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수는 왜 '두뇌 풀 가동!' 짤을 논문에 인용했을까?

조회수 2021. 4. 6.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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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채연이 수식 2+2×2를 풀기 위해 두뇌를 풀 가동하지만,

결국 틀려버리는 이 짤.

이 예능 레전드 장면이 해외 논문에 실렸다.

유튜브 댓글로 “이 논문은 어떤 내용이고 왜 이 짤이 사용됐는지 취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이 논문의 저자인 영국의 David Tall 교수님께 메일로 직접 여쭤보고,

짤 당사자 채연님과 통화도 해봤다.

“왱구님들 안녕하세요 채연입니다 반갑습니다 왜 이렇게 웃음이 나죠”

-가수 채연

채연님, ‘두뇌 풀 가동’ 짤이 Tall 교수님 논문에 쓰였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아는 동생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이거 고소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러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뭔데? 이러고 봤더니 논문에 이런 게 쓰였다. 그래서 영어 잘하는 친구한테 해석 좀 해줘 라고 보여줬더니, 그런 거는 아닌데 이렇게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문제고..

이런 식의 내용인 것 같은데 라고 얘기해 줘서 그래, 나쁜 말은 아니니까 알겠어. 이렇게 하고 넘어갔거든요.”

-가수 채연

이 논문은 누가 썼고, 어떤 내용일까.

왠지 키가 크실 것 같은 Tall 교수님은 영국 워릭대학교 교육연구소 소속 명예교수다. 

재직 시절엔 수학과 수학교육에 대해 강의했고 1994년 은퇴 이후수학적 사고학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다.

 Tall 교수님은 영미권 뿐만 아니라 유럽, 동아시아 지역의 수학 교육 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계신다. 

두뇌 풀 가동’ 짤이 들어간 논문의 제목은 <수학적 사고력의 장기적 성공을 위한 초등 산수와 대수 이해하기>

2017년 10월에 쓰신 논문인데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된다. 장신이실 것 같은 Tall 교수님, 어떤 내용인가요?

“이 논문은 수학의 사칙연산을 규칙으로 받아들여서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왜 그 규칙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우린 사칙연산을 풀 때는 괄호→거듭제곱→곱하기·나누기→더하기·빼기, 이 순서대로 해야 한다고 배웠다. 왜? 규칙이 그러니까.

영미권 국가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사칙연산 순서를 영미권에서는 PEMDAS* 라고 하는데,



*(Parentheses(괄호) Exponents(거듭제곱) Multiplication(곱하기) Division(나누기) Addition(더하기) Subtraction(빼기))

이걸 쉽게 외우게 하려고 ‘Please Excuse My Dear Aunt Sally’로 말을 풀어 가르치기도 한단다.

Tall 교수님은 이렇게 사칙연산을 외우게 하는 교육이 잘못됐다고 이 논문을 통해 주장하셨다.

사칙연산을 암기로 접근하면 수학적 사고력 형성과 장기적 수학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것. 그리고 암기 학습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 ‘두뇌 풀 가동!’ 짤이 사용된 것이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2+2×2 계산을 8로 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그들은 곱셈을 덧셈보다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글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게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이죠.

‘두뇌 풀 가동’ 영상은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이 수학 연산자들이 한 식에 하나씩 있으면, 우린 빛의 속도로 계산을 해낼 수 있지만,

이런 연산자들이 섞이고, 또 이런 급박한 상황이 펼쳐지면, 우린 사칙연산을 잊어버리고 당황하게 된다.

교수님께서는 심지어 이 식을 말로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고 하셨다.

“2+2×2를 학생에게 말로 퀴즈를 내본다고 가정해 봅시다.

‘2 더하기 2 (쉬고) 곱하기 2’라고 문제를 내면,
학생은 8이라고 답할 겁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하지만 ‘2 더하기 (쉬고) 2 곱하기 2’라고 한다면 학생은 6이라고 대답하겠죠."

-David Tall 명예교수

즉, 2+2×2를 말로 표현할 때 말을 멈추는 위치에 따라 듣는 사람은 답을 두 가지로 대답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린 ‘곱셈은 덧셈에 우선한다’는 수학적 약속을 정해놓았고 그게 바로 사칙연산이라는 것. 

교수님은 2+2×2 계산 이외에도, ‘마이너스 2의 제곱’에 대해서도 예를 드셨다.
“마이너스 2의 제곱에서 우리는 마이너스 2 (쉬고) 제곱이라고 읽는다면 학생은 4를 떠올리지만,"

-David Tall 명예교수
"마이너스 (쉬고) 2의 제곱이라고 말한다면, –4를 생각합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Tall 교수님은 이런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이 논문을 쓰신 거였다.

교수님은 왱에 보내주신 메일의 마지막 부분에 채연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당신의 풀이는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단지 수식의 의미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저는 당신이 유머러스하게 계산한 것이 좋았습니다. 당신의 해석은 수학이 단순 암기로 끝날 게 아니라 수학적 표현의 의미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또한 이 영상은 제가 발견한 해석을 많은 수학적 사고학 전문가들과 나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두뇌 풀 가동!’에 대해 비웃어선 안 되고, 함께 즐겁게 웃어야 합니다.”

-David Tall 명예교수

이 메시지를 읽고 채연님도 왱을 통해 Tall 교수님께 답장을 보내주셨다.

“많은 분들이 영원히 고통받는 채연이라고 해서
다시 그 논문을 말씀하시고 계시거든요.

처음엔 저도 왜 이런 걸로 화제가 돼야 되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가수 채연
"교수님 말씀대로 이게 이제 웃음거리가 아니라 다시 한번 생각하면 좋을 얘깃거리다 라고 얘기해주셨으니까,

저도 너무나 감사드리고 저도 재미있게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수 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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