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비혼 여성이 집 사고 드레스룸을 없앤 이유?

조회수 2020. 12. 23.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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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실적인 비혼 일상기
30대 비혼 여성이 집사고
드레스룸을 없앤 이유?

자취를 시작한 이래 옷은 언제나 골칫거리였다. 늘 뼈만 남을 정도로 마르고 싶어 했던 나는, 작은 옷에 내 몸을 구겨 넣느라 아침마다 사투를 벌였다. 사투 이후의 광경은 늘 처참했다.


좁은 원룸에 ‘옷 무덤’이 가득한 그 광경이란.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치울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아 죄 없는 옷들을 발로 뻥뻥 차며 내 몸 누일 공간을 간신히 확보했다.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는 곳이 넓어진 만큼 옷 무덤의 부피도 늘어났다. 정리하고, 어지럽히고, 발로 차고, 또 정리하고.


여긴 안 돼,
여기는 그냥 버리는 방이야.

마침내 내 집이 생겼을 때, 나는 방 한 칸을 기꺼이 옷에 내주었다. 오픈 드레스룸을 만들기 위해 이케아 선반을 설치했고, 새 옷이 담긴 택배는 현관문 앞에 이삿짐처럼 쌓였다. 모든 옷을 색깔별로 정리한 후 옷관리를 위한 스타일러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분명 처음엔 나만의 작은 편집숍 같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겨울 코트와 여름 원피스, 속옷과 스타킹이 뒤엉킨 똥색의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거실이나 침실은 말끔했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은 그곳처럼 어지러웠다. 친구가 놀러 와서 그 방문을 열려고 하면 기겁하며 막아서기 바빴다.


평당 천만 원,
3평 드레스룸은 얼마?

친구가 돌아간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엇인가 이상했다. 내 집은 평당 천만 원 정도다. 드레스룸은 3평 정도 되니 3천만 원의 가격이 된다. 그만한 가치의 공간을 그냥 버려둔다고? 돈으로 계산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이 집을 마련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방 하나를 옷에 내주다니. 나는 그동안 월세도 안내는 옷에 얼마나 많은 공간을 양보하며 살아왔는가.


더는 양보할 수 없었다. 옷들을 과감하게 줄여 나갔다. 수많은 옷이 헌 옷 수거함이나 쓰레기봉투 속으로 들어갔고 유골처럼 남겨진 옷걸이는 친구에게 넘겨주었다. 탈코르셋 담론과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내가 옷을 덜어내는 일에 부스터를 달아 주었다.


미니멀 옷장을 유지하는 방법 3

옷장의 한도 정하기

지금 내 옷장 속에서 어떤 옷이 있는지 모두 기억하고 바로 써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옷들만 소유하자. 안 입는 옷이 있다면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처리하며, 버릴 옷을 실내복으로 입겠다는 미련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

루틴화된 유니폼 만들기

검정 슬랙스 3벌 + 밝은 톤의 셔츠 4벌 + 티셔츠 2벌

간절기 외투 2벌 + 겨울용 상의 5벌 + 겨울용 외투 2벌

베이직 아이템 조합을 통해 옷을 고르는 수고로움과 매칭의 어려움을 해결해보자. 아이템을 잘 선별하여 구비한다면, 불필요한 쇼핑을 줄일 수 있다.

변하지 않을 인생템 정하기

그저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 사라지지 않을 만한 브랜드의 인생템을 정해두자. 옷뿐만 아니라 신발, 가방 등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써보는 수고로움까지 덜 수 있다.


아, 하마터면
훈녀처럼 살 뻔했다!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겪었던 폭력들, 꾸밈의 반복으로 쌓아 올린 자존감, 이성애가 가능한 여성에 속한다는 안도감, 다이어트로 인생이 바뀐 여자에 대한 신화들, 노력하면 더 예쁜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일상까지 예뻐야 한다는 강박. 그래서 언제나 검열의 대상이었던 나의 몸. 나는 내 몸을 한 번이라도 긍정한 적 있었던가.


나는 이제 임시의 몸으로 사는 것은 끝내기로 했다. 그건 임시의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몇 차례에 걸쳐 옷장을 비워내고 화장품은 최소한의 것만 남겼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음에도 지금 내 생활은 인생에서 최고로 가볍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내 집 마련부터 내 마음 정리까지!


가장 현실적인 비혼 일상기

<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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