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하려고 '염전노예'와 가짜결혼한 염전주 (신안 염전노예)

조회수 2018. 7. 16. 08: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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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N 뉴스 캡쳐
▲ 4년 전 신안 염전노예 사건

4년 전 염전노예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전남 신안엔 최근까지도 노예가 살았습니다. 60대 여성 염전주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부리던 ‘염전노예’와 혼인 신고를 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전남경찰청과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피해자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봤습니다. 


하루 한 끼 먹고 염전서 중노동

지적장애 3급인 양정민(가명·62)씨는 진도 양식장, 해남 염전에서 일하다 2008년 무렵 신안 염전에 왔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지 않아 염전주가 사망하는 바람에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됐죠. 그때 인근에서 염전을 운영하던 60대 여성 염전주가 자기 염전에 와서 일 하라고 제안합니다. 이때가 2010년 6월쯤입니다. 이때부터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물 대고 소금 담고 뭐 그런 일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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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일을 나가 밤 8시에 들어온 적도 있었답니다. 2013년 염전주의 남편이 사망한 뒤엔 일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지만 이렇게 일해도 염전주는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통장에 통장에서 달달이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고작 하루 한 끼 끼니만 챙겨줬는데 지적 장애가 있던 정민씨는 그게 문제란 사실을 알지 못했죠. 


단속 피하려 염전노예와 혼인신고

그러다 2014년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이 터집니다. 경찰은 대대적으로 피해자 구조에 나섰고 300명이 넘는 염전노예를 구출했지만 정민씨는 명단에 없었습니다. 이듬해 경찰은 염전주가 정민씨 통장에 손 댄 사실을 찾아내고 벌금을 물었지만 이때도 정민씨는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출처: SBS CNBC

염전주는 자신이 염전노예를 부린 사실이 들통날까봐 불안했습니다. 그때 문득 ‘부부가 되면 급여를 주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염전주는 “우린 이제 일적으로 부부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며 정민씨를 꼬드겼고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던 정민씨는 주인이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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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6일 염전주는 서로의 인적사랑을 적은 ‘가짜 혼인신고서’를 면사무소에 제출했고 둘은 서류상 부부가 됐습니다. 그 후로도 경찰 등은 염전노예 단속을 몇 차례 더 진행했지만 둘은 주인과 노동자가 아닌 부부 사이였기 때문에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었죠. 

설마 돈 주기 싫어서 그렇게 했을까...

정민씨는 지금도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노예 생활 2년 후 극적 구조

경찰이 이상한 낌새를 발견한 건 지난해 9월입니다. 염전 노예 합동점검을 벌이던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여성청소년수사과는 “염전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염전주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단 느낌은 있었지만 부부관계인 둘을 무작정 수사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 A씨와 정민씨의 주거 환경을 살폈죠. 그랬더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보기 힘든 1.5평 방에 정민씨 혼자 노예처럼 살고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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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도 없었고 창문엔 창호지가 다 찢어진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바로 분리면담을 실시했고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잠을 잔적도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자본 적도 없고…, 같이 자진 않았어요. 방이 떨어져가 있으니까.

경찰은 정민씨를 긴급 구조조치한 뒤 수사를 진행했고, 염전주가 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거짓 혼인 신고3500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냈죠.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염전주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현재 정민씨는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 7년간 못 받았던 돈을 되찾기 위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여전히 어딘가 있을지 모를 ‘현대판 노예’

염전노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거짓 혼인신고를 하면서까지 현대판 노예를 부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올 들어서만 경북 농가와 서울 잠실야구장, 충남 농가와 축사 등에서 현대판 노예 피해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극심한 인권침해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수인 팀장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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