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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 안 읽으면 후회하는 책 7권 : 책나눔위원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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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가을 바람과 함께 거리엔 낙엽이 잔뜩 쌓여가고 있어요. 짧은 가을이 끝나고 곧 겨울이 올 것 같은 추운 날인데요. 독서의 계절 가을이 가기 전에 이런 책 한권 읽어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분야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7권을 책나눔위원회에서 추천해드립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 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매달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연년세세
황정은 지음 / 창비 펴냄 (문학)

견디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고통을 말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는 간절하게 누군가를 불러요. 자신의 슬픔을 대신 전해줄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황정은의 '연년세세'는 그렇게 오랫동안 견디고, 기다리고, 침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들은 소리 내어 아픔을 말하지 못하고, 변명할 기회를 줘도 아무런 변명을 하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해요. 이 세상 수많은 ‘순자들’의 이야기, 멀리서 보면 그저 순하게 길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황정은 작가의 힘찬 붓질을 통해 비로소 어엿한 주체의 이야기로, 당당한 개인의 이야기로 눈부시게 다시 태어나요. 


독자는 이 네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나, 우리, 그들,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을 이루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돼요. 아픔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는 시간, '연년세세'를 읽는 시간은 바로 우리 자신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따스한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될 거예요.

정여울 위원(<나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열하일기 첫걸음
박수밀 지음 / 돌베개 펴냄 (인문예술)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에요. 조선 후기 최고의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열하일기'에 대한 많은 책 가운데 이만한 입문서를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세계 최고의 기행문 중 하나라는 평가에도 정작 어떤 점이 우리가 자랑할 만한 문학적 성취인지에 대한 증거는 지금껏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이 책을 지금의 시대와 활발하게 만날 수 있게 하는 시선은 매우 신선하고 유의미하죠. 저자가 25년 넘게 연암에 집중하면서 그와 호흡하고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의 고민을 엿보고자 했던 흔적을 촘촘하게 담아냈어요. 


누구나 '열하일기'는 ‘대충’ 알고 있고 들어봤지만 정작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책인데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내기 위한 안내서로서는 최적의 책이에요. 특히 12장 ‘지금 여기에서 열하일기 읽는 법’은 저자의 학문적 노력과 성취의 결정체라 할 수 있어요.

김경집 위원(인문학자)

비거닝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펴냄 (사회과학)

살다 보면,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는 지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어느 별 사이 정도의 거리감이 있어요. 이런 거리감을 자주 접하는 영역이 건강관리, 환경보호, 식생활이에요.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영역들이 중첩되는 지점에 채식이 존재해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말처럼, 앎이 행함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데서 비롯하는 인지부조화는 편리도 하고, 나름대로 그럴 듯한 합리화 기제를 통해 쉽게 정리되곤 해요. 그러나 한결같은 지행일치의 엄격함은 아니지만 단속적인 지행일치라도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의 의미가 있다면 앎이 행함으로 연결되는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도 제법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은 간혹만 성공하더라도 모이면 의미가 클 회색 채식에 대해 이야기해요. 대부분이 필요성을 알고, 해보려 하지만 실패하곤 하는 채식. 그 어려움에 공감하고 실패로 규정된 행함의 눈높이를 좀 낮춰, 가능한 수준의 채식도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줘요. 아주 결연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이준호 위원(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남극이 부른다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펴냄 (자연과학)

언젠가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남극의 극지연구소에 자원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어요. 물론 배를 오래 타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뱃멀미가 심한 나는 곧 상상을 거두었지만 극지연구소는 마음속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아 있었죠. 


이 책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박숭현 박사의 25년에 걸친 해저 탐사와 연구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는 해양과학자로 배를 타고 동태평양 탐사부터 시작해 서태평양, 남태평양, 대서양 남극해까지 총 25회의 해양 탐사에 참여했어요. 


이 책은 그가 참여했던 해양 탐사의 내용을 담은 탐사기이자 다양한 선상 체험, 여러 과학자와 작업하며 느낀 감정이 녹아 있는 이야기예요. 저는 이 책을 통해 바닷속 지질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고 바다가 품고 있는 지구에 대한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어요. 지구, 탐사, 바다, 모험, 도전 등의 단어에 조금이라도 끌리는 사람이라면 꼭 일독하기 권해요.

송기원 위원(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지음 / 슬로비 펴냄 (실용 일반)

‘일회용 종이컵은 재활용이 가능해서 종이류로 배출한다’. 이 문장의 답은 O일까, X일까. 정답은 X예요. 일회용 종이컵은 코팅이 돼 있어 일반 종이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워요.


우리는 일상적으로 재활용을 하며 살아가지만 대략적 기준만 알고 있을 뿐 세세한 품목에 이르면 적당히 분리하곤 해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이에요. 재활용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분류, 활용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큰 틀에서 분리 기준을 익힐 수 있어요.


플라스틱, 유리 등 품목별로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국내 기준은 물론 여러 상황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요. 문답식 구성과 한눈에 들어오는 일러스트가 독자의 이해를 도와줘요. 소비자의 분리배출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재활용이 가능하게 생산하는 거예요. 소비자는 정부와 생산자에게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만들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해요.

달에서 아침을
이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그림책·동화)

학교폭력은 이제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에요.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듯한 일들을 아동·청소년 문학도 일상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표면 현상을 넘어 이면을 살피고 주변부도 아우르며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희망적으로 포착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아요.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낸 작품이 '달에서 아침을'이에요. 


그림책 형식이지만 규모와 내용은 소설 같아서 ‘그림책 노블’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지는 책.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떠올리는 제목을 비롯해 그 영화 속 모티프가 간간이 사용되는데, ‘오마주(존경)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듯 이야기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깊고도 따뜻한 반향을 불러일으켜요. 


괴롭히는 비둘기와 당하는 토끼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곰 등 동물 의인화 전략이 참신하면서도 적절해요. 무엇보다 토끼와 곰이 흔들림 속에서도 자아를 형성하며 성숙하게 깊어가는 우정을 나누는 결말이 믿음직해요. 친구 문제로 괴로운 아이들뿐 아니라 흔들리는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김서정 위원(동화작가)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
박영택 지음 / 스푼북 펴냄 (청소년)

모든 사물은 역사 속에 존재하면서 역사를 만들어가요. 따라서 그와 관련되지 않은 게 없으나 이를 알아차리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아요. 역사의 흐름에 떠밀리는 동시에 흐름 자체를 형성하기에, 또 역사의 빛깔과 몸피는 무한히 다양하고 거대하기 때문에, 현재는 말할 것 없고 과거의 것 역시 개체와 전체 사이를 연관 짓기가 매우 어려워요. 


이 책은 세계사에서 르네상스 시대란 어떤 시기이고, 그것을 이끈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이 한 일은 무엇인지 많은 도판을 통해 자세히 풀이하고 있어요. 


정작 메디치 가문 이야기는 중간에서야 시작되는데, 역사의 맥락 속에서 그 가문의 역할과 업적을 짚어내기 위해서예요. 우선 이 책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보티첼리의 비너스 그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 등을 르네상스 정신이나 공화정의 지향 속에서 이해하도록 이끌어줘요. 아울러 작품에서 나아가, 메디치 가문의 ‘예술후원 활동’을 통해 역사의 흐름에서 각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요.

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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