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속 로봇의 활약, 선물일까? 재앙일까?

조회수 2020. 6. 5. 09:5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일상 속에서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어요. 이와 관련해 사람들의 힘을 덜어주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로봇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병원이나 극장 등을 자율적으로 다니면서 강력한 자외선을 쪼아 미생물 등을 박멸하는 소독 로봇까지 등장했습니다.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로봇의 활약은 선물일까요? 재앙일까요?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로봇에게 코로나19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르겠어요. 생물학적 전염과 무관한 금속과 전기적 존재인 그들에겐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쓸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니까요. 실제 감염 확산 시기에 로봇 이용도 늘어난 듯 보여요. 


온라인 매체 <지디넷(Zdne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로봇 소프트웨어 회사 ‘브레인 코프(Brain Corp)’는 3월 자신의 고객사가 로봇을 활용하는 비율이 전년 동월 대비 13.6% 증가 했다고 밝혔어요. 브레인 코프는 자율 청소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회사예요. 이 회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로봇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이용량이 늘었을 뿐 아니라 분야도 넓어졌다고 해요. 기존에는 병원, 공항 등이 주된 활동 영역이었는데 식료 잡화점까지 영역을 넓혔어요.


생물학적 질병과 무관하기에 로봇은 감염병 확산 방지에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돕고 있다면서 덴마크의 로봇 개발사 ‘블루오션 로보틱스(Blue Ocean Robotics)’의 자외선 소독 로봇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어요. 


이 로봇은 병원이나 극장 등을 자율적으로 다니면서 강력한 자외선을 쪼아 미생물 등을 박멸해요.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 우한 등의 병원은 이 로봇을 2000대 도입해 소독에 썼다고 해요. 사람이 소독 등을 맡는다면 오히려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있지만 로봇은 그런 위험에서 자유로와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로봇 도입 활발

이런 특징은 병원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에요. 미국 <뉴욕타임스>는 5월 자원 재활용 분야에서도 코로나19 기간 로봇의 역할이 빛났다고 전했어요. 사람들이 먹고 마시던 포장재나 페트병 등을 쓰레기에서 고르고 분류하는 작업은 평시에는 사람이 맡기에 단지 고된 일일 뿐이지만 무서운 감염병이 도는 중엔 극도로 위험한 일이 되어버려요. 


이를 자동 분류하는 로봇을 만드는 미국 콜로라도의 ‘에이엠피 로보틱스 (AMP Robotics)’는 도입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어요. 이 회사 대표인 마타니야 호로비츠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에 한두 대 놓아볼까 하던 시설들이 이젠 여러 대가 필요하다. 변화가 무척 빠르다”고 말했어요.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사람이 많이 다니는 현장의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 영역에선 로봇 도입이 활발하게 일어났어요. ‘심브 로보틱스(Simbe Robotics)’는 상품점의 매대를 확인하고 비어 있는 제품을 가져다 놓는 자율로봇, 탤리(Tally)를 생산하는데 지금 그 유용성이 빛을 발하고 있어요. 고객이 자주 찾는 식료품 매장 등에서 제품을 가져다 놓는 사람은 특히 감염 위험이 클뿐더러 다른 이들에게 옮길 위험도 있어요. 노동 집약적인 물류업계에서도 로봇을 활용하면 노동자 사이보다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해요.

▶ 블루오션 로보틱스의 자외선 소독 로봇이 병실을 소독하는 모습 | 블루오션로보틱스

일부 영역에선 코로나19 기간에 일시적으로 늘어난 폭발적인 업무량을 로봇이 대체해 감당하는 일도 일어났어요. 여행과 숙박업계의 상담 업무가 대표적인 예에요. 각국이 이동 제한 정책을 펴면서 비행기나 호텔 예약 등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문의가 폭주했어요. 


미국 기술 매체 <벤처비트> 에 따르면, 한 캐나다 항공사의 경우 전화 대기시간이 무려 10시간에 이른 적도 있었다고 해요. 상담원의 업무량도 크게 몰리는 가운데 #인공지능 상담원이나 채팅봇(채팅 방식을 통해 고객 문의를 접수하고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로봇) 등에 눈을 돌린 회사도 많아졌어요. 


인공지능 상담원을 세계 1만8000개 브랜드에 납품하는 라이브퍼슨(LivePerson)이라는 회사는 <벤처비트>에 2월 중반 이후 자사 인공지능의 대화량이 전체적으로 20% 증가했으며 특히 항공사와 호텔업계는 각각 96%, 130% 폭증했다고 전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확산 초기에 경험했듯 콜센터 상담원은 특히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한 감염병에 취약한 업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어요. 인공지능 상담원은 이런 면에서도 장점이 있어요.


대량 실업 등 또 다른 위기의 원인 될 수도

하지만 로봇의 확산이 모두에게 반가운 일만은 아닐 거예요. 가장 큰 걱정은 ‘일자리’ 문제예요. 코로나19 이전에도 단순노동이나 사무직을 중심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으리라는 우려는 존재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는 로봇에게 분명한 명분을 세워주고 있어요. 방역이나 재활용 쓰레기 분리 등의 사례처럼 인간이 아닌 로봇이 일을 맡는 게 오히려 안전하고 필요하다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지요.

감염병 기간 동안 로봇을 도입한 소매업계, 물류업계, 고객 상담업계 등은 위기가 끝나고 나면 이전만큼 사람을 다시 고용할까요? 국제로봇연맹을 비롯한 여러 로봇 회사들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울 뿐이며, 허드렛일을 대신해 인간은 보다 고급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요. 


분명한 사실은 실제 인간과 로봇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감염병 위기가 끝났을 때 이미 예상되는 경기 후퇴의 충격이 대량 실업으로 더 심해지리라는 사실이에요. 로봇이 실제 인간의 도우미가 될지,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지 살펴볼 일이에요.

ⓒ 권오성 한겨레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