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하우스

3월 6일 개봉해서 현재 530만명 관객을 동원한 <캡틴 마블>은 히어로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1점과 10점을 오가는 평점들 속에서 여자들의 열광을 읽어낼 수 있는데.

공주 영화- 공주 인형- 공주 놀이로 키워진 여자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놀이처럼 익힌 '공주-되기'가 얼마나 자신의 성장을 가로막는지 알지 못했다. <캡틴 마블>의 열광하는 이유도 그와 멀지 않을 것. 이제부터 알아보자. 

브리검영대학교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사라 M. 코인Sarah M. Coyne 교수는 미취학 아동 198명의 여자아이 중 96퍼센트가 어떤 식으로든 ‘공주 문화’에 발을 담그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 내용은 사실 별로 새롭지도 않다. 그러나.

동일한 아이들을 1년 더 지켜보았다. 여자아이들이 공주 영화를 많이 보면 볼수록, 공주 장난감을 자주 갖고 놀면 놀수록 ‘여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행동을 더 많이 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상냥하고 조용하게 놀고, 더러워지는 걸 피하거나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연약하게 행동하며, 남을 보살피고 돕는 것과 같은 자질을 높이 평가하고, 날씬하고 예쁜 외모를 중시한다.

이러한 전형적인 여성상은 어린 시절부터 여성들에게 딱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마블의 슈퍼 영웅 영화에서 드라마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미지들은 남자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세뇌당한 메시지들을 더욱 깊이 각인시켜준다.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 그 밖에 다른 모든 측면에서 대담하고 용감해져야 한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역시 이런 현실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런데 남성들이 ‘남성성’에 관한 메시지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이 달라지는지 직접적인 관계를 파헤쳐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UC 버클리 하스 경영 대학원의 한 학자는 실험 대상 남성에게 도박을 시켜서 위험 감수 성향을 평가했고, 그 직후에 ‘남성성’에 관한 글을 읽으라고 지시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위험 감수 성향을 평가했다. 그러자 남성성에 관한 글을 읽기만 했는데도 위험 감수 성향이 그 전보다 더 높아졌다.

용감한 여성은 대체로 거의 현실감 없는 만화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영화 <원더우먼Wonder Woman>의 여자 주인공은 신격화된 슈퍼 영웅이지만, 그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옷을 입고 싸운다.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 벨라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중후반부까지는 자신감 부족한 존재였는데, 뱀파이어로 변하고 나서야 초자연적인 힘을 얻고 거친 면을 드러낸다. 

영화 <툼레이더Tomb Raider>의 리부트 영화에서 라라 크로프트는 항공기 불시착 사고를 당해도, 폭포 꼭대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려도 살아남으며, 화살로 무려 기관총을 물리친다. 이상한 것은 이 난리통에도 섹시한 자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성인이 되면 규칙이 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여태껏 배워온 모든 것들이 쓸모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상냥하게 행동한다고 승진하거나 힘 있는 직책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월급이 오르는 것도 절대 아니다. 지나치게 협조를 잘 했다가는 오히려 원치 않는 상황과 관계에 얽매이게 된다. 예의를 지키고 조용히 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누구도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말을 듣게 되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영화와 메시지를 이제껏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캡틴 마블>의 모습이 자신에게 어떤 뭉클함, 용기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인 메시지로 이동할 때이다. <여자는 왜 완벽하려고 애쓸까>레시마 소지니의 메시지를 읽어보면 어떨까. 조금 더 용감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