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되었다가 제 발로 다시 섬으로 돌아간 '현대판 노예'

조회수 2018. 10. 25. 0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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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현대판 노예’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2008년과 2011년 이미 두 차례 섬에서 구출됐었지만 다시 스스로 이 섬에 들어왔습니다. 

남자는 왜 ‘현대판 노예’의 삶을 자처했을까요. 


정신장애 2급, 지적장애 3급인 김명철(가명)씨는 이 섬에서 불법조업을 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했습니다.

 

이 사실이 2008년 SBS ‘긴급구조 SOS 24’에 보도되면서 구출됐지만 얼마 뒤 다시 제 발로 섬에 들어갑니다.


2011년 두 번째 구출될 때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친형이 직접 데려갔기 때문에 드디어 명철씨의 현대판 노예 생활이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명철씨는 얼마 전 다시 이 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남자가 있는 전남 영광의 한 섬에 찾아갔습니다.

우린 수소문 끝에 명철씨를 만났고, 그는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명철씨와 대화하려는 순간

야 이 새꺄!

그를 부리는 사장이 나타나 명철씨에게 소리쳤습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어디서 잡담이나 하고 있냐는 것이었죠. 

우리가 명철씨를 만나러 왔다는 걸 안 사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명철씨와의 접촉을 강하게 막았고 우린 일단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장은 정당한 근로관계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근로계약서부터 내밀었습니다.

날짜와 서명하는 부분 등이 허술하게 기재돼 있었습니다. 계약서엔 ‘하루 3시간 근무 한 달 월급 98만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일이라고 할 게 없다니까요. 나이 먹어서 일을 얼마나 하겠어요. 
어장 끝나면 계속 놀아요.

마을 사람들도 대부분 명철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증언.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해당 지자체인 영광군청도 명철씨가 섬에 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알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죠.

전입조사를 할 때 방문조사를 했고 이력 관리를 하기 때문에 예전 내용이 나왔었어요. 
이 집 말고 영광읍으로 나와서 사시거나 다른 지역 이주를 권장했는데 이 분이 계속 계시고 싶다고…

영광군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명철씨 사건을 조사한 건 전남장애인옹호기관과 목포해경이었습니다. 

제보가 들어왔어요. 장애가 있는 분섬에서 노예처럼 일한다는 취지였어요. 
현장 조사를 나갔어요. 근로계약서 맞지 않고, 임금 체불 그런 것들로 (사장을) 노동청에 신고했어요.

해경은 사장을 불법조업 혐의로 수사했습니다.

수산업법 위반은 행위자(명철씨)소유자(사장) 똑같은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명철씨는 의사 결정능력이 없다고 보여서 선박 소유자인 사장만 기소 의견 송치했습니다.


이 분이 (다른 곳에) 거주할 만한 재력이 없으셨고요.
이 생활이 30년 가까이 되니까 익숙해져서 본인이 다른데 가기 싫다고 재워주고 먹여주면 따라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명철씨는 두 번의 구출 이후 장애인 시설에 맡겨졌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자가 구조된 뒤 맞닥뜨린 사회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섬에서 현대판 노예처럼 지냈을 때보다도 말이죠.

소외된 이들을 돌보자고 외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걸까요.


여기 왜 오게 됐어요?
몰라.
잘 모르겠어요. 합의가 돼서?
합의요? 어떤 합의가 되셨어요?
뭐 할라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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