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의 재미있는 사고실험

조회수 2020. 10. 31. 05: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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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은 실제로 실험을 수행하는 대신 머리 속으로 단순화된 실험 장치와 조건을 가정하고 추론하여 수행하는 실험입니다.

현실적인 여건으로 실제로 진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수행하거나, 실제 실험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오차나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요.

‘사고실험’이라는 표현은 19세기에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외르스테드(Hans Ørsted)가 처음 사용했지만, 용어로 정의되지 않았을 뿐,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재미있는 사고실험들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역설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이 사물의 ‘운동’을 부정하기 위해 펼친 사고실험 중 하나입니다.

아킬레우스가 자기보다 10배 느린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합니다. 이때 거북이가 아킬레우스보다 100m 앞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아킬레우스가 열심히 달려 거북이가 원래 있던 곳에 도착하면 거북이는 이미 10m 나아가 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다시 그곳까지 열심히 달리지만 그동안 거북이는 또 1m 더 나아가 있습니다.
또다시 아킬레우스가 거북이가 있는 지점까지 가도 여전히 거북이는 0.1m 더 나아가 있습니다.

이렇게 둘의 사이는 점점 줄어들지만 아킬레우스는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엉뚱하게 들리지만 얼핏 보면 묘하게 설득력 있지 않나요?

물론 현대의 우리들은 이 사고실험을 손쉽게 반박할 수 있지만, 고대 그리스의 수학과 물리학으로는 제논의 실험을 반박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당신은 왕입니까 구두장이입니까?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도 자신의 저서 『인간의 지성에 관한 에세이』 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인식 경험에 관한 재미있는 사고실험을 제시합니다

어떤 나라에 왕과 구두장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두장이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모종의 이유로 왕의 영혼이 구두장이의 빈 몸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누군가가 구두장이의 몸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그가 구두장이라고 답할까요, 아니면 구두장이의 모습을 한 왕이라고 답할까요?

로크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를 왕이라 생각할 거라 대답하면서, 한 인간의 정체성이 외모보다는 의식의 연속성에 좌우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다면 이식 수술을 통해 두 사람의 뇌를 바꾸었다면 두 사람의 정체성도 바뀌는 걸까요?

또 몸을 버리고 나의 모든 기억과 의식을 네트워크에 이전하면 그것은 여전히 나일까요?

“토끼!” 혹은 “가바가이!”

미국의 논리학자 콰인은 한 용어의 의미가 ‘특정한 표현’에서가 아니라 ‘언어 전체 체계의 내부’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조금은 어렵게 들리는 이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콰인은 한 가지 사고실험을 제시합니다.

당신은 우연히 낯선 외국인과 만났습니다. 그는 당신이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미지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그때 두 사람 앞으로 토끼 한 마리가 지나쳐 갔는데, 토끼를 발견한 외국인이 ‘가바가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이때 당신은 ‘가바가이’를 뭐라고 번역할까요?

상식적으로는 당연히 ‘가바가이’를 ‘토끼’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잠시 더 생각해 보면, ‘가바가이’는 ‘토끼의 움직임 일부’ 혹은 ‘토끼의 뗄 수 없는 일부’나 ‘토끼 같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혹은 당신의 모국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의미를 가진 말일 수도 있지요

결국 번역은 원어민의 존재론적 관점을 해석하는 번역가의 개념적 구도에 좌우될 뿐, 용어와 대상 사이의 절대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곧 한 언어의 전체적인 체계와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언어와 현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각 이론에 구체적인 서사를 더하는 사고실험은 듣는 이에게 주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하고, 논리의 진행 과정에서 또다른 이론적인 차원의 질문을 도출하기도 합니다.

토머스 쿤은 사고실험이 기존 이론에 객관적인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사고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트는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에서 

수정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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