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서 우울하시나요? 왠지 코로나에 감염될 것 같아 불안하나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코로나 블루(Corona Blue·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요.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 사업부장을 만나 '코로나19로부터 마음건강 지키는 법'을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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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업무를 네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난 시 지침을 개발하고, 재난 심리지원과 협력체계 구축, 연구 등이 이에 해당해요. 재난이 없을 때는 표준적인 지침을 만드는 등 재난 시에 있을 재난 심리 지원을 대비하는 역할을 해요. 

재난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 이들 중 일부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이들에 대한 치료를 진행해요. 코로나19 세계적 유행과 같은 재난 시에는 이런 상황을 총괄하면서 뛰어들기도 하고, 저희가 개발한 지침이나 인력, 기술적인 부분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Q.

코로나 블루(Corona Blue·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그리고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A.

물리적인 안전, 즉 감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안정감도 중요해요.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해도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어요. 심리적 안정감, 자기 효능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본인이 하던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법 등을 활용하면 좋아요.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어 있다면 잘 환기해 건강한 쪽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어야 해요.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구하고 이를 잘 받아들이면서 규칙적인 생활, 나에 대한 조절감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술이나 중독적인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분노, 불안 같은 감정에 한없이 빠져들지 않아야 해요.

사회적으로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필요해요. 적당한 선에서 규범이나 규제가 있어야 하고 격리 생활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겠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런 개인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해야 해요. 특별히 감염되거나 격리된 이들에 대한 혐오, 낙인이 씌워지지 않게 보호 작용을 해야 해요.

Q.

확진자들은 개인정보 노출로 인해 억측과 비난 등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요. 이들의 트라우마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확진자에 대해 이웃은 어떻게 반응하는 게 맞을까요?

A.

우리는 경청을 1순위로 해요. 확진자들이 낙인으로 인해 불안이나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개인이 겪는 주관적 경험은 다 달라요. 그의 경험을,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경청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요. 누군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통에 공감하려 한다는 것을 전달하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감정이 가라앉고 스스로 얘기하면서 정리가 되기도 해요. 분노를 폭발했다가도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구나,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상담을 하는 대상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호소한다고 말하면 그 이야기만으로 안심하기도 해요. 건강하게 자기를 잘 조절하는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거나 조절을 못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이상하다, 나는 망가졌고 너무 부족하다’ 같은 자괴감에 빠질 수 있는데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특별히 지금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되는 이들도 있는데, 문제를 구체화하고 쪼개서 보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이 과정에서 성취를 경험하고 조절감도 되찾고 효능감을 끌어올리는 것, 차곡차곡 앞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거예요. 우리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고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일깨워주는 것으로 충분했어요.

또 감염병이다 보니 신체적인 부분에 민감해요. 달아오르면서 열감이 느껴져 불안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두근 거린다든지 가슴이 답답해지면 공포를 느끼는데 이때 신체적으로 이완하도록 도와요. 특히 센터나 시설에 고립되어 있을 때는 마음이 산만해져요. 몸은 고립되어 있지만 정신은 쓸데없이 미래로 갔다, 과거로 갔다 하면서 내가 발을 디딘 곳은 현재인데 마음이 산만해지는 거예요. 그러지 않을 수 있게,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또 한 가지 꼽으라면 사회적 지지, 연결감이 필요해요. 저희를 통해 연결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지지 체계가 필요해요. 믿을 만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해요. 이번 감염병으로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차마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Q.

감염병 스트레스의 증상은 무엇인가요?

A.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불안이나 공포에요. 내가 감염될 수 있고 전염시킬 수 있으며, 건강이나 생명의 위협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대표적이에요. 분노감도 있어요. 감염된 경우에 대한 분노, 이 질환의 관리 체계에 대한 분노, 내게 낙인을 씌우는 이웃이나 내가 속했던 직장이나 사람들에 대한 분노, 여러 차원에서 분노로 나타나요.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는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요. 내가 벗어날 수 없다는 감정이에요.

Q.

세월호 사고 등 대규모 재난과 달리 감염병이 트라우마가 되는 과정의 특이점이라면 무엇일까요?

A.

일반적인 사회 재난, 위기 상황과 달라요. 감염병에서 정말 특수한 부분이 뭐냐면, 일반 재난에서 나타나는 ‘허니문 기간’이 없다는 점이에요. 충격이 쾅, 왔다고 해서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기가 와요.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쏟아지는 시기가 있어요. 여기저기서 돕겠다는 분위기가 있어 금방 일어설 것 같은 허니문 기간이 있고 그 후에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이런 것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구나’ 느끼며 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가 있어요. 

그런데 감염병은 모두가 두려워하기 때문에 허니문 기간이 없어요. 사회 재난의 경우에는 1차 피해자가 명확해요.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1차 피해자는 학생들, 유가족이었어요. 그러나 감염병에서는 누구나 1차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확진된 사람으로 인해 내가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기가 초반에 나타나지 않아요. 

감염병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재난의 1차 피해자를 금기시하고 비난의 시기로 접어들어요. 1차 피해자가 바로 2차 피해로 넘어가는 것이에요.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비난에 2차 트라우마가 얹어지는 것이에요.

Q.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현 코로나19 사태에서 사망자 유가족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는데 두 감염병으로 인한 유가족의 반응에 차이가 있나요?

A.

유가족의 반응은 별 차이가 없어요. 유가족은 공통적으로 본인이 격리되거나 확진되기도 해요. 고인에 대한 슬픔에 더해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또 다른 가족을 잃지 않을까 공포를 경험하게 되고, 가족을 보내는 데 있어서도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임종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죄책감이 들어요. 충분한 의식을 통해 애도가 이뤄지는데 그것이 잘 진행되지 못해요. 어떤 이들은 내 가족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해요. 어느 날 건강하게 두 발로 입원하러 갔는데 급속히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사망하면 상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져요. 내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애도를 진행하는 이 모든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요.

Q.

중국 우한 교민들이 격리된 아산, 진천 시설에서 심리지원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A.

격리 시설에 대한 심리지원은 처음 시행됐어요. 대면에 제한적이라서 전화를 통해 개별 상담이 이뤄졌고 전체적인 심리지원은 주로 방송을 이용해서 정신건강, 스트레스 해소하는 법, 낙인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진행했어요.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개발한 지침, 평가지가 있어 나눠주기도 했어요. 평가지를 배부하고 정신건강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나타난 이에게 전화 상담을 진행했어요. 전체적으로는 정상군이라 해도 격리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어요. 누구에게나 처음 겪는 낯선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심 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의 적은 감염병이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기에 같은 편에 상처를 주어선 안된다"라고 강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