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경기 보기에 가장 좋은 자리는? 관중석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

조회수 2020. 10. 19.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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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프리미어리그, 미국 메이저 리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TV로 보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경기 진행에 따른 관중들의 반응이 화면에도 잘 보이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경기장에 있는 관중과 함께 열광하며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관람객의 경기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데는 관중석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해요. 이는 스포츠 경기의 흥행을 좌우할 정도인데요. 우리나라 관람석은 어떤 지 한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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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의 야구장은 포수 뒤 담장이 매우 낮아서 관람객이 카메라에 잡힌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스포츠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어요. 무관중 경기를 TV로 보고 있으면 경기의 가치가 떨어져 보이고 흥미도 줄어드는데요. 아무리 중요한 경기라 해도 관객이 들어차지 않으면, 그래서 드문드문 빈 좌석이 보이면 그 경기는 2류 경기로 전락해요. 


반면 그다지 중요한 경기가 아니더라도 관중석이 꽉 차면, 보는 이들은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어 흥분하게 되고 마치 스릴러 영화에 빠지듯 경기에 몰입할 수 있어요.

그것은 군중심리 효과 때문이기도 한데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있을 때 흥분은 전염되죠. 눈으로 거대한 군중의 열광을 보고, 동시에 귀로 엄청난 함성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이성적이고 침착한 사람이라 해도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감정이 고양돼 관객과 한마음이 되는 거예요. 


집에서 TV로 볼 때보다 현장에서 관람할 때 훨씬 재미를 느끼는 것은 바로 이 군중심리 효과 때문이에요. 처음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간 아이들이 금세 그 스포츠에 빠져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것은 아마도 원시시대 때 첫 사냥을 나간 부족의 남자아이들이 느꼈을 감정과 비슷할 거예요.

▶잠실야구장의 포수 뒤 관람석은 높은 담장으로 인해 관람객이 카메라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관중의 흥분은 흥행의 열쇠

그러니 관중의 흥분은 흥행의 열쇠이죠. 물론 경기 자체의 재미가 그런 흥분을 자아내는 결정적인 원인이에요. 여기에 더해 경기장 디자인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먼저 경기장과 관객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야 해요. 어떤 종목이든 현대 경기장의 디자인은 경기장과 관람객 사이의 완충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왔어요.

예를 들어 축구장은 가능한 한 전용 구장이어야 해요. 과거 한국에는 축구 전용 구장이 없었어요. 육상 트랙이라는 꽤 넓은 완충지대가 있고 그 뒤로 관람석이 배치되어 관중이 선수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끼는 데 한계가 있었죠. 


어린 시절 TV로 독일이나 영국 축구를 어쩌다 보면서 선수와 관객의 완충지대가 거의 없이 밀착된 걸 보고 그들의 경기장 문화를 부러워하곤 했어요. 경기장에 가지 않고 TV로 볼 때도 관중의 존재는 TV 관람자들의 경기 몰입도에 큰 영향을 미쳐요. 요즘 무관중 경기가 재미없어 보이는 이유도 텅 빈 관중석 때문이에요. 그러니 사진이나 인형으로 가짜 관중을 만들고, 가짜 함성 소리를 트는 것은 순전히 TV 시청자를 위한 배려예요.

경기장과 관중석의 거리를 좁히는 건 TV 시청자들의 경기 감상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경기가 훨씬 흥미진진해 보이기 때문인데요. 나는 이것 역시 어린 시절 선진 야구 중계를 보면서 깨달았어요. 야구 경기는 축구와 달리 중계 화면의 대부분이 외야에서 투수와 포수, 타자가 있는 방향을 잡아요.

야구 경기란 지루할 정도로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기다리는 장면의 반복이에요. 야구 중계 화면의 대부분을 이 장면이 차지하죠. 이때 포수 뒤 관중의 존재 여부는 경기 감상의 질을 좌우해요.

한국 야구장은 포수 뒤에 높은 담장이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서 중계 카메라에 관중이 전혀 잡히지 않고 담장에 붙은 광고만 보여요. 반면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담이 매우 낮아서 많은 관중의 모습이 잡혀요. 포수 뒤쪽 좌석에 앉은 관중의 얼굴과 자세, 행동이 보이는 거죠. 그들이 공 하나하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보여요.

