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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직장 공무원, 1년 만에 퇴사하는 이유

조회수 2021. 1. 8.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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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공무원의 진실
출처: SBS 스페셜 -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2020년도 국가직 9급 공무원의 공채시험 경쟁률은 무려 37:1

매년 약 20만명의 응시자가 미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야만 ‘꿈의 직장’이자 취준생들의 목표인 공무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의외의 자료가 공개됐습니다. 바로 공무원의 퇴사율입니다. 


5년도 안 돼 퇴사하는
공무원 '6600명’

출처: SBS 스페셜 - 운인가 능력인가 공정성 전쟁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해 6664명으로 지난 2018년과 비교했을 때 17.5%가 증가했습니다. 이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공무원은 1769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26.5%를 차지했는데요. 험난한 수험생활을 지나 그토록 바라던 공무원이 된 이들이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을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의 저자이자 11년차 공무원인 이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당시 16명의 동기들이 있었어요. 그중 한 명은 두 달 만에 사표를 던졌죠.

한 명은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국가직으로 전출을 갔고. 세 명은 전입 시험을 쳐서 상급 기관인 시청으로 떠났습니다.

다들 업무에서 오는 회의감을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공무원이라는 직업과 조직이 보장하는 안정감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서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의 저자 이지영

근성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배부른 소리라고?

출처: tvN'유퀴즈온더블록'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 편

공무원 수험서 너머로 펼쳐질 공직의 세계는 철밥통과 연금으로 한정하기엔 너무나 방대하고 넓습니다. ‘주민센터나 지키는 한직’이라는 시선과 달리, 실제로 말단 공무원의 하루는 숨 가쁘게 돌아갑니다.


인감증명서, 출생·사망신고, 전입신고 등 주민들의 삶의 궤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기본, 걸핏하면 큰소리치는 민원인도 만만치 않습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구청장과의 친분 과시나 “야! 니 이름 뭐야?”였다. 이젠 익숙하다 못해 면역이 생겨버려 덤덤하기까지 하다. 살면서 내 이름을 이렇게 많이 소개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이 조직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책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중에서_

야근은 기본, 과도한 의전 문화와
경직된 업무방식까지

공무원의 업무량은 세간의 인식과 다릅니다. 철마다 도로변의 꽃들을 바꿔 심고, 온갖 행사에 동원되어 종일 밥을 푸기도 합니다. 민방위대의 소집과 교육은 물론이요, 선거 기간이 되면 두 달은 꼼짝없이 야근에 주말 출근해야하는 실정입니다. 선거인명부 작성, 공보물 준비와 발송, 기표소 설치, 투표 진행, 투표함 이관 등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산불이나 태풍, 폭우, 폭설 같은 재난 상황에는 무조건 현장 출동입니다.. 화재 진화는 소방관의 고유 업무일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산불처럼 큰불이 난 경우에는 공무원들도 현장에 투입됩니다.

출처: tvN'유퀴즈온더블록'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 편

이지영 작가는 스물 세 살에 ‘부산시 일반 행정직 9급 최연소 합격자’가 되어 입사했지만 출근 첫날부터 위기가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원칙대로 필요한 서류를 가져와달라고 요청했을 뿐인데 반말은 기본, 기상천외한 욕설이 날아왔고 업무와 무관한 민원도 쏟아졌습니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의 인분을 치우는 것도 모자라,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한 범인을 한 달 동안 잡으러 다니고, 하루건너 분위기 좋은 모텔 좀 추천해달라는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온갖 허드렛일과 미미한 발언권, 열심히 해도 성과를 인정받기 어려운 조직 문화까지 가세해 적잖은 공무원들이 조기 퇴직을 고민합니다.


구청장님은 팀장들을 모아놓고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주제로 이야기해보자고 하셨다. 회의 주관 부서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대회의실에 무거운 책상과 의자 대신 원탁을 깔고 테이블보를 깔았다.

공직에서 원탁은 곧 ‘소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기다. 문제는 원탁을 깔아도 상석이 어디인지는 훤히 보인다는 것이었지만. 여기에 평범한 차가 아닌 카페 음료나 샌드위치를 올려두면 ‘소통 회의’의 완성이다. 그것이 조직 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소통의 외형적인 모습이다.

책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중에서_

이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9급 퇴직자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가 말단 공무원의 일과 삶을 진솔하게 일러주었다면 그들의 선택이 조금은 달랐을까? 하고 말이죠. 공무원으로 살고 싶고 그렇게 살아가기 시작한 이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마음에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철밥통과 연금만으로 아우를 수 없는 말단 공무원의 세계, 우리가 선택한 길에 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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