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젖병을 통해 하루에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을지도 모른다고?

조회수 2020. 11. 4. 18: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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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고 저렴한 플라스틱 제품은 일상생활 어디서나 자주 사용되고 있어요. 쉽게 썩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플라스틱 제품에서 작게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더욱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영향을 줄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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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뜻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은 알려진 지 제법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10월 19일 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발표된 새 연구는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의 존 볼런드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아기가 젖병에서 하루에 무려 수백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지침에 따라 젖병을 뜨거운 물에 소독하고 거기에 유동식을 준비하는 경우 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분해돼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한국을 비롯한 48개 나라의 젖병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그 결과 물 온도 70℃ 정도로 소독했을 때 리터당 130만 개에서 최대 162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토대로 아기가 하루에 섭취하는 플라스틱양을 조사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치와 비슷한 하루 130만 개 정도를 흡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젖병 재질은 특별히 불량한 것이 아닙니다. 젖병을 포함한 음식 용기에 흔히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이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전파

근래 발표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무섭습니다.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플라스틱 습격’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2019년 12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스테퍼니 라이트프롬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이 비에 섞여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영국 런던, 중국 퉁관, 프랑스 파리, 독일 함부르크 등 4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지만 연구진의 분석은 세계 어느 도시도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들 도심의 건물 8곳에서 비에 섞여 떨어진 미세플라스틱의 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1㎡당 하루 평균 575개에서 1008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라스틱 종류도 15개로 다양했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의류 등에 쓰이는 아크릴 성분의 플라스틱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떨어진 미세플라스틱은 한곳에 머물지 않습니다. 작고 가벼운 만큼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전파됩니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진은 6월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서부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처럼 도시와 먼 상당한 야생 지역에도 연간 1000톤이 넘는 미세플라스틱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쌓인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페트병으로 치면 1억 2000만에서 3억 개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2019년 4월 프랑스 툴루즈 인근의 에코랩연구소 스티브 앨런 박사 등이 이끄는 연구진은 유럽 피레네산맥의 고산지대까지 이런 바람에 실린 미세플라스틱이 쌓이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전파에 대한 우려는 주로 물과 생물체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물에 섞여 들어가고, 이것이 강과 바다를 오염시켜 해양 생물이 먹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명체 안에 들어온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해 우리 밥상 등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잘게 부서져 몸 안에까지 남아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여기에 더해 비와 바람을 타고도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주변을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기에 섞여서 흩날린다면 지구상에 호흡하는 모든 생명은 미세플라스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호흡기 등으로 들어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우리와 다른 생명에게 지금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고 또 현재 미치고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뜻이죠. 


에코랩의 더니 앨런 연구원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호흡기로 들어올 만한 작은 크기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 우리는 이들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 모른다. 석면과 같은 작용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석면은 한때 좋은 단열성과 화학약품에 대한 저항성으로 집을 짓는 데 널리 사용되었다가,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재질입니다.


플라스틱이 제2의 석면처럼 퇴출당하는 날이 올까요? 문제는 플라스틱이 석면 따위보다 훨씬 밀접하게 현대인의 삶과 결합돼 있다는 점입니다. 가볍고 튼튼하고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은 그러나 썩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습니다. 유용한 제품이나 쓰레기로뿐만 아니라 잘게 부서져 물로, 음식으로, 호흡기로 몸 안에까지 남는 것이죠.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지금도 그 영향에 대해 잘 모른 채 쉽게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매년 3억 3500만 톤(2016년 생산 기준) 넘게 쏟아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우리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을 떨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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