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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m마다 하나씩.. 망원동에 미용실이 많은 이유

조회수 2018. 9. 12.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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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왱팀에게 들어온 취재의뢰

집이 여기였어요. 망원동 집이.
애기를 가지면서 온 거 같아.
김명숙(62·에덴미용실)
우리 집 시댁이고 교회고 다 망원동에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여기 왔어.
그때 아들이 지금 서른다섯이요.
망원동이 정말 정이 많은 곳이에요.
시장에서 뭐 하나 사면 과일이라도 두 개 주고….
다가구 주택, 다가구 빌라 이런 것들이 많으니까
그래서 많이 오는 거 같아요.

서울 마포구 망원동. 약 1.8㎢ 면적의 망원동

(망원1동 1.13km2, 망원2동 0.67km2)

이곳에 무려 109개의 미용실이 있습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있다고 치더라도 128m마다 미용실이 하나씩 있는 셈이죠.

현재 망원동에 사는 주민이 4만586명이니까

(2018년 8월 17일 기준. 마포구청 제공)

미용실 한 곳에서 평균 372명을 담당하는 셈입니다.


이수연(수연헤어샵)
저는 IMF.
한 20년 돼가는 거 같아요.
김명숙(62·에덴미용실)
망원동에서 시작한 지가 89년도에 온 거 같아.
한 40년 다 됐지.
이지영(53·이지영헤어)
2009년도. 11월 달에 왔나 12월 달에 왔나.
햇수로 9년 돼가는 거예요.

망원동엔 오래 된 미용실이 많습니다.


2000년 이전에 문을 열어 18년 넘게 동네를 지키는 미용실이 27곳.

가장 오래된 미용실인 ‘마명숙미용실’1973년에 문을 열어 45년째 운영 중입니다.


김명숙(62·에덴미용실)
옛날에 올 때는 안 많았어.
이렇게 된 이유가 84년도에 물난리가 났었어요. 그러면서 집을 많이 지었어요.
여기. 1층집이 다 3층으로 한 가구 살던 집들이 다 여섯 가구로 늘어났어요. 그러면서 미용실도 많이 늘어났죠.
이수연(수연헤어샵)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2010년 이후에 많이 생겼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미용실도 많이 생기고.

1980년대. ‘상습 침수지역’이던 망원동재개발이 시작됩니다.

망원동에 주거 밀집지역이 형성되면서 주민들이 미용실들의 ‘단골’ 손님이 됐죠.

김명숙(62·에덴미용실)
아휴, 사람이 많이 늘어도 사실 우리 집은 가격이 그때 가격이에요 진짜.
그때 내가 올 때 6000원이었어요. 근데 그 가격이 별로 안 올라갔어요. 30년이 지나도 1만원밖에 안 되니까.
단골손님이 그때 손님도 계세요. 지금까지 물가가 오르고 미용약 값이 오르고 다 해도 그분들이 먼데서 오시다 보니까 제가 가격을 못 올렸어요.

이수연(수연헤어샵)
단골손님들은 제가 "오지 마세요" 해도 오잖아요.
"1만 2천원이면 되게 저렴한 거잖아요"
대신에 손님이 많아요.
1000원 올리기도 굉장히 어려워요.왜냐하면 오래됐기 때문에.
지금 젊은 미용실 원장들은 시스템이 커피도 팔고 와인도 마시면서 머리도 하면서 이런 시스템으로 약간 바뀌었어요 지금.

망원동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오히려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이 들어왔다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답니다.


대형 미용실의 독과점이 아닌, 작은 동네 미용실이 조금씩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인 것도 미용실 상권이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망원동 미용실은 대부분 주인 혼자 운영하는 소규모 미용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아 미용실 운영비용의 대부분은 임대료입니다.

김명숙(62·에덴미용실)
그때는 우리 공간이 이렇게 조그매도 3명 일한 적이 있어요.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가격을 조금 받으니까 나한테 돌아오는 거는 많이 없었어요.

머리를 자르지 않는 손님도 많습니다.


망원동 미용실은 그냥 동네 주민들이 마실 나와 수다를 떠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됐습니다.

김명숙(62·에덴미용실)
우리 집에는 다 거의가 다 단골이에요. 먼 데로 이사를 가셔도 오시니까.
동네 분들이니까 이웃 분들이니까. 일도 많이 도와주시고 지금도 봉사자들이 와 있잖아요. 오래 있다 보니까 내가 도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도와줘요.
식구예요 식구 그냥. 우리 집 분위기는 미용실 분위기 아니라 사실 사랑방 분위기에요.

그러나 망원동에도 최근 몇 년 사이 위기가 닥쳤습니다.


‘망리단길’이 유명해지면서 임대료가 치솟는 바람에 미용실들도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망원동 미용실들은 이 동네를 지켜왔지만 최근 5년 동안 폐업 신고를 한 미용실이 33곳이나 됩니다.


그래서인지 망원동엔 ‘망리단길’이란 단어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지영(53·이지영헤어)
망리단길 있고부터 더 많아진 거 같아. 망원동이 젊은 거리로 바뀌었어요. 인근 상암동에 지금 방송국들이 다 와 있잖아.
그리고 합정동, 저기 홍대, 그 다음 저기 연남동. 거기 가게들이 임대료가 비싸니까 망원동으로 내려온 거야.
김명숙(62·에덴미용실)
임대료도 많이 올랐죠.
임대료도 옛날 제가 여기 올 때는 1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80만원.
‘망리단길’이 있는 망원1동에 있던 미용실들이 그나마 저렴한 망원2동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지영헤어를 운영하는 이지영씨가 그렇습니다.
저 미용실 그쪽으로 이사 가요 망원2동. 거기는 여기보단 덜 비싸.
오셔요, 마을버스 16번 종점ㅎㅎ 3609 마을버스 16번 타고 와 합정역에서. 그럼 우리 가게야.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잠시 멈춰 주변을 둘러보면 그곳에 있던 게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더 소중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수연(수연헤어샵)
'가족이 제일이야' 이렇듯이 미용실은 제 가족에게 되게 소중하고.
김명숙(62·에덴미용실)
‘오시는 손님은 야쿠르트 하나는 드려야겠다.’ 내가 초창기부터 그런 생각은 했어요. 서로 나누는 게 있기 때문에.
그러면 잡수신 분들이요 다 사갖고 와요 그보다도 더 많이...

뒤에 있는 다른 손님

야구르트에다 우유에다 미숫가루 다 먹여요 배불리.
송혜교보다 더 예쁘시네요. 너무 영업용 멘트인가(껄껄)
내가 마음에 들어야 고객님들은 ‘어? 괜찮네?’ 이런 거야.
우리 집에는 내가 마음에 들 때까지 못 일어나요. 고객님들이. 빨리 나가고 싶은데 못 일어나(껄껄)
저희는 한 20년 된 단골이라 가족이거든요. 소통하는 장소.
같이 머리 하면서 나누면서 잘 됐으면 축하해주고 애사가 있으면 같이 마음 아파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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