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되었다가 제 발로 다시 섬으로 돌아간 '현대판 노예'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곳엔 ‘현대판 노예’ 피해자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2008년과 2011년 이미 두 차례 섬에서 구출됐었지만 다시 스스로 이 섬에 들어왔습니다.
남자는 왜 ‘현대판 노예’의 삶을 자처했을까요.
정신장애 2급, 지적장애 3급인 김명철(가명)씨는 이 섬에서 불법조업을 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했습니다.
이 사실이 2008년 SBS ‘긴급구조 SOS 24’에 보도되면서 구출됐지만 얼마 뒤 다시 제 발로 섬에 들어갑니다.
2011년 두 번째 구출될 때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친형이 직접 데려갔기 때문에 드디어 명철씨의 현대판 노예 생활이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명철씨는 얼마 전 다시 이 섬에서 발견됐습니다.
이 남자가 있는 전남 영광의 한 섬에 찾아갔습니다.
우린 수소문 끝에 명철씨를 만났고, 그는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명철씨와 대화하려는 순간
그를 부리는 사장이 나타나 명철씨에게 소리쳤습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어디서 잡담이나 하고 있냐는 것이었죠.
우리가 명철씨를 만나러 왔다는 걸 안 사장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명철씨와의 접촉을 강하게 막았고 우린 일단 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장은 정당한 근로관계라는 걸 보여주려는 듯 근로계약서부터 내밀었습니다.
날짜와 서명하는 부분 등이 허술하게 기재돼 있었습니다. 계약서엔 ‘하루 3시간 근무 한 달 월급 98만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도 대부분 명철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마을주민들의 증언.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해당 지자체인 영광군청도 명철씨가 섬에 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알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죠.
영광군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명철씨 사건을 조사한 건 전남장애인옹호기관과 목포해경이었습니다.
해경은 사장을 불법조업 혐의로 수사했습니다.
명철씨는 두 번의 구출 이후 장애인 시설에 맡겨졌었습니다. 그러나 그 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자가 구조된 뒤 맞닥뜨린 사회는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섬에서 현대판 노예처럼 지냈을 때보다도 말이죠.
소외된 이들을 돌보자고 외치지만 과연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합의가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