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하우스

"하버드 부모는 어떻게 키웠을까"에서 우리가 만나본 부모들은 하나같이 저마다 특별한 조언들을 전해주었다.

이 조언들은 수년이 지나도록 자녀들의 머릿속에 저장되면서 필요한 순간에 지혜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있다. 시간을 건너 부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조언들 중 베스트 4를 꼽아보았다. 

산구는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 말씀에 따라 특별한 의식을 실천했다. “자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보렴. ‘오늘 내가 무언가 해낸 일이 있나? 내가 오늘 유익한 일을 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그러곤 오늘 무언가를 했다는 자신감이 들면 그때 잠자리에 들어봐.” 당시엔 집안의 작은 가족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와야만 최소한의 과제를 마친 느낌이 들었던 밤들이 여러 날이었다고 한다.

“요즘에도 자려다가 ‘오늘은 뭐 하나 생산적인 일을 한 게 없네’ 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잠을 안 자요. 침대에서 나와 뭐라도 읽다가 자곤 해요.” 그렇다고 해서 산구가 어머니의 말씀을 항상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가끔은 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어머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점점 이해하게 되더군요.”

롭 험블이 대학 신입생 때 로봇을 만들 자신감을 얻은 사례를 떠올려보자. 당시에 실력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던 롭은 부담스러운 도전을 앞두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근거가 필요했다. 롭의 아버지는 평생 롭에게 문제 해결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롭이 특히 좋아하는 아버지의 말씀은 바로 ‘문제를 분해해보면 해결책이 보이기 마련이다’였다.

그날 롭에게 할 일을 상기시켜준 것도 바로 아버지의 그 말씀이었다. 

일레인이 아들 척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그녀는 사람의 태도는 겉모습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들에게 중산층에서 입는 단정한 옷차림을 정해주었다.  

“저소득층 공영주택에 사는 걸 티 낼 필요는 없어.” 척이 어머니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마찬가지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남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이 라는 어머니의 말은 현재도 척에게 지침이 되어주고 있다.

롭, 척, 매기, 데이비드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을 따라다녔던 부모님의 말씀들은 양육 GPS 역할을 해준 것이었다. 

부모는 수년에 걸쳐 일관된 메시지를 들려주면서 자녀의 기억 속에 그 메시지를 영구히 심어준다. GPS 역할은 양육 공식의 다른 역할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부모가 과거에서부터 시간을 건너와 말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해야 할 도전에 직면한 순간에 자녀에게 메아리처럼 되울리는 이런 기억들은, 부모가 GPS 역할 외의 다른 역할들에서 행한 모든 것의 완성판이라 할만하다.

부모의 내비게이션 음성은 단순히 좋은 말들을 새겨듣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GPS 역할은 자녀들이 부모에게 배운 통찰력의 지도다. 성인이 된 자녀들에게 방향감각을 심어줌으로써 인생을 잘 헤쳐나가 충만한 자아실현을 이루도록 이 끌어주는 그런 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