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서 주방에 두고 싶은 소화기 어때?

조회수 2020. 11. 11.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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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가을엔 산불 등 화재 예방에 더욱 주의해야 해요. 가정에서도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를 비치하고 안전에 신경써야 하는데요.


대부분 가정에서 소화기를 비치하고 있지만 크고 무거운 소화기는 현관 입구나 베란다 한쪽에 치워두는 경우가 많아요. 소화기 사용법도 익숙하지 않아 화재 발생 시 당황해서 제대로 쓸 수도 없고요. 


예쁜 디자인으로 만들어 잘 보이는 실내에 두었다가 급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색다른 소화기가 있어요. 브랜드-K에 선정되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소화기 제조업체 '해피밀리' 여태웅 대표를 만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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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웅 대표가 경기도 용인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색다른 소화기 제조업체 해피밀리

소화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 빨간색 용기, 흉기로도 쓸 수 있는 크고 단단한 외형, 비상계단 모퉁이 등 눈에 안 띄는 곳의 위치 등.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가정집 주방으로 들어온 소화기가 있어요. 색깔도 다양하고 원통형으로 만들어 ‘텀블러 소화기’라고도 불리고 있어요.


색다른 소화기 ‘브알라(Voila)’로 서울산업진흥원과 이노디자인이 공동 주관한 중소 제조상품의 디자인&상품성 평가 은상을 받은 해피밀리(happymily.com) 여태웅(38) 대표를 경기도 용인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어요.


여 대표는 “안전용품은 예쁘지 않아 치워두는 경우가 많아서 정작 불이 났을 때는 소화기를 찾지 못해 제 기능을 못한다. 소화기도 예쁘게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눈에 띄는 곳에 둘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어요.


여 대표는 창업 전 행사 대행업체에서 7년 동안 국제 전시나 국제회의 기획을 담당했어요. 부모 모두 30년 이상 소방관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소방공무원 가족으로 어릴 때부터 안전용품과는 친숙했죠.


여 대표는 “부모님은 소방공무원이 될 것을 권유했지만 그 시기에는 하고 싶은 게 있었다"라며 “비록 소방관은 안 됐지만 평소에도 부모님이 몸담은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라고 말했어요.


회사 복도를 지나다 갑자기 비상구 앞에 방치돼 있는 소화기가 눈에 띄었죠. ‘소화기는 왜 빨간색일까. 사람들은 소화기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까. 소화기는 왜 보이면 안 되는 흉물스러운 존재가 되었을까. 어마어마한 인명·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소화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는 없을까’ 등의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고 해요.

▶소화기 같지 않은 작고 예쁜 디자인의 브알라│해피밀리

크라우드 펀딩 누리집에 제품 올려 홍보

어릴 때 아버지가 가져온 특이한 소화기도 생각났어요. 하얀색 바탕에 초록색 난이 그려져 있었어요. 법적으로 소화기 색깔이나 모양이 정해진 건 아니었죠. 부모님한테 물어보니 초록색 난이 그려진 소화기는 당시에만 잠깐 나오고 그 뒤에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여 대표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봤죠. 문재인 정부는 물론 일반인들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어요. 자신이 기획을 하면서 얻은 디자인 감각을 더하면 괜찮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가 처음에 기획한 디자인은 주방과 어울리고 예쁜 와인병 모양이었어요. 하지만 금형 등 제작 과정에서 와인병 모양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원통형으로 선회했어요. 가족회의 때 제품을 보여주니 부모님도 “예쁘다. 여력이 된다면 해봐도 좋겠다"라고 격려해 줬어요.



2017년 5월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죠. 회사 이름을 ‘안전 기반의 행복한 가정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행복(happy)과 가족(family)을 합친 ‘해피밀리’로 정했어요. 브랜드 이름에도 특히 신경을 썼어요. “소화기뿐 아니라 앞으로 늘려나갈 다양한 안전용품을 생각해 이국적이면서 세련된 단어를 찾았다"라고 여 대표는 말했어요.


프랑스어로 ‘여기에 있다’는 뜻의 안전용품 전문 브랜드 ‘브알라’는 그렇게 탄생했어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등 수많은 언어를 탐색한 결과예요. 소화기를 비롯한 안전용품이 실제 생활 반경 안에 비치되어 사람들 눈에 띄기를 바라는 그의 뜻과도 잘 맞았어요. 먼저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홍보 효과도 얻기 위해 중소 벤처기업부가 마련한 크라우드 펀딩 누리집에 제품을 올렸어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다고 확신했어요. “저희 같은 중소업체는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홍보 효과를 얻는 일이 쉽지 않은데, 정부가 브랜드 K를 만들어 품질 검증을 해주다 보니 소비자들의 신뢰도 쌓이고 홍보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방에 놓인 검은색 브알라│해피밀리

‘K 급 화재’까지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

‘브알라’는 집에 불이 났을 때 초기 진압할 수 있는 간이 소화기예요. 높이 27.5cm의 길쭉한 원통형으로 금색·흰색·검은색·빨간색 등 색깔이 다양해요. 사용법 역시 일반 소화기와 달리 분무 살충제처럼 에어로졸로 만들었어요. 상단부를 옆으로 돌려 잠금을 푼 뒤 누르면 소화액이 분사돼요. 무게 745g, 용량 400㎖로 어린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요.


