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학원 강사 때려치고 농부가 된 사연 궁금해?

조회수 2020. 9. 7. 14:11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도시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오영록 대표는 귀농을 해서 농사를 짓고 싶었어요. 하지만, 귀농이 어려워지자 도시에서 생활하며 농업을 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바로, 미세먼지와 도심 기온 상승 등 도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농업 회사 '그린메이커스'예요.


농사가 좋아서 뛰어든 새로운 분야,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도시 녹지화 사업 등 지구환경을 지키고 있는 도시농업 회사 오영록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기


▶오영록 대표가 서울 구의3동 주민센터 녹색커튼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오영록
귀농하고 싶었지만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도시농업입니다.

오영록(53) 그린메이커스 대표는 안정적인 학원사업을 접고 서울에서 도시농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어요. 오 대표는 3년 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했는데요. 학생들 사이에서 잘 가르친다는 평판을 얻어 수강생이 300명쯤 됐다고 해요.

어지간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수입이 나았는데요. 두 명의 자식을 키우며 먹고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해고될 걱정도 없었어요. 학원 경영자여서 친구들이 겪는 직장 스트레스도 덜했고요.

부족하지 않은 서울 생활이었지만 그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도시 생활에 지쳐갔어요. 전남 여수 시내에서 자라 농사를 지어본 경험도, 추억도 없지만 그는 어느 날 불현듯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귀농을 하고 싶어했죠. 그는 “각박한 도시 생활 대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귀농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서울 생활에 익숙한 아내와 시골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들의 반대 때문이었어요. 대안으로 주말농장을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집과 가까운 서울 불암산 밑 주말농장에서 13.22㎡(약 4평) 땅을 빌려 텃밭처럼 밭농사를 짓기 시작했죠. 텃밭에서 키운 채소는 마트에서 사는 채소보다 싱싱했어요. 직접 키워 먹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농부가 체질이었네. 좀 더 일찍 농사를 지을걸’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해요.

농사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4평에 불과한 주말농장은 그의 성에 차지 않았어요. 그는 “남들은 농사일하고 나면 팔다리가 빠질 것처럼 뻐근하다던데 나는 오히려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농작물을 키우기에는 텃밭이 턱없이 좁았다”고 말했습니다.


안정적 학원사업 접고 도시농업 뛰어들어

그는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학원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집과 멀지 않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에 992㎡(약 300평) 밭을 임대받아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요. 그곳에서 상추·고추·감자·고구마·무·배추·토마토 등 다양한 채소를 키워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어요. 하지만 돈벌이는 되지 않았죠.

그는 “돈벌이는 안 됐지만 다시 학원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농업과 관련된 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그는 “궁리 끝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도시농업 시설을 설치해 주는 일을 사업 아이템으로 찾았다”고 해요.

오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도심 기온 상승 등 서울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과학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농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장조사를 했고, 그 결과 녹색커튼, 옥상 녹화사업, 빗물 재활용 설비 설치 등의 사업을 통해 농사도 짓고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어요.

그는 2020년부터 그린메이커스라는 회사를 만들고, 본격적인 도시농업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했죠. 구체적으로 서울 강북 지역의 관공서와 학교를 중심으로 녹색커튼·옥상 녹화사업·빗물 재활용 설비 설치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녹색커튼은 건물 외벽에 나팔꽃·제비콩·열매마·여주·작두콩·수세미 등의 덩굴식물을 심어 햇볕을 차단해 건물의 실내 온도를 낮추고 도시 녹지 공간을 늘리는 방법을 말해요. 녹색커튼으로 활용되는 식물의 상당수가 농작물이어서 열매를 수확해 먹을 수도 있어요.

옥상 녹화사업은 건축물의 옥상 부분에 흙을 올리고 식물을 심어 생태적, 경관적 효용을 얻기 위해 시행하는 녹화사업의 일종이에요. 햇볕을 많이 받지만 활용도가 낮은 건물 옥상에 흙을 올려 나무나 채소 같은 식물을 심는 것을 말해요.

하지만 관련 경험이 없어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농사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동안 접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접목한 도시농업으로 사업을 하려니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씩 공부해야 했어요.


“자연환경 지켜내는 게 더 중요한 농업”

그는 현재 부족한 도시농업 관련 정보와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 밤에는 공부하고 낮에는 공부한 내용을 시도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시농업 전문가, 대학교수를 만나 필요한 지식과 정보도 얻고 있어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그의 사부 중 한 명이에요. 그는 한 교수와 빗물을 재활용해 농업에 이용하는 연구를 공동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는 최근 노원초등학교에 설치한 녹색커튼이 실내 온도를 비롯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직접 연구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학교 건물 내외부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각종 감지기를 설치하고,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있고요.

그는 소규모지만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배설물을 농작물 비료로 사용하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설치 사업도 시작했어요.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식물 수경재배(Hydroponics)를 결합한 신기술인데요. 물고기를 키울 때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재배하는 순환형 친환경 농법을 말해요. 미생물로 분해된 물고기 배설물은 식물의 영양분이 되고, 식물이 질소를 흡수하고 남은 깨끗한 물은 양식장 수조에서 재사용하죠.

오 대표는 “농업은 도시민과 상관없는 별개의 일이 아니다. 직접 키워 먹는 것만이 농업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생활을 통해 지구의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한 농업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첨단 기술을 이용한 농업 설비를 지속적으로 개발·개량해 도시민이 일상에서 농업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