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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나눔 릴레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핵심인 이유

조회수 2020. 7. 7.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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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지역마다 재확산 조짐을 보이며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루 빨리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어 감염병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모두 똑같을 거예요.


질병관리본부는 국립보건연구원, GC녹십자와 협력해 혈장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요. 다만, 혈장치료제 개발에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이 필요한데요. 


일반 헌혈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 혈장 공여에 완치자들의 헌혈 나눔이 릴레이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완치자들이 선뜻 공여 의사를 밝혀준 반가운 혈장 기부 릴레이 소식,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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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남자분이었어요. 자신도 의료진과 여러 사람들의 배려로 치료 잘 받고 완치됐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회에도 보답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의료진 입장에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대구 파티마병원 감염내과 김혜인 과장이 6월 18일의 기억을 떠올렸어요. 이날 병원을 찾은 이 남성은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코로나19 혈장을 공여한 첫 번째 주인공이에요.


6월 24일 기준으로 이 병원에 코로나19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은 70여 명, 이 가운데 실제 동의서까지 작성한 이는 40여 명이에요. 그중 이 젊은 남성을 시작으로 9명이 혈장 헌혈을 마쳤어요. 이들의 용기 덕분에 의료진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어요.


코로나19 치료제, 완치자 혈장 확보 필요

6월 1일 질병관리본부는 국립보건연구원, GC녹십자와 협력해 혈장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히면서 코로나19 완치자들에게 혈장 공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어요. 현재 혈장을 공여할 수 있는 곳은 대구 파티마병원을 비롯해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경기도 안산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경북대학교 병원 등 네 곳이에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 성분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에요. 혈장은 사람의 혈액에서 백혈구와 적혈구 등을 제외한, 면역에 중요한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 노란색 액체 성분을 말하는데요. 완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항체가 들어 있기 때문에 이 혈장을 채취·농축해 혈장치료제 개발에 쓸 수 있어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제약업체 GC녹십자는 7월에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하반기 상용화를 계획 중이에요.


“자랑스러운 엄마 모습 보여주려” 공여 사례도

입원해 있을 때, 혈장 공여를 위해 매주 헌혈하러 병원에 가는 분 이야기를 기사로 접한 적 있어요. 저도 완치되면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공여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무엇보다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엄마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 모 씨에게 6월 16일은 매우 특별한 날로 꼽혀요. 그는 이날 고려대 안산병원을 찾아 혈장을 공여한 날이기 때문이에요. 그는 2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일하는 곳에서 확진자와 접촉하게 된 거예요. 


39일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19와 싸운 끝에 다행히 지금은 완치했어요. 평소 어려운 일이 닥치면 피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이겨내려 노력하는 성격이었어요. 코로나19를 잘 이겨내고 완치된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 혈장 공여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부모로서 두 아이에게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컸습니다.


그간 혈장을 공여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기다렸던 그는 헌혈한 날 블로그에 기쁜 마음으로 글을 올렸어요.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만 같네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는 김 씨를 비롯해 현재까지(6월 25일 기준) 약 25명이 헌혈을 마쳤어요. 공여자들 가운데에는 “의료진과 정부 등 다른 이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오게 됐다”는 이들도 많아요. 혈장 공여를 위해 강원도, 제주도 등에서 먼 걸음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6월 3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혈장치료제 개발에 완치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드린다”고 밝힌 뒤 보은의 기증 릴레이에 참여하는 완치자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어요. 실제로 6월 4일 18명에 그치던 공여자는 9일 62명, 12일 75명, 16일 118명에서 23일 기준 185명으로 늘었어요.


일반 헌혈 중 ‘성분 헌혈’ 과정과 거의 같아

혈장 헌혈은 일반 헌혈과 거의 같은 과정으로 이뤄져요. 혈장 헌혈은 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 등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헌혈’과 혈소판, 혈장 등 특정 성분만 채혈하는 ‘성분 헌혈’ 가운데 후자에 해당해요. 


혈장 공여는 만 18세 이상~만 65세 미만(동의 취득 시점)이면서 코로나19 완치 및 격리 해제 뒤 14일 이상 지난 사람을 대상으로 해요. 절차는 복잡하지 않아요. 혈장 공여에 동의한 뒤 병원에 두 번 정도 방문하면 돼요.


1차 방문 때 코로나19 검사, 중화항체 검사, 타 감염성질환 검사(B/C형 간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매독) 등을 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2차 방문 때 헌혈하는 식이에요. 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30분 정도예요. 의료진은 “헌혈 자체가 위험도가 낮은 것처럼 혈장 헌혈 역시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은 적혈구와 백혈구에 붙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외한 혈장을 추출하는 이 헌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중론이에요. 4월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회복 혈장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국내에서 개발하려는 치료제의 경우, 코로나19 완치자의 항체, ‘면역글로불린’을 농축해서 만드는 제제이기 때문에 회복 혈장 치료와 같은 수준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물론 임상시험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비롯해 평가는 당연히 해봐야 한다”고 말했어요.

▶ 결혼을 앞두고 혈장을 공여한 김지선·김창연 씨 부부│김지선

확진자 낙인보단 용기 내게 해줬으면

정부가 완치자 혈장을 구하느라 애쓰는 가운데 6월 8일 부산에서는 개인이 아닌 단체로 코로나19 혈장을 공여하겠다는 소식도 들려왔어요. 혈장 기증을 약속한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온천교회 교인 20명이에요. 이는 부산대병원과 부산의료원에서 준비 중인 혈장 공여자 관리체계에 온천교회 측이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전달하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어요.


부산대병원 감염내과 이신원 교수는 “특히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혈장이 필요한 상황일 때 공여자를 급히 찾으려면 쉽지 않은데, 이렇게 완치자들을 많이 확보해두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어요.


혈장을 공여하기로 한 교인 가운데에는 6월 27일 결혼을 한 김지선·김창연 씨 부부도 있어요.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에게 같은 상황에서 바이러스와 힘겹게 싸우는 확진자들 사연은 남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어요. 마침 ‘현재로선 완치자의 혈장이 최고 치료제’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치료 과정에서 헌신을 다해준 의료진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컸어요. 그들에게 보답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중 혈장 공여를 통해 코로나19가 빨리 끝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김지선 씨는 “한 사람의 헌혈로 누군가의 삶이 바뀔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다른 완치자들도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며 “주변 사람들이 완치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하면 완치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어요.


대다수 의료진은 완치자들이 혈장을 공여하는 데 너무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이에요. 대구 파티마병원 김혜인 과장은 “치료제가 나오면 국내 환자에게 쓰일 테니 어떻게 보면 가까운 내 이웃에게 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빛을 발한 것처럼 완치자들이 공동체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역사적인 일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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