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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남성의 어버이날 편지

조회수 2018. 5. 8. 13: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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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입니다. 부모님께 진심 어린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30대 중반 남성이 올 어버이날에 쓴 편지 한 통을 소개해 드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막내아들 상용(가명)이에요. 맨날 속만 썩이다가 어버이날 핑계로 이렇게 편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벌써 37살이네요. 아직 장가도 못 간(X) 안 간(못 간 건 진짜 아니에요..) 37살 막내아들 보면 한숨만 나오시죠ㅎㅎㅎ. 어느 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지만 부모님 눈에는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느껴지시겠죠.

얼마 전 어린이날에도 아버지가 카톡으로 “우리 집에 하나밖에 없는 어린이! 행복한 하루되라”라고 하셨었잖아요ㅎㅎㅎ.

출처: PxHere
본의아니게 상처를 드려서 죄송해요

어린아이처럼 부모님 웃게 해드려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무슨 말만 하면 짜증내고 틱틱거릴 때가 많죠. 걱정해서 하시는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이가 들어도 잔소리는 듣기 싫은가 봐요ㅎㅎㅎ.

예전에 제가 제발 그만하시라고 차갑게 쏘아붙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용상아, 엄마 미워하지 마”라고 하셨던 거 기억나세요?

아휴, 절대! 절대! 미워하지 않아요.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사람관계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을(乙)’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가 저에게 ‘을’처럼 지내시나 싶었어요. 죄송해요. 세상에서 저를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고, 저도 아버지 어머니를 너무 많이 사랑한답니다.


이건 정말 진심인데요, 이기승씨가 제 아버지고 심순호씨가 제 어머니여서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재작년에 아버지랑 같이 제주도에 같이 갔을 때가 기억나요. 숲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상용아 고맙다”라고 하셨었어요.
출처: Pixabay
아버지와의 제주도 여행 중에...

뭐가 고맙냐고 물으니까 “그냥, 그냥” 이렇게만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게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살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못했었나봐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직업이면서도 정작 아버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예전이랑 달라진 건 없지만 말이죠. 조만간 또 같이 여행가요.


출처: Flickr
정성이 담긴 엄마의 집밥
어머니는 요리 방송이 나오면 펜이랑 노트를 꺼내서 레시피를 적으셨었어요. 가족들한테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였겠죠.

자식들이 밖에서 끼니는 챙겨 먹고 다니는지 항상 걱정하시는데 너무 잘 먹고 다녀요. 좀 덜 잘 먹고 다녀야 해요.


앞으론 밖에 있다가도 가족들 밥해준다고 일찍 집에 들어오거나 그러지 마세요ㅎㅎㅎ.


그리고 가끔 저한테 “착해 빠져 가지고 언젠가 한 번 사기당할 것 같다”고 하셨었는데 저 그렇게 안 착해요ㅎㅎㅎ. 사실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 생각하느라 정작 본인이 손해 보실 때 많으셨잖아요. 다른 사람 이용해 먹으려고 하는 것보단 어머니처럼 조금은 손해 보면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엔 많이 해요.


출처: Pixabay
가장 큰 행복, 가족

저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애쓰고 있어요. 신앙, 결혼, 직장생활, 사람 관계 등등 제 앞에 놓인 여러 문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있고요. 지난주 휴가 때 혼자 제주도에 가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에게 행복을 주는 건 뭐가 있을까 쭉 적어봤는데 막상 적어보니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가족이었어요.

아마 아버지 어머니도 저와 형이 가장 큰 행복을 드릴 수 있는 존재일거라고 생각해요.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좀 더 노력할게요.


물론 제 삶을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부모님 생각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을 거예요. 자식이 “제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말도 없겠지만, 다만 부모님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땐 저를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어버이날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요.


출처: PxHere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기셨네요
앞 부분에 벌써 37살이나 됐다고 적었었는데 부모님은 벌써 환갑을 훌쩍 넘으셨군요.

“앞으로 잘 할게요”라는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서 이젠 편지에 그런 말을 적기도 민망하네요.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자식 걱정은 조금만 하시고 두 분 건강에 좀 더 신경 써 주세요. 아버지 자전거 타실 때도 미세먼지 많은 날은 피하세요. 건강에 해로워요. 어머니도 거실에서 꾸벅꾸벅 졸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주무시고요. 잠을 잘 자야 다음날 활력이 생기거든요.


어버이날인데 그동안 저랑 형이랑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이렇게 힘들게 키워놓고도 오히려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하시는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또 다시 지키지 못 할 거짓말을 한다면 “더 잘할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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