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세 딸 이야기] 요즘 부쩍 약해진 우리 아빠
조회수 2019. 5. 7.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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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부터 올라오는 그 화가….
으~ 막 이러면서 잠꼬대를 하세요.
너가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거 들으면 너무 옆집 아저씨같이 대하는 것 같다….
중년 남성의 갱년기에 대한 취재 의뢰가 들어와 아버지의 최근 변화들에 대해 걱정하는 세 딸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희 아빠는 운송업을 25년째 하고 있고요. 충청도 사람이라서 말씨가 느린 사람입니다.
저희 아빠는 경상도 출신 B형 아버지. 그래서 되게 감정표현이 서투르신 아버지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서울분이시고 공무원으로 일을 하시다가 얼마 전에 퇴직을 하셨어요.
평소에 대화가 없어, 아빠를 잘 모르는 딸들에게 아빠가 그린 그림심리검사지(LMT)를 보여주었습니다. (분석. 이순임 전문가)
본인의 아버지 그림이 뭔 거 같은지 선택해보세요.
저희 아빠 특성상 절대 색깔을 입히지 않았을 거 같아요.
분석 결과는 영상으로 같이 보시죠.
아빠로서 되게 외로운 부분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또 이제 전문가 입에서 들으니까 딸로서 안타깝고 그러네요.
날카롭게 그려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는 얘기가 좀 와닿았는데….
다른 사람들 그림 봤더니 이 정도로 뾰족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 신기했어요.
갱년기 관련된 카드거든요. 본인 아버지에 해당하는 거 같은 약간 그런 키워드 있으신가요?
좀 무시받는다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아빠가 잠꼬대로 으~ 막 이러면서 “나한테 왜 그래” 이런 얘기를 잠꼬대로 하세요.
저는 계속 아빠한테 존댓말을 했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 너가 나한테 존댓말 하는 거 들으면 너무 옆집 아저씨같이 대하는 것 같다" 그게 되게 좀 서운하셨나 봐요.
다른 집에서 아빠랑 딸이 잘 지내는 게 부럽기도 하신 거 같고.
이것도 많이 해당이 되는 거 같아요.
퇴직하시고 시간 여유가 있으시니까 "같이 영화 보러 가자", "딸이랑 데이트하고 싶다" 이렇게 말씀하셔가지고
아빠도 같이 시간을 보낼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아빠가 자꾸 집에서 저희 엄마랑 저랑 오빠만 친하다고 생각을 하나 봐요. 그래서 약간 강아지는 자기편이었으면 좋겠는 그런 게 있나 봐요.
저희 집 강아지는 서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 화를 내거든요. 근데 “아빠!” 이랬는데 갑자기 아야! 아야! 이러는 거예요.
강아지가 “왈왈왈왕” 짖고 이렇게 감싸고 돌고 이랬더니 되게 행복해하시는 거예요.
아빠가 새로 일자리를 구했는데 눈치를 보잖아요. 위에 있는 사람을 눈치 보면서 짜증 나는 걸 맨날 와서 얘기를 하세요.
그럴 때마다 작아지셨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이제 엄마가 잔소리를 하셨을 때 예전 같으면 딱 뭐라 했을 텐데 그냥 이제는 허허 웃으시면서….
저나 엄마는 다정해지신 거 같아서 좋지만 아빠 나름대로는 작아진 모습이 아니었을까.
과연 우리 아빠는 치료가 필요할까요?
갱년기 자체는 어떤 한 시기라고 보는 게 맞죠. 호르몬의 변화라던가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는 일정 시기. 그 부분을 우리가 보통 갱년기라고 부르는 거죠.
갱년기에 관심을 갖는 거 자체가 우울증이나 다른 질병으로 이환되는 것을 막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는 거죠.
아빠가 딸들에게 보낸 깜짝 영상 편지는 영상에서 확인해보세요.
마지막에 저렇게 영상에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 되게 어색어색하기도 한데 ‘밥 잘 챙겨 먹어라’ 이런 말씀 하시는 거 보니까 집에 가서도 기억이 많이 날 거 같아요.
어렸을 때는 약간 인생이 막 내 마음대로 그렇게 안 되는지 잘 몰라가지고 아빠한테 항상 “왜 이것도 못 해주나”, “저것도 못 해주나” 원망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아빠가 더 그런 거를 혼자 쌓아두고 그랬던 거 같은데 나도 많이 컸으니까 좀 더 이해받고 싶은 거 차라리 이렇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기대도 좋을 거 같아요.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집안의
보통 아버지
.
지금은 너무나 작아져서
보이지 않게 된
투명인간
.
어쩌면
우리 모든 아버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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