“소화기 사용법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써본 사람은 많지 않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 혼자서 무거운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대한 가볍고 사용법이 간단한 소화기, 남녀노소 누구나 쓸 수 있는 소화기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그는 설명했어요.


소화기 답지 않은 작고 예쁜 디자인으로 주방이나 선반 한쪽을 차지할 자격은 갖췄어요. 그렇다면 성능은 어떨까요? 가정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대부분 주방에서 시작돼요. 주방에서 사용하는 식용유는 휘발유와 달리 발화점이 끓는점보다 낮아 식용유 자체 온도를 낮춰야 화재를 진압할 수 있어요.


A·B·C급에 사용하는 일반 분말소화기로는 쉽게 진압할 수 없는 부분이죠. A급은 종이나 나무 등에서 불이 붙은 일반 화재를 말하고, B급은 휘발유나 등유 등 인화성 액체에서 불이 나는 화재, C급은 전기가 누전돼 일어난 화재를 의미해요. 반면 K급은 주방에서 동·식물유를 취급하는 조리 기구에서 일어나는 화재로, 브알라는 K급 화재까지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예요.



여 대표는 “브알라를 누르면 나오는 소화 물질은 분말이 아니라 강화액”이라며 “강화액은 빠른 비누화 기능으로 초기에 화염을 진압하고, 식용유 자체의 온도를 빠르게 냉각시켜 가정용 소화기에 적합한 물질”이라고 설명했어요. 강화액은 음식점 주방에는 법으로 필히 설치해야 하는 인증된 소화약제예요.


소화기가 작다고 힘도 약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에요. 브알라의 분사 시간은 23초로 일반 분말소화기(3.3kg)의 12초와 비교해 두 배나 길어요. 분사 거리는 3~4m로 가정에서 불이 일어난 초기 화재를 진압하기에 충분해요.


또 강화액은 어는점이 영하 20℃ 이하이기 때문에 겨울에도 사용이 가능하며, 액체라서 분말소화기처럼 주기적으로 흔들어줄 필요도 없어요. 소화액이 눌어붙지 않아 닦아내는 것으로 뒤처리가 가능하고, 한 번 사용한 뒤에는 같은 용기에 강화액을 다시 채워 계속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다만, 구입 비용은 일반 분말소화기보다 비싸요. 여 대표는 “처음에는 분말로 만들 생각도 했지만 그럴 경우 다른 제품들과 경쟁력이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타제품과 차별화를 생각하며 소화약제를 파고들다 보니 가정용으로 적합한 강화액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어요. 소화기의 경우 소모품이지만 한번 구입하면 몇 년 동안 비치할 수 있다는 점도 강화액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요인이죠.

안전용품 전문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

브알라 소화기의 주 고객층은 가정집이에요. 건물과 시설 등에 의무적으로 두는 소화기는 값싼 분말소화기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요. 몇 년 전부터 식당 주방에는 강화액 소화기를 비치하도록 법제화됐지만 4ℓ 이상 대형이어서 디자인으로 승부하기는 만만치 않죠.


가정집에서는 예쁜 디자인이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일 수 있어요. 주방 가까이에 둘 수 있고, 아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뒤처리도 간단한 브알라가 경쟁력이 있죠. 식용유 등으로 인한 화재가 많은 가정에서는 일반 분말소화기보다 K급 소화기가 더 필요해요. 하지만 가정집은 소화기 설치가 의무는 아니어서 일반인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해요.


여 대표는 “요즘은 소소한 제품들도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라며 “인테리어 면에서 미관을 해치지 않고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일반인들도 필요성을 인식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어요.


안전용품 전문 회사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인 그는 최근 ‘차 선생’이란 이름의 운전 안내 스틱도 출시했어요. 차량을 차도 가운데 맞추기 어려워하는 초보 운전자 등을 위해 만들었죠. 스틱을 차 유리 안쪽 아래쪽에 부착해서 차선을 스틱에 맞춰 운전하면 돼요. 스틱을 기준으로 차도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쏠리는지 확인하며 운전할 수 있어요.


이 제품은 2월 서울산업진흥원이 하는 ‘2020 서울 어워드’에서 아이디어 우수 상품으로 선정됐어요.


여 대표는 장수하는 브랜드 기업을 꿈꾸고 있어요. 그는 “만들자마자 잘 팔리는 제품들이 있지만 ‘브알라’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좀 더 알려지고 인정받는 등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안전과 관련해 이롭고 센스 있는 디자인 제품으로 오래갈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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