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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개인정보,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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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 어디까지 보호하고 보호받아야 할까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확진자들의 동선과 사는 곳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감염병 방지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정보 공개는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요.


한번 공개된 정보는 완전히 제거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기때문에 정보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해요.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요?


이미 코로나19 확산에 대처하는 물리적 거리두기만으로도 힘든데, 우리 정신에 해로운 소식 하나가 그 위에 또 포개졌어요. 이른바 ‘n번방’ 사건이에요. n번방은 ‘박사’라는 메신저 이름을 썼던 조주빈(25) 씨가 익명성이 강하게 보장되는 ‘텔레그램’이라는 인터넷 메신저에서 만든 대화방 가운데 하나에요. 그는 고액 소득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여성을 유인한 뒤 주민등록번호와 몸 사진 등을 얻어낸 다음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퍼뜨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그는 ‘노예’가 된 이들의 수치스러운 사진과 영상을 암호화폐 등을 받고 사람들에게 팔아 큰돈을 챙겼어요. 피해자 가운데는 미성년자도 16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어요. 고통에 몸부림쳤을 피해자와 그것을 보고 환호한 ‘괴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코로나19 확산과 n번방 사건은 어두운 소식이라는 점 외에 우리 삶의 한 지점에 중요한 함의를 던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에요. 감염병 확산은 개인정보의 보호 기준을 사회적 논의 없이 낮추는 게 용인되는 몇 안 되는 긴박한 상황 가운데 하나에요. 백신 개발이 요원한 가운데 감염병의 초기 확산을 늦추는 것이 가장 주효한 대응책이 되면서 감염병 환자에 대한 각종 정보는 감염병과 전쟁에 중요 무기가 되었어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집단에 속했으며, 어디를 다니고, 누구를 만났는지 등이 모두 공개 대상이 되었어요. 대중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주는 것이 방역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어요.


광범위한 시민 감시 도구의 활용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주하거나 이동,체류한 곳과 인접한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이 닫혀있다. | 한겨레

이런 가운데 여러 나라에서 광범위한 시민 감시 도구의 활용도 큰 문제 없이 확산하는 양상이 나타났어요. <뉴욕타임스>의 관련 보도를 보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당국은 격리 명령을 받은 시민이 잘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해 휴대전화의 위치 자료를 분석했어요. 이스라엘은 대(對)테러 작전용으로 개발한 보안 프로그램을 감염병 환자를 찾는 데 쓰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도 감염병 환자의 접촉자를 찾아내고 경고하기 위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어요.


한편 충격적인 n번방 사건은 인터넷 익명성을 깨부숴야 한다는 여론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어요.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피해자의 굴욕을 감상했던 조주빈을 비롯한 모든 공범자를 들춰내야 한다는 것이죠. 이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함은 분명해요. 그런데 이 논의 구조는 코로나19와 닮은 부분이 있어요.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극단적인 사례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이죠.


문제는 그 후에요. 위기 때 풀어헤쳤던 개인정보 보호의 기준이 극복 뒤에는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에요. 애플은 과거 총기 사건 등의 용의자 정보를 위해 아이폰 잠금 장치를 풀라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요구에 개인 사생활 보호는 포기할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했어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잠금 해제를 거부한 핵심 이유는 특정 목적만을 위한 보안 해제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즉 용의자를 잡는 목적만의 해제란 없다는 거에요. 한 아이폰의 보안에 하나의 구멍을 뚫어주는 순간 모든 아이폰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 수준도 다 같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요.


마찬가지로 감염병과 성범죄자를 막기 위해 갖춘 감시의 무기들은 다른 이들까지 위태롭게 만들 위험이 다분해요. 여러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상황에서 각 개인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기술이 얼마나 유용한지 실습을 해 익혔어요. 같은 도구를 다른 곳에 쓰고 싶은 유혹은 많을 거에요. 권위적인 정부는 사회 분열을 막겠다는 이유로 소수 인종 등을 감시하는 데, 정보 조직은 테러 방지를 이유로 시민을 감시하는 데 이런 도구를 쓰고 싶을 거에요.


불필요한 정보 공개는 최소화

한편, 위기는 극복하면 지나가지만 한번 공개된 정보는 절대 떠나지 않아요.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 공개된 확진자 동선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몇 번 확진자와 몇 번 확진자는 불륜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떠돈 바 있어요.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는 복제와 전파로 완전히 제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 정보는 언제 어떻게 유령처럼 해당 사람을 다시 옥죌지 모르는 이에요. 질병의 기록은 ‘낙인’이 되어 남을 수 있어요. 조주빈과 그 일당이 피해자를 억압한 무기도 ‘우리는 너희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을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협박이었어요.


물론 이런 이유로 감염병 확산이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추적 등 위급한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을 늦출 수는 없을거에요. 중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는 일이에요. 정부가 위기 와중에도 감염병 방지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정보 공개는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점은 좋은 모범이에요. 이런 상황이 예외적이며 개인정보는 결코 희생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모두 잊지 않는 것이 그 첫 단추일 거에요.

ⓒ 권오성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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