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 찍힌 점은 모두 몇 개 일까요?

조회수 2020. 10. 7.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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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이 있어요. 김덕기 화가의 그림이 그렇답니다. 


가족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그리는 김덕기는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주로 표현하는 화가예요. 그의 그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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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기, ‘가족-돼지씨름’, 장지에 혼합재료, 66×92cm, 2006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은? 단연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이 아닐까요? 세잔부터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드가, 쇠라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그림이 눈앞에 선한데요. 이렇게 세상 사람들이 인상주의 그림을 좋아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그림값이 비싸서도 아니고, 작가들의 극적인 인생 이야기 때문만도 아니에요.

남들이 좋다니까 덩달아 좋아하는 이유는 더욱 아닐 거예요. 물론 전문적인 미술사적 맥락에서 보더라도 인상주의가 이룬 성과는 매우 중요해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인상주의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보기에 부담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부분 인상주의 그림은 보기에 편안하고 아름다워요. 내용도 쉽고 색채도 화려하죠. 이해하기엔 골치 아픈 현대미술과 비교하면 훨씬 친근하고 예쁘기까지 해요. 인상주의는 1800년대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등장한 미술사조예요. 비슷한 시기 화가들에겐 사실적인 재현 기법이 무의미해졌고, 20세기 접어들면서 많은 화가들은 추상미술의 세계를 개척했어요.

인상주의는 구상과 추상의 중간 단계에 위치하는데요. 다시 말해 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건너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죠. 인상주의 미술이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과거의 아련한 향수와 평온함을 선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고도로 발달한 기계문명 이전 세계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 김덕기, ‘가족-함께하는 시간’, 캔버스에 아크릴릭, 53×72.7cm, 2018

초기작부터 화목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 그려

여기, 마치 인상주의 작품처럼 말랑말랑하고 포근한 그림이 있어요. 색깔도 원색적이고 산뜻해요. 근심 걱정 없는 듯한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매력을 물씬 풍기죠.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바로 김덕기. 그림과 더불어 여러 종류 아트 상품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화가에요.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행복한 가족의 일상’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김덕기는 주제를 억지로 쥐어짜거나 골머리 썩이며 찾아다니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저 자기가 실제로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릴 뿐이죠. 초기작부터 화목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줄곧 그려오고 있어요. 한 번이라도 작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림 내용과 작가의 성품, 사는 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구나!’ 하고 감탄할 거예요. 그림 속 장면은 실제 그가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이 대목에서 작가의 성장 배경과 사는 모습을 살짝 엿볼까요?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김덕기는 어려서부터 천성이 온순했다고 해요. 서울예고에 입학하면서 서울에서 홀로 사춘기를 보낸 그는 서울대 동양화과에 진학했어요. 


대학 시절엔 햇빛 잘 드는 실기실 창가에서 유리컵에 양파를 키웠을 정도로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어요. 아니나 다를까, 부창부수! 아내 역시 실험실에서 식물종자 배양 실험에 몰두하던 생물학 전공자를 만났어요. 그림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꽃과 나무 같은 자연의 형상은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아들과 딸, 강아지, 식탁, 꽃밭 정원 같은 소재 역시 초지일관 다루는 주제인 ‘행복한 가족’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죠. 이처럼 김덕기는 남편과 아빠로서 느끼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솔직담백하게 기록하고 있어요. 비슷한 연배 현대미술 작가들이 보여주는 심각한 주제와 사뭇 비교되죠. 평범한 주제가 오히려 더욱 돋보이고 차별화되는 형국이 아닐 수 없어요.

▶김덕기, ‘행복한 집’, 한지에 수묵채색, 40×50cm, 1999

캔버스 위에서 농사짓듯 성실하게

김덕기는 고향인 여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온종일 그림만 그리는 전업작가의 길을 가고 있어요. 10여 년 동안 서울 보성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교사를 그만두고 전문 화가로서 오직 그림에만 전념하겠다고 과감한 결정을 했죠. 이런 선택은 모험이자 도전이었어요. 결과는 성공적. 그의 그림은 예술성과 대중성, 상업성을 동시에 획득했어요.

김덕기의 그리기 방식과 결과물인 작품은 ‘농부’와 ‘곡식’에 비유할 수 있어요. 땅 위에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가꾸는 농부처럼 그는 캔버스 위에서 농사를 짓듯 성실하게 그림을 그려요.

화면 위에 펼쳐진 수많은 물감 자국을 보노라면 농부처럼 땀 흘리며 작업하는 화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요. 실제로 그림을 가까이에서 보면 고단한 노동의 흔적과 그 근면함을 확인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김덕기는 농부처럼 성실한 화가예요. 지금까지 보여준 엄청난 작업량이 이런 평가를 대변해주죠.

김덕기가 표현하는 독특한 제작 방식인 점묘(點描)는 형상과 색채를 동시에 부각하고 있어요. 따라서 후기인상주의 작가 조르주 쇠라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동양화 기법인 공필화법(工筆畵法)에 가까워 보여요. 고도의 집중력과 타고난 손재주가 필요한 까닭이에요. 


무수히 많은 점을 집요하게 반복적으로 찍는 행위는 정성과 재능 없이는 불가능한 화법이에요. 이렇게 그려진 김덕기의 행복한 그림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마음을 전해줘요. 그림처럼 정상적인 일상을 회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보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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