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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

조회수 2020. 10. 30. 09: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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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일수록 가짜뉴스에 속기 쉬운 이유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통계는 숫자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지만,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사실을 완전히 호도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벤자민 디즈레일리, 1800년대 사람이 한 말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보수단체가 계획했던 광화문 집회는 정부의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사실상 무산되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가 ‘4. 15 부정선거’ 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경욱 전 의원(출처: 뉴시스)

4.15 부정선거 음모론의 통계를 내세운다. 대표적인 것이 ‘사전투표 음모론’이다. 사전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본투표보다 10%p 정도 높게 나왔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는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의 투표 성향이 서로 달랐다는 점, 특히 4.15 총선에서 총선 이전부터 ‘사전투표 음모론’이 돌면서 보수층에서 사전투표 기피 성향이 나타났다는 점을 무시한다. 통계로서의 신뢰도가 없는, 말 그대로 음모론에 지나지 않다.

그들은 서울-경기-인천의 득표비율이 비슷한 것도 음모론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JTBC 팩트체크로 까였다 (출처: JTBC)
저자 알베르토 카이로 교수는 데이터 시각화와 데이터 저널리즘의 대가로 불린다.

차트도 거짓말을 한다

소셜미디어의 시대, 우리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정보를 계속해서 주입받는다. 이런 시대에 ‘데이터의 시각화’는 매우 강력한 도구다. 일단 ‘눈에 띄고’ 왜인지 ‘더 객관적으로’ 보인다. 차트가 들어가면, 일단 우리는 그 정보를 좀 더 신뢰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차트는 우리의 눈을 속이기 쉽다.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 알베르토 카이로 교수는 자신의 전문분야인, 데이터 시각화의 함정들을 보여준다. 차라리 눈에 잘 보이게 엉뚱한 차트는 애교다. 누가 봐도 엉터리라 금새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 데이터와 전혀 상관없이 그려진 차트. (출처: MBN 판도라)

진짜 무서운 건 ‘잘 드러나지 않는’ 왜곡이다.

 예를 들어, 기준선이 0에서 시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왜곡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래의 그래프는 그 아주 단순한 예이다. 임예인 후보와 리승환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2.5%에 불과하지만, 이 그래프상에서는 그 차이가 세 배는 족히 되어 보인다. 기준선을 0이 아니라 42.5에 두고 0.5 간격으로 그래프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차이를 적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100년간 그리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단 1도 차이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차트는 저렇게 넓은 범위에서 그려져서는 안 된다.

(이 데이터는 예시이며, 실제 데이터와 다름.)

데이터 시각화도 거짓말을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우리가 흔히 보는 ‘그래프의 왜곡’ 뿐 아니라, 여러가지 흥미로운 ‘시각화’의 함정들을 보여준다. 개중 가장 흥미로웠던 사례 중 하나는 바로 태풍 경로다.

14호 태풍 ‘찬홈’ 경로 (출처: 기상청)

우리는 저 원뿔 모양을 태풍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처음엔 작았던 태풍이 가면 갈수록 거대한 크기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원뿔은 그저 태풍 중심의 ‘이동 경로’와 ‘확률 반경’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커지는 게 아니라 서쪽으로도 동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것. 그나마 30% 확률로 태풍의 중심이 저 영역 바깥으로 나가 버릴 수도 있다.

시각 정보를 보는 순간 우리는 어떤 선입견 같은 걸 품게 된다. 예를 들어 저 태풍 이동 경로 범위를 자연히 ‘면적’이라 생각하듯 말이다. 때문에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의 저자는 항상 차트를 의심하며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우리를 속이고 있으니 말이다.

숫자가 있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진실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또 한 가지 오해 중 하나는, 통계가 ‘확고한 진실을 보여준다’는 기대다. 하지만 통계가 줄 수 있는 건 불완전한 추정 뿐이다. 그건 언제든 수정되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예로 여론조사를 보자.

힐러리가 여론조사는 앞서갔으나…

여론조사는 수없이 뒤집힌다. 하지만 이는 여론조사가 ‘틀렸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여론조사의 한계에 가깝다. 여론조사는 오차범위가 있고 그 안에서는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또 선거 당일 사람들의 마음도 바뀔 수 있고, 생각과 다른 답을 했을 수도 있다.

즉 여론조사는 통계가 ‘믿을 수 없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불완전한’ 추정인 동시에, 현재 가지고 있는 데이터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의’ 추정이기도 하다. 이런 통계와 데이터에 대한 기반 지식이 없으면, 쉬이 음모론으로 빠질 수 있다.

숫자와 차트를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책

저자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이것이다. 숫자와 차트는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고 유익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지만, 그러려면 차트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게시자와 출처를 확인하고, 의구심이 드는 데이터가 있다면 주변의 조언을 구하기도 해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고 정파성이 지나친 미디어를 피해야 한다.

비주얼 저널리즘의 세계적인 권위자,
『숫자는 거짓말을 한다』 저자 알베르토 카이로 교수

숫자와 차트는 ‘완벽하게 객관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끊임없이 파고듦으로써 ‘현재 시점에서 최선의 이해를 제공하는’ 한 도구이다. 이것은 알베르토 카이로 교수가 ‘데이터와 차트에 속지 않는 법’을 우리에게 강의하면서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진짜’ 데이터를 ‘제대로’ 읽어내고, 거기에서 또 새로운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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