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한국 출판문화진흥원의 책나눔위원들이 추천한 7권의 책을 살펴보세요. 

돌봄 노동에서 자신을 잊어버린 여성을 다룬 소설부터 흔들리는 마흔살들이 읽어야 할 책, 고래의 노래와 동네 책방에 관한 책까지 다양한 책들이 추천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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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해요.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공감'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매달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나이 마흔은 인생의 변곡점이에요. 마음은 불안하고 인간관계는 난맥이며 미래의 일은 불투명하죠. 40대가 겪는 인생의 난제들에 대해 역사적 인물을 소환해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은, 마흔이 묻고 역사가 답하는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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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은 사람들을 통해 지금 나의 삶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과 든든한 격려를 전해주는 역사 속 38명의, 각각 마흔의 고개를 넘으며 자신을 챙겼던 삶을 통해 배우고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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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흔의 지점에서 자신의 삶을 복기(復棋)하면서 유사한 문제와 다시 만나는 것은 과거를 통해 얻은 깨우침을 미래를 위해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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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와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삶이 흔들린다고 느낄 때 좋은 좌표를 찾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에요. 그렇게 흔들리는 나이 마흔에 어설픈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성찰과 통찰의 시간을마련하기에 매우 적절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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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인물 그리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기에 마흔의 나이는 딱 맞지 않을까요?

김경집 위원(인문학자)

가장 간절하게 이해받고 싶은 사람에게 가장 심각하게 오해받는 이야기, 그리하여 가장 지키고 싶었던 사랑을 잃어버리는 사람의 이야기. 이주혜의 '자두'는 바로 이런 고통의 한가운데서 분투하고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아버지 안병일의 병간호를 맡게 된 ‘나’는 지극정성으로 돌봄노동을 감내하지만, 안병일의 욕설과 폭력은 처음에는 간병인에게 향하다가 결국 며느리인 ‘나’에게 향하죠. 더없이 사랑했던 남편도, 더없이 존경했던 시아버지도, 어느새 돌봄노동의 악덕 고용주이자 무너져가는 가부장적 권력의 마지막 수행자처럼 행동함으로써 ‘나’의 존엄과 사랑의 최후 방어선마저 파괴해버려요. 

사랑도 믿음도 가족도 무너진 상황에서, ‘나’의 아픔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은 간병인 황영옥이었어요. 단 한마디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소통한 느낌, 바로 그 여성들의 아름다운 연대감이 이 소설이 자아내는 감동의 원천이에요.

정여울 위원('나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표준국어대사전)으로 정의하는 염치는 요즘 세상에서 점점 박제화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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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느끼고, 염치를 차리려 노력하고, 염치없음을 고백하며 상대의 양해를 구하던 사회가 이제는 무감각해져 염치를 모르고, 조금이라도 손해 볼까 봐 염치를 외면하는 모습이 난무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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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위치와 연륜만큼 체면의 면적도 넓어서 염치의미덕을 보여주기 쉽고, 보여줄 책임이 있는 윗사람, 윗세대가 앞장서 염치를 유물로 만드는 당황스러운 사건, 상황, 기사를 접하다 보면 보이지 않아 우려되는 사회의 위기가 비단 코로나19만은 아니라고 여겨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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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우리 사회에서 가볍지 않은 쟁점인 염치에 대한 무겁지 않은 고찰이에요. 학술적 접근보다는 염치를 고민하고, 실천하며, 지속 가능하기를 바라는 다양한 계층,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통한 직간접적 메시지로 염치의 가치와 기능을 재조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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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염치가 부끄러움 없이 자리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이준호 위원(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유진규 지음 / 바틀비 펴냄 (자연과학)

배가 고파도 먹고, 배가 불러도 맛있어서 먹고, 마음이 허전해도 먹어요. 이것이 요즘 흔한 ‘먹방(먹는 방송)’들이 보여주는 우리의 심리 상태이자 문화예요. 우리는 왜, 혹은 어쩌다가 ‘단짠단짠’에 열광하고, 정크푸드인 줄 뻔히 알지만 먹기를 멈출 수가없고, 과식했는데도 입이 원해서 또 뭔가를 찾게 되었을까요? ​ 

