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최소 생활비 지원" 기본소득 도입 과연 가능한가?

조회수 2020. 9. 26.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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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복지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인 이유

기본소득 도입, 과연 가능한가?

일자리 감소·노동시간 단축의 대안
vs 일에 대한 동기 저하될 위험

"기본소득 도입은 복지 아닌, 혁신을 위한 경제 정책"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것이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위기와 일자리 감소 등,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기본소득 도입으로 경감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기본소득제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 등과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첨예하고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기본 소득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줄어드는 일자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주장하며, 반대 측은 아직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제도를 제대로 시행한 국가가 없고 해당 제도가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_최배근 교수

“많은 노동시간이 생산성을 보장해주는 시기는 지났다. 기본소득은 혁신을 위한 시드(seed)머니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복지제도로 기본소득이 논의되던 것은 초기 개념이며, 지금은 경제 혁신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학자 최배근 교수는 기본 소득 도입을 두고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현재와 같은 데이터 경제 시대는 기존의 법과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많으며, 이는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기본소득'이 논의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데이터 경제 시대는 ‘창의성’이 곧 경쟁력,
'기본소득'이 이를 보장할 수 있는가?

데이터 경제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창의성’이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과정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여가와 놀이’에서 발휘된다. 따라서 창의적 아이디어는 제조 제품의 생산물처럼 노동시간과 일대일의 비례관계를 갖지 않으므로 노동시간 투입에 기초한 소득 배분에는 문제가 있다. 변화한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분배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가 ‘기본소득’ 혹은 ‘사회배당금’이다. 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인 ‘기본소득’이나 도움이 아니라 인권 개념인 ‘사회배당금’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 왔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은 누진세 대신에 비례세를 옹호했지만 상속재산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므로 상속세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회의 생산물 배분에 있어서, 노동 능력이 있든 없든, 생산물 중 최소한의 일정량을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의 생존을 위해 우선 할당하고, 나머지 생산물을 노동, 자본, 재능의 3가지 요소 사이에 일정 비율로 나눌 것을 주장했다.

같이 시기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비싼 의료비나 학교 중퇴율, 범죄 증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빈곤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데, 이는 모든 사람의 재산인 토지를 극소수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 세금을 모든 사람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당을 받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어느 정도로 지급되어야 하는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자유시간을 늘리고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노동시간이 줄면 수입이 감소한다. 따라서 수입 감소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생계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일을 계속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유도하면서 일자리를 선택할 자유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국민들은 기본소득을 받음으로써 임금이 높을 뿐 아니라 가장 만족스러운 일을 선택할 수 있다. 


기본소득의 보장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활동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인다. 무엇보다 좋은 아이디어는 기업의 새로운 사업 만들기, 정부의 산업체계 다양화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도입은 복지정책을 넘어 경제정책 차원에서 고려해야 한다. 즉 저성장의 함정을 벗어나려면 ‘혁신’이 유일한 해법이고, 혁신은 좋은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기본소득은 혁신의 시드머니에 해당한다. 

'기본소득'이나 '사회배당금'
도입에 있어 장애물은?

첫째는 도입을 둘러싼 세대 간 인식의 격차 문제이다. 산업사회 이데올로기가 내면화된 기성세대는 모든 사람이 평생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기술 발전과 혁신으로 생산 과정에 필요한 인간 노동의 양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로봇이 사람 대신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농업이나 제조업, 서비스업 같은 일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노동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이에 대한 해법은 노동시간을 축소하고 일자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을 받은 개개인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개인의 행복과 사회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 큰 자유의 시간을 갖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그 결과 개인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되고 사회 혁신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기본소득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논리로, 일에 대한 동기가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공짜로 돈을 나눠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지거나 심지어 사람들이 모두 일을 그만둘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은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면 TV만 보며 해이해질 거라는 우려이다. 


그러나 TV 시청 시간이 긴 곳은 미국·터키·일본처럼 노동시간이 긴 나라들이다. 정말로 피곤한 상태에서 여유로운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TV를 시청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동시간이 짧은 나라일수록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해 어린아이나 고령자를 돌보거나 작곡이나 예술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많다. 


앞서 살펴본 두 가지 장애물은 ‘노력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20세기 가치관’과 ‘21세기 가치창출 방식’의 충돌에서 비롯한다.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즉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은 노동시간과 가치창출 간 비례관계나 가치창출에서 노동과 여가의 역할 구분 등 산업사회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그런데 21세기는 일률적이고 사무적인 결정은 컴퓨터가 수행하고, 창의성이 미래에 가장 중요한 기술로 부상한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사람들은 일에 대한 인생의 의미를 규정하고 사회에 무언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즉 사회에 창의성이 넘치려면 더 많은 자유가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나 '사회배당금'이 과연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할 과제 중 하나다.


※본 포스트는 경제학자 최배근의 신간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의 본문을

발췌 및 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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