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 나눔 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해드리고 있는데요.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 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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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서 책 나눔 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매달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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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완 지음

●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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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가난과 고통 속에 삶의 끈을 놓은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과 마지막 연결고리까지 스스로 끊고 떠나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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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특수청소부’의 고된 작업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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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죽음의 도구까지 분리배출하고 간 여성의 이야기, 한때 열렬히 사랑했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함께한 부부의 이야기는 특히 심금을 울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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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나의 마지막’을 차분히 성찰하게 돼요. 나는 어떤 흔적을 남기고 갈 것인가. 죽음의 순간, 우리는 어떤 생의 흔적을 남기고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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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죽어간 사람들이 남긴 ‘사물들’ 속에서 그들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특수청소부가 마침내 작가가 되기까지 인생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는 특수청소를 ‘직업’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명’으로 바라보며, 죽은 자를 향한 연민과 공감이야말로 그를 작가로 만든 원동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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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위원(<나를 돌아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 안광복 지음

● 사계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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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렵고 따분하며, 실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여기죠.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섬세한 사유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져요. 그런데 철학박사이며 현직 고등학교 철학 교사인 저자는 ‘휴식’을 말해요. 철학으로 휴식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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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휴식은 일을 손에서 내려놓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잠든 영혼을 깨우고 생각을 다듬고 섬세하게 더듬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이에요. 그는 일상에서 무겁지 않게 철학 하는 ‘레시피’를 제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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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인의 철학자를 소환해 흔들리는 삶에 중심을 잡아주는 철학적 사유로 휴식과 회복을 처방하죠. 철학자, 정치인, 수필가, 경제학자 등 다양한 사유의 고갱이를 짧은 글에 불러오면서 그것이 나의 삶, 일상에 어떤 반향을 던지는지 묻고 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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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짧은 글이어서 하루를 열며 잠시 생각의 호흡을 다잡기에는 적절한 방식이에요. 철학이 어렵거나 따분하지 않으며 일상과 관계된다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처방전은 꽤 효력이 있을 것이에요. 철학으로 휴식하는 하루가 그저 그런 하루일 수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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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 위원(인문학자)

● 정아은 지음

● 천년의 상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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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이 해외에서 귀국해 함께 자가격리를 한 어느 남성의 이야기를 접했어요. 아내도 회사를 다녀 상대적으로 직장 눈치를 덜 보는 자신이 자청은 했지만, 평소 집안일을 하는 편이라는 그도 보름 가까이 집안일 모두를 담당하며 새삼 깨달은 점이 있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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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아내의 소중함, 그리고 ‘집안일=노동’이죠. 하지만 가사노동은 다른 노동과 달라요. 노동임이 분명한데 노동다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쉽게 폄하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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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 어색한 위상의 문제를 다뤄요. 가사노동에 지쳐 읽기 어려울 수 있는 전문서와 달리,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15권의 책과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연결해 흥미롭고 공감이 가게 풀어내요. 가정의 위기를 고민하는 시대예요. 해결의 출발점을 가사노동의 진정한 가치 재조명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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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위원(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 김병민 지음

● 동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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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학창 시절 과학이나 화학 시간에 주기율표를 외운 기억이 있을 텐데요. 그 재미없던 주기율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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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은 이 세상 모든 물질의 구성과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학문이고 그 응용성도 무궁무진한 분야예요. 또 주기율표는 복잡한 우주와 세상 만물을 만들 수 있는 원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끔 우리를 인도해 주는 지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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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창 시절 의미도 모르면서 무조건 암기했던 원소들의 주기율표나 특징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까워지기 어려웠어요. 저자는 주기율표의 네모진 칸 하나하나의 118개 원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원리 및 그 아름다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재미를 제공해요. 천문학이나 물리학, 생물학 등 다른 과학에 비해 화학 분야의 대중을 위한 과학서는 드물어요.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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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위원(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

●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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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추락했죠. 뉴스에서는 당리당략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의 행태가 보도돼요. 그렇지만 사실 국회는 국민의 삶에 무엇보다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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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돼야 했죠. 국회를 통과한 법과 예산 하나하나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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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회에서 법이 통과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상임위원회는 왜 꾸려지며 교섭단체는 무엇인지 등을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데 꼭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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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은 진보 정당에서 보좌진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국회의 다양한 활동과 절차, 용어 등을 풀어쓴 책이에요. 복지 분야 법안을 세운 경험들과 그 과정에서 느낀, 국회가 좀 더 공정하게 작동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들려줘요. 특히 저자는 입법에 대해 “누군가의 절박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라고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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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위원(내일신문 기자)

● 허정윤 글·고정순 그림

● 킨더랜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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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강아지 한 마리가 ‘생산’되는 데 필요한 기간이에요. 현대식 공장에서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어요. 기간뿐인가. 품종, 크기, 색깔, 생김새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죠. 어미 개는 철망 위에서 먹고 싸며 강제 수정당하고 강제 출산당해요. 그렇게 꺼내진 강아지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이 책은 확인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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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출신 반려견을 들인 글 작가가 쓴 글은 간명하고 냉정해서 오히려 이 처참한 상황을 부각해요. ‘작은 생명이 자유롭게 땅을 디딜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그림 작가도 차가운 흑백 에칭 판화를 통해 아픈 마음을 역설적으로 그려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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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윈도 안의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 사 달라 조르거나 지갑을 열며 ‘기뻐할 누군가’를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에요. 적어도 내게로 와서 함께 가족으로 살 생명에 대해 충분히 알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것이죠. ‘동물과 아이가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인간 모두가 안전한 사회’라는 명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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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정 위원(동화 작가)

● 박민영 지음

● 북트리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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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주 무엇을 비판하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드물어요. 비판을 하려면 확실한 정보와 합리적 논리가 필요하고, 그게 부족하면 거꾸로 자신이 비판을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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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1차 독자로 삼는 책의 목표 중 하나는 비판 정신 기르기인데, 막상 그에 적합한 책은 드물어 보여요. ‘합리적이고 건전하다’ 할 수 있는 비판의 기준과 방향 설정이 어렵기 때문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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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학벌, 노동, 광고, 게임, 군대와 같이 보편적이고도 매우 민감한 현대의 사회문제에 논리적으로 접근하도록 도와줘요. 한국의 현실을 세계 동향 속에서 보게 하며, 일상에서 품는 작은 의문과 전문가의 학문적 통찰을 연결해 독자 나름의 주장을 펼 수 있게 안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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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쉬운 데다, 지은이의 생각을 유보하면서 자료를 통해 독자가 판단하도록 이끄는 화법도 자연스러워요. ‘용기 있는 10대를 위한 세상 읽기’라는 부제에서 짐작되듯, 한국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이 낳은 책이므로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력 기르기에 적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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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한 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