이 책은 화제가 되었던 EBS 다큐 프라임 '맛의 배신'의 원작으로, 저자는 현대인이 끊임없이 먹는 데 집착하고 과식하는 이유를 오랜 기간 파헤쳐 그 과학적 원인을 제시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경향이 우리의 의지가 약하거나 심리상태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현대 식품 산업에 숨겨진 ‘향미의 왜곡’과 ‘맛의 배신’ 때문이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 

이 책은 맛과 건강, 음식과 인류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제대로 된 식생활을 회복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의 식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해요.

송기원 위원(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지만 손으로 소리를 들으면서 라디오 고치는 데 능숙한 아이리스. 유일하게 말이 통하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실의에 잠겨 있던 중 독특한 고래를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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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래와 달리 55헤르츠(Hertz)의 소리를 내서 주변 고래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따돌림을 당하고 혼자 바다를 헤맨다는 블루55. 너와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리스는 55헤르츠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직접 방수 스피커를 만들어 블루55가 올만한 바다를 찾아가요.

팽팽한 구성과 다양한 인물이 만들어내는 우여곡절에 가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뜨거워지기도 하는데 마지막 장면,바다로 뛰어들어 블루55를 위한 노래를 켠 아이리스와 그 소리에 되돌아온 고래가 함께 헤엄치는 장면에서는 그예 울음이 터지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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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장애인 이야기도 동물보호 이야기도 아닌, 간절히 소통을 원하고 그것을 이루는 두 존재에 관한 아름답고 뭉클한 송가예요. 손수건을 준비하고, 뜨거운 눈물 뒤의 서늘한 기쁨을 만끽해봐요.

김서정 위원(동화작가)

몇 년 전, 한 동네책방을 취재했어요. 한쪽 벽에 그곳에서 책을 읽고 여러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성장한 어린이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놓여 있었죠.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서점 대표는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이 필요한지 훤히 알고 있었어요. ​ 

아이들은 그곳에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미래를 현명하게 가꿀 성인으로 성장했고 동네책방은 어느새 지역에 꼭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어요. ​ 

'동네책방 생존 탐구'는 저마다의 책방들이 개성 있는 큐레이션(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정보를 추천해 주는 일)으로, 주제가 있는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으로 독자, 지역과 소통하는 법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아가 책은 동네책방에 녹록하지 않은 출판 유통구조와 최근 현안 중 하나인 도서정가제의 필요성 등 동네책방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민할 지점들도 짚고 있죠. 어려움 속에서도 동네책방은 독자가 점점 줄어드는 사회에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어요.

송현경 위원(내일신문 기자)

사과와 배는 같지 않아요. 하지만 각각 세 개의 사과와 배는 3 = 3으로 같아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개념으로 이루어진 ‘수’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수의 학문, 즉 수학은 이렇게 추상적이에요. 무엇이 없음도 0(제로)이라는 생각과 글자로 ‘있게’ 하는 수학은, 개념의 탑이요 사고의 대륙이죠. 그것은 무한히 다양하고 변화하는 현상을 설명할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고 표현하고 있어요.

공부라는 게 철저히 도구화된 한국의 초·중등 교육에서 수학은 공식을 사색하는 게 아니라 대입해 계산하는 것으로, 그 본질에서 아주 멀어졌어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수학 없는 요일을 만들어” 수학 공부를 덜 시키고 싶다는 저자는 함수, 방정식 등 수학의 기본 개념이 왜 생겨났고 어떤 진실을 다루고 있는지 풀이해요.

수학이 논리적 수단만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찾는, 인간을 향상시키는 아름답고 선한 것임을 역설하고 있어요. 뒤로 갈수록 조금 까다로운 개념이 나오지만, 그래서 오히려 수학 맛들이기에 좋은 책이에요.

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