▶일본 야구장 방식을 따른 과거 동대문야구장은 포수 뒤 관람석이 일종의 본부석 역할을 했다.

이렇게 경기장의 선수들과 관객의 모습이 동시에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경기의 현장감과 생생함을 전달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에요. 경기에서 승부의 결정적 순간이 되면 포수 뒤쪽 관객들의 흥분 상태가 카메라에 잡혀요. 그래서 TV 시청자도 현장 관람객의 긴장을 똑같이 느끼며 투구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되고요.

그렇다면 한국의 야구장은 왜 그토록 담장을 높게 쌓았을까요? 그것은 일본 야구장을 모델로 따랐기 때문이에요. 어떤 문화든 다른 나라로 전해지면 토착 문화와 결합해 절충적인 것이 태어나기 마련이에요. 미국의 야구장과 달리 일본 야구장은 포수 뒤쪽 관중석을 높다랗게 설계했어요. 왜 그 부분을 높였을까요? 경기장에서 관람하기 가장 좋은 곳, 주요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늘 권력자와 부자들의 차지였어요.

야구장에서는 이렇게 가장 시야가 좋은 곳이 바로 포수 뒤 관람석이에요. 일본인들은 이곳에 이른바 ‘본부석’의 개념을 넣었어요. 이곳은 경기를 운영하는 요원들뿐 아니라 귀빈(VIP), 최고로 높은 가격의 좌석을 살 수 있는 부자들이 차지하도록 한 것이죠.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앉는 곳이니 일반인의 관람석과 차별화할 필요를 느꼈을 거예요. 그리하여 양옆의 1루 측과 3루 측 관중석보다 높였어요. 한국의 야구장도 이런 일본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였어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 경기장. 관람석이 경기장에 밀착되어 관객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권위주의와 차별의 표시인 본부석과 테이블석

그러니 본부석은 권위주의와 계급 차별의 분명한 표시예요. 미국 야구장에는 없는 이런 권위주의적인 디자인이 일본 야구장에는 도입되었고, 과거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장인 동대문야구장, 잠실야구장, 부산 사직구장,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도 자연스럽게 그런 디자인이 적용되었어요. 


그 결과 카메라에 관중이 잡히지 않고, TV 시청자들에게는 그만큼 박진감이 떨어지게 되었죠. 21세기에 새로 준공된 광주와 대구의 야구장은 그 높이를 낮췄지만, 여전히 아쉬워요. 가장 최근에 완공된 창원NC파크만이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같은 수준의 낮은 담장을 채택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인 디자인이 있는데요. 바로 테이블석이에요. 테이블석은 더 많은 공간과 편리를 부여한 비싼 티켓이에요. 이 테이블석은 주로 포수 뒷자리 가장 시야가 좋은 곳에 마련했어요. 


테이블석 한 좌석은 일반 좌석 세 자리 정도를 차지해요. 따라서 관람하기 가장 좋은 자리의 좌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아요. 테이블석으로 가득 찬 관람석이 TV 화면에 잡힐 때도 보기 좋지 않고요. 이는 로마의 황제와 귀족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식탁까지 차려놓고 음식을 즐기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장의 관람석에 사진으로 가짜 관중을 세워놓았다.│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경우 이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고가의 테이블석은 시야가 가장 좋은 포수 뒷자리에 절대로 마련하지 않아요. 그것은 낭비이기 때문이죠. 물론 테이블석의 높은 가격 때문에 구단 수입은 더 올라갈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곳은 경기에 집중하는 열광적인 팬들의 차지가 되어야 해요.

전용 관람석(스카이박스석), 테라스석 같은 공간 차지형 좌석은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가장 좋은 시야에서 조금 먼 곳에 배치돼요. 그것이 공평하죠. 그런 의미에서 시야가 가장 좋은 포수 뒤 관중석의 테이블 역시 부적절해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월드시리즈를 관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는 최고의 VIP이므로 당연히 테이블석에 앉았어요. 그 테이블석은 포수 뒷좌석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에요. 뿐만 아니라 테이블의 폭마저 한국 테이블석의 절반에 그쳐요. 이것이 민주적인 관람석 디자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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