수 2021. 4. 8.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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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철교와 방화대교 사이에 위치한 고양시 대덕생태공원. 

이곳을 걷다보면 무성한 갈대들 사이로 보이는 의문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수십여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개별 기둥의 높이도 상당하다. 키가 181cm인 성인 남성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강변이나 하천 등에서 비슷한 구조물들을 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유튜브 댓글로 “한강변의 콘크리트 기둥들의 정체가 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이 기둥들은 ‘대전차방호벽’의 한 종류인 용치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국 탱크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장애물이다.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용치'라 한다.

용치를 처음 고안한 것은 나치의 히틀러다. 연합군의 기갑부대를 막기 위해 사각뿔 모양의 장애물을 만든 것이 그 시초다.

90~120cm 높이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3열 이상으로 펼친 형태로, 대전차방호벽의 초기형으로 꼽힌다. 

구조물 사이사이에는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지뢰를 설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냉전체제가 공고하던 197~80년대, 대전차방호벽이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특히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한 이른바 ‘김신조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수도 심장부가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에 충격을 받은 정부는 서울을 요새화한다는 계획 아래 서울 외곽지역 곳곳대전차방호벽을 만들었다.

대전차방호벽은 용치형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경기도나 강원도 접경지역 도로를 달리다 보면 볼 수 있는 이런 모양의 구조물이 다 여기에 해당한다.

도로 양쪽에 설치된 ‘도로 낙석식’이나 터널 형태의 ‘고가 낙석식’은 폭약을 터뜨려 진입로를 막는 방식이다. 

대덕 생태공원의 용치에서도 고개만 돌리면, 고가 낙석식 볼 수 있다.

대전차방호벽은 남북 대치의 상징이었다. 당시 김일성은 전방 지역의 대전차방호벽을 두고 “베를린 장벽과도 같은 콘크리트 장벽을 남측이 쌓아두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대전차방호벽대한민국의베를린 장벽’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전차방호벽도 점차 철거되는 추세다. 

현대 전쟁 양상 전면전보단 국지전 형태로 바뀌면서 군사적 효용성이 낮아진 데다,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교통 정체 등을 유발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덕생태공원의 용치도 규모가 훨씬 더 컸지만, 상당 부분철거된 상태다.

국방부는 지자체와 협의 아래, 작전상 지장이 없는 선에서 접경 지역의 대전차방호벽을 철거하고 있다.

다만 필요할 경우 대체 장애물이 설치되기도 한다. 일례로 은 지난해 고양시의 대전차방호벽 2곳을 철거했는데. 도로를 가로막는 낙상형 방호벽을 없애는 대신 이를 ‘도로대화구’형으로 바꿨다.

도로대화구형도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로, 대전차방호벽의 발전된 형태로 꼽힌다.

냉전의 산물. 한국의 베를린장벽이 우리 땅에서 사라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베를린 장벽은 독일 통일로 무너졌는데, 한반도는 여전히 대치중이란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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