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전세계는 생활방식도 이전과 달라지고 여러 분야에 대한 생각과 인식도 달라지게 되었어요. 앞으로 세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우리나라는 어떠한 변화를 맞이 할까요?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팬데믹을 다룬 책을 준비하다 코로나19를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공감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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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팬데믹과 관련한 책은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요?

A.

생태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생물학에서 ‘에피데믹’( 감염병유행)이라는 것을 배워요. 1990년대 초중반부터 팬데믹이 다음 연구 주제로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었어요. 예전에 팬데믹을 주제로 책을 내려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88만원 세대’ 이후 준비하다가 내려놓았어요. 분자생물학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대충 봐서는 안 되더라고요. 

지난가을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다룬 김탁환의 소설 <살아야겠다>를 읽었어요. 팬데믹을 과학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떻게 출간할까 고민하는 중에 코로나19가 터졌어요. 소설로 낸다면 생각했던 내용이 ‘제약회사가 왜 백신을 안 만드느냐’에요.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 역대 최강이 왔다고 생각했어요. 잠복기가 2주면 길고, 사망률이 묘한 지점에 있어요. 사망률이 높으면 걸어 다니라고 해도 안 다녀요. 에볼라는 사람이 금방 죽으니까 오히려 확산이 안 돼요. 그런데 코로나19는 절묘하게 사망률이 낮으니까 의외로 금방 안 잡혀요. 무시하자니 사망률이 높고, 걸리면 죽는다고 하기엔 사망률이 묘하게 낮아요. 바이러스 입장에선 전파되어 강화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에요.

Q.

 세계적 유행에 맞게 사회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어디든 연간 행사를 하는데 매년 예산을 잡아요. 이런 행사는 작년 연말에 잡는거에요. 바이러스에 맞춰서 조정할 수 있게, 제도를 바꾸지 못한 것은 문제가 되요. 학교를 매일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못 가고 심지어 학원은 폭탄이에요.

국가별로 보면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곳을 끄집어내요. 우리나라는 종교와 교육이 최대 약점인 거에요. 그런 데서 문제가 생겨요. 올림픽을 예로 들어볼게요. 개최 시기 조정을 넘어 올림픽을 열지 않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올림픽이 큰 행사지만 안할 수도 있는 거에요. 하지만 안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코로나19 초반에) 하지 않았어요. 바이러스는 말을 듣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게 취소될 수 있어요. 바이러스가 계속 변종하면 더 무서운 게 올 수도 있어요.

Q.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은 사회가 될 수도 있겠어요. 기업 상황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A.

균형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경제가 저물고 있다가 좀 올라가려던 찰나 코로나19가 왔어요. 이 기간이 끝나면 코로나 직전, 딱 거기로 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균형’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어요. 

지금부터 만들어질 균형이 언제 올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경제학자 슘페터는 ‘창조적파괴’라는 말을 했어요. 코로나19가 불러올 상황도 그와 비슷해요. 파괴는 확실한데 창조적일 거냐, 그 부분에서는 의문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개되는 몇 개월을 보면 창조적 파괴로 작동할 확률이 높아요. 대기업의 경우는 어려움이 지나고 나면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아, 아웃소싱으로도 일이 가능하구나’ 깨닫게 될 수 있어요.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회사는 고용을 줄일 수 있는데, 어떻게 사회가 합의하고 고용을 유지할지 이야기해야 해요. 그게 다음 논의가 될 것 같아요. 

산업별로 보면 관광 관련 업종은 충격이 크고, 영화계는 궤멸 수준의 영향을 받을 거에요. 지금 극장 안가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끝났다고 극장에 갈까요? 코로나19가 지나가는 사이 문화 유형이 바뀌었어요. 1년에 영화 6편을 평균적으로 봤는데 예전의 그 시기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그럼 사람들은 어떻게 영화를 소비할까요? 그런 질문이 남을 거에요. 현대적 상황에서 식량도 외국 의존성이 줄어들 것 같아요. 농업도 쌀도 수입하자,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오히려 다행스럽게 식량 자급률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Q.

코로나19 여파가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여져요.

A.

다른 데가 너무 못하니까요.(웃음) 일본은 정말 못하더라고요. 한국은 성과로는 최고이고, 그건 비교가 안되는 거에요. 왜 잘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 해요. 한국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논쟁도 많이 하고 국가 시스템을 바꾼 경험이 있어요. 우리는 격론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메뉴 테이블에 다양한 메뉴가 올라오고 이걸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과 비교해보세요. 일본은 격론이 안 생겨요. 의사들이 정부에 반론을 못해요. 우리는 정부가 뭐라 하면 의사협회에서 반박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있는데 그게 없어요. 일본은 망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독일, 프랑스가 시끄러운 것 같아도 한국만큼 생동감 있지는 않아요. 프랑스는 별 이야기 없어요. 옛날 같으면 ‘푸코는 이렇게 생각한다’ ‘들뢰즈는 이렇게 예측한다’ 언론마다 난리 날 텐데, 요즘 프랑스는 조용해요.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버티는데 이 과정까지 몇 번의 국면이 있지 않았나요. 단지 국가에서 시키니까 국민이 따른다, 그렇게 보기에는 어려워요. 한국은 논쟁이 많아요. 그래서 가질 수 있는 힘이 있어요.

