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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삶의 마침표를 찍어 드립니다'

조회수 2018. 10. 16.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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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영정사진은) 제 얼굴이 없는 사진일 것 같아요.
오히려 내가 마지막 순간에 누른 셔터에 담긴 그 사진?
그 사진이 제 영정에 걸리면 어떨까? 멋있지 않아요?
한 번만 더요?

저희 동네가 조금 어려운 동네라서
파출 일 나가시는 분들 경비, 식당 나가시는 분들 이력서가 필요하고 사진이 필요한데 사진관이 없으니까
다들 멀리 가시고 또, 비싼 데서 찍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래, 내가 장비를 사서 사진 봉사를 하자’라고 해서 시작했고요.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오셨어요.
자기도 ‘사진 찍을 수 있냐?’ 라고 물어보시는데
영정사진 찍으러 오셨다는 거예요.
‘나 뭐 자식도 먼저 보냈고 그래서 내 사진은 내가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동네에서 사진 싸게 찍어준다고 해서 찾아왔다.’라고 말씀하셔서
그때 시작됐던 것 같아요.
제천에 한 번 봉사를 갔었는데 막상 찍는 날 되니까 다들 구경만 하시고 안 찍으시는 거예요.
‘이거 찍으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대’라고 하시면서 자기는 적당히 살다가 적당히 가고 싶다고.
부부끼리 계시는 분들은 그때 보면 신혼 같아요.
서로 막 머리도 만져주시고,
‘야야, 이거 오늘 애기 생기겠다’ 이런 말씀도 하시면서.
촬영시간이 한 시인데도 막 아침 아홉 시부터 와 계세요.
그러면 저는 괜히 지각한 기분.
‘눈이 참 예쁘시다.’ 그리고 ‘웃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우시다.’
정말 가끔 쓰는 표현인데 ‘어르신처럼 저도 늙고 싶어요.’라는 말씀을 드리면 무척 좋아하세요.
검버섯이나 그런 건 다 지워드립니다.
깊은 주름은 절대 만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의 삶의 과정, 삶의 순간들이 다 담겨 있는 그런 주름이잖아요.
장수사진이나 근영사진이라는 표현을 쓰라고 해서 ‘저 장수사진 찍으러 왔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무슨 놈의 장수사진이야. 그냥 영정사진이라고 해.’ ‘어차피 우리 가.’ 
‘어차피 기자양반도 가, 조만간.
죽음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우리에게 정말 큰 선물인 이유가 죽음과 연관된 영정사진이란 것을 생각했을 때
삶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해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눈을 돌릴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한 낯선 사람과 짧은 1분이라도 보낸다면
그런 이유 없는 호의, 이유 없는 베풂이 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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