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고도 사람을 기다립니다

조회수 2018. 5. 1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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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에 다녀왔습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빨강입니다.

맹수처럼 사나워서 가까이 가려면 조심해야 합니다. 이제 태어난 지 석 달밖에 안됐는데도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강인한 이빨(이빨 부각)과 날카로운 발톱(발톱 부각)을 가졌거든요. 저 신발끈 물어뜯는 걸 보세요. 무차별 심장폭행을 당한 사람이 이미 여럿입니다.

얘가 빨강이 엄마 바둑이입니다.

바둑이는 넉 달쯤 전에 이곳 유기견보호소 애신동산에 왔습니다.


원래 이곳에선 더 이상 유기견을 받지 않는데…

안 데려올 수가 없었답니다.


새끼들이 차가운 땅바닥에 배를 깔고 세상 편하게 엎드려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들어오니 좁은 틈 사이로 숨어버리네요.

예감이 좋지 않았나봅니다.

개들도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인지 봉사자가 예방접종 주사를 꺼냅니다.

결국 붙잡힌 강아지들은 주사를 맞은 뒤 ‘깨갱’거리며 어미에게 달려갔습니다.

아프니까 호~해달라는 듯 말이죠.

키우고 싶다….

이 모습이 귀여워서 중얼거렸는데 부원장님이 그 얘기를 들었나봅니다.


이곳 유기견보호소엔 버려진 강아지들이 많습니다.

신발 물어뜯는다고, 벽지 긁는다고, 털이 날린다고, 짖는다고, 이런저런 이유들로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얘가 애꾸눈 ‘잭’입니다.

오른쪽 눈이 없습니다. 아마 그래서 버려졌을 겁니다.


얘 이름은 헤니입니다.

정말 배우 다니엘 헤니처럼 늠름하게 생겼죠.

그런데 슬쩍 다가가니 생긴거 답지 않게 견사 구석에 숨어버리네요.

아직 사람이 두렵나봅니다.

반반이는 원래 가정집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발작을 일으킨답니다.

그래서 이곳에 버려졌습니다. 반반이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병 때문에 8년이나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반반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애신동산에 있다가 사람과 함께 살 준비가 된 아이 중 일부는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애견카페 ‘너와함개냥’으로 옮겨집니다.

도담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담이도 주인에게 버려졌던 아이입니다.

어떤 젊은 여성이 그냥 귀엽다고 분양받았다가 막상 키워보니 힘들다고 그냥 방치해 버렸답니다.


파비앙은 다른 유기견보호소에 살다가 이곳에 온지는 1년이 채 안됐습니다.


두 달간 가정집에서 임시보호를 하며 입양을 기다렸지만 파비앙을 찾는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뒤 2주나 하울링을 하며 울었답니다.

장난끼 넘쳐 보이던 파비앙이 유독 슬퍼 보이는 눈으로 꽤 오랫동안 저를 쳐다봤습니다. 제발 데려가 달라고 호소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실 입양을 하는 게 저는 두렵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처럼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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