Q.

한국 사회가 가진 민주주의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A.

외부에서 투명성이 높은 사회로 보는 것 같아요. 매일 브리핑을 하잖아요. 우리는 물어보면 질병관리본부에서 성심성의껏 대답해요. 너무 알려줘서 그렇지,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런던도 그만 못해요. 미국은 트럼프가 이야기하면 ‘뻥이야’ ‘아니야’ 소리부터 나와요. 트럼프 입을 통하면 미국 방송 CNN이 맞냐, 아니면 대통령 트럼프가 맞냐는 논쟁이 나와요. 

박근혜정부가 붕괴되기 시작한 게 메르스 때문이기도 해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때 제대로 된 자료를 초기에 내놓지 않고, 알려준 게 없었어요. 이제는 팬데믹을 잘 처리한 정권이 유지될 거에요. 팬데믹에 잘 대응하는 나라, 그로 인한 경제적 성과가 그 나라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아요. 잘 대응한다는 것은 이후에 기존질서가 바뀌는 거에요. 더 나은 조건으로 갈 거에요.

Q.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순위도 바뀔 것으로 보나요?

A.

그렇지요. 미국이 가진 힘도 줄 거에요. 중국도 경제의 힘이 아주 오래는 못 버틸 것이고. 질서가 재편될것으로 보아요. 우리나라는 올라가는 쪽에 있을 거에요. 단기적으로 산업의 재배치가 있을 걸로 보는데, 중국에 가 있던 소재 산업 등이 한국으로 오게 될 가능성이 있어요. 적당한 것은 그대로 두는데 정밀도가 높아야 하고,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소재는 한국으로 많이 오지 않을까요. 

다음 팬데믹 때 어느 나라가 문을 안 닫고 오래 버티느냐? 그게 경제에서 나타나는 효과일 텐데 한국에 우호적인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적어도 이제 팬데믹과 관련해서는 한국 시스템이 갖고 있는 안정성을 충분히 인정받았어요. OECD 국가중에서 사재기가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에요. 금융으로 예를 들면 ‘ 뱅크런’(은행에서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과 비슷한 게 사재기에요. 저축은행 사태를 돌이켜보면, 은행이 망할 것 같자 내 돈부터 빼는 게 뱅크런 아닌가요. 사재기가 없는 것도 시스템의 안정성을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에요. 쌀 소비가 늘었다고는 하는데, 쌀은 어차피 남으니까 좀 더 사가면 좋아요.

Q.

복지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A.

옛날에 말하는 복지 지원금은 소득의 불균형을 상쇄하려는 목적이 있었어요. 교정적인 기능이에요. 긴급자금은 소비에 돈을 넣는 것이에요. 부자든, 가난한 이든 긴급 자금은 ‘다다익선’이에요. 위 30%는 필요 없다는 주장이 왜 틀리냐면, 지금은 지원금 기능이 교정적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에요. 밖에 나가서 밥을 한 명 이라도 더 먹으면 좋은 거에요. 

중소상공인한테 바로 국가가 지원금을 준다고 가정해볼게요. 상당수가 지금 임대료로 들어갈 거에요. 임대업자가 이 돈을 받아서 어디에 쓸지, 소비를 폭넓게 할지 가정해볼게요. 중소상공인 직접 지원보다 전체 국민에게 긴급 지원금을 주는게 더 효과가 커요. 나는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게 다가 아니고 필요하면 집중해서 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온 사람이에요.

Q.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A.

다국적기업이 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약 회사에서 백신을 잘 안 만들어요. 만들면 독점하기가 어려워요. 코로나19 백신 만들었는데 독점하겠다고 하면 세계에서 난리가 날 거에요.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만들기 어렵고 보상이 안 되니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백신에 다 넣지 않아요. 

다이어트 보조제와 백신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회사는 이윤이 보장되는 다이어트 약으로 가요. 메르스도 아직 백신이 없어요. 코로나19 백신이 안 나올 거라고 보아요. 대학이나 공적인 분야에 기대기도 어려워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약 중 대학에서 개발한 게 뭐가 있는가요.

Q.

마지막으로 세계적 유행과 관련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A.

공공성 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해요. 오랫동안 돈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팬데믹은 자기만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은 정부, 공공 분야, 병원이 잘돼 있어요. 바이러스는 인종도 안 가리고 은근히 공평해요. 

초기에 주로 걸린 사람들의 특징이 해외에 자주 나가는 쪽이었어요. 주 감염자가 중산층 이상이었어요. 지금 강남은 강북보다 더 공포스러워요. 유학생이 많이 들어와서요. 그러나 길게 가면 공교롭게도 가난한 사람들이 힘들어져요. 2년에 걸쳐서 최소한 네 번의 유행이 오지 않을까 예상해봐요. 버티면서 가는 건데 버틸 때 다음 유행에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 그게 바로 경쟁력이에요. 최선을 다해보면서 시스템에 효율성이 생기길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