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베이더, 임모탄, 베인이 쓴 마스크의 비밀

조회수 2020. 3. 20.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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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매드맥스의 임모탄, 다크나이트라이즈의 베인이 쓴 마스크의 비밀을 아는 사람 손!


마스크는 기본적으로 권력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위협을 하기 위해 쓰던 것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의 마스크는, 위험에서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도구가 되었죠.


믿고 보는 김신 칼럼니스트의 '마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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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아니라도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보게 될때가 있어요. 미세먼지 때문이라면 실내에서는 쓸 필요가 없는 것이고,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도 아닌데 말이지요. 감기에 걸렸나? 왜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러다 어떤 교수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화장을 하지 못한 경우 종종 그런다고 하는데요. '그렇구나, 마스크를 쓸 만한 명분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더라도 마스크 쓴 학생들을 보면서 강의를 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에요. 왜 그럴까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것에서 권력자의 불투명성을 느끼기 때문일거에요. 선글라스를 써서 눈을 가리거나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자신의 얼굴 정보 일부를 숨기는 것이에요. 마주 보고 대화할 때 얼굴의 정보는 매우 중요해요. 대화는 말 그 자체뿐만 아니라 눈의 표정, 입과 주변 근육의 움직임 등도 많은 말을 해요. 그런 표정의 변화에 담긴 정보야말로 말보다 더 진실을 전하기도 해요.


요즘처럼 마스크착용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서로 얼굴 전체를 공개한 채 대화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요. 자연스러운 것을 넘어 민주적인 것이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요. 만약 선글라스나 마스크로 얼굴의 일부를 가린 채 대화를 한다면, 거기에는 권력관계가 개입되어 있음을 바로 느낄 수 있어요. 즉 자신의 정보를 가린 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힘이 센 자에요. 계급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드러낸 채 대화에 임해야 해요. 자신은 투명하게 드러낸 채 보이지 않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건 불안을 넘어 무서운 일이 되요.


취조실의 혐의자를 떠올려볼까요? 불투명한 창문 밖에서 수사관들이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과 표정을 살피고 있지만 나는 그들을 볼 수 없어요. 죄를 짓지 않은 혐의자조차 동요와 공포를 느낄 거에요.


시선의 비대칭이 주는 권력관계

바로 이런 시선의 비대칭이 주는 권력관계는 영화에서 어떤 장치를 만들게 했어요. 바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에요. 아마도 영화 역사 상 가장 극적으로 마스크를 활용한 사례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마스크일 거에요. 이 다스 베이더 마스크에는 재미난 일화가 있어요. 이야기를 만들고 감독한 조지 루카스는 처음부터 마스크로 중무장한 다스 베이더 캐릭터를 창조하지 않았어요. 


<스타워즈>의 콘셉트 디자이너인 랠프 매쿼리가 디자인한 초기 다스 베이더는 루카스의 제안에 따라 전통 베두인 복장을 한 모습이에요. 다스 베이더가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은 제국군의 비행선이 공화국군의 비행선을 침략하는 장면에서에요. 매쿼리는 한 우주선에서 다른 우주선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우주 공간을 통과할 테니 호흡 장치 같은 게 있어야 한다는 아주 기초적인 과학적 사고를 했어요. 


그리하여 얼굴 전체를 가린 투구를 디자인해서 감독에게 보여줬어요. 루카스는 과학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그저 그 호흡기 달린 투구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어요. 그래서 다스 베이더는 영화 내내 어떤 비밀을 간직한 채 투구를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의 캐릭터로 결정되었어요. 그 결정은 다소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것이었어요.

▶ 랠프 매쿼리가 디자인 한 다스 베이더의 초기 스케치

하지만 반드시 우연이라고만 할 수 없는 어떤 필연성이 있어요. 조지 루카스는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와 일본 문화의 열렬한 팬이에요. 구로사와의 <거미의 성> 같은 사극 영화에는 사무라이 대장의 투구가 나와요. 루카스는 그 사무라이 투구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일본 사무라이들은 전투에서 투구만 쓰는 게 아니라 가면도 뒤집어써요. 그것은 무척 공포스러운 인상이에요. 단순히 가면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얼굴의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전투에서 병사가 마주한 적의 얼굴 표정에서 공포를 본다면, 자신감이 생겨 훨씬 잘 싸울 거에요. 하지만 무표정한 가면에 가려서 그것을 읽을 수 없다면,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무표정, 즉 정보의 변화가 없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것은 없어요. 사무라이의 가면은 그런 기능을 해요.


악의 화신인 투명하지 않은 권력자

그렇다면 매쿼리가 디자인한 다스 베이더의 투구에서 루커스가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는 바로 최고의 권력자인 거에요. 투명하지 않은 권력자, 시선의 비대칭성을 적극 활용하는 자는 반드시 악의 화신일 수 밖에 없어요. 사람은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순간 악당의 길로 쉽게 빠져들어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투명 인간>이나 영화 <할로우 맨>에서 주인공은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자신의 몸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해요.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자마자 악당이 되요. 그런 면에서 투명 인간은 잘못된 번역이에요. 원제 ‘The Invisible Man’은 ‘보이지 않는 사람’ 또는 ‘자신을 감춘 사람’에 가까워요. 투명한 사람은 오히려 자신을 온전하게 노출시킨 사람이에요. 익명성을 무기로 악플을 다는 사람은 ‘투명인간’이 아니라 ‘숨은 인간’이에요. 그런 호칭이 그 비열함을 더 잘 보여줘요. 


결국 프리퀄(기존의 작품 속 이야기보다 앞선 시기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 포함 6편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선한 편에 있던, 다시 말해 투명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라는 기사가 왜 악의 상징인 마스크를 씀으로 써 ‘숨은 인간’이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에요. 그는 시리즈 마지막 회에 죄를 뉘우치고 아들 앞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요. 악에서 선으로 돌아오자 죽음을 무릅쓰고 투명해진 것이지요.


이 악당의 기호를 적극 활용해 성공한 영화는 쉽게 나열할 수 있어요. <시계태엽 오렌지>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할로윈> <양들의 침묵> <스크림> <다크 나이트 라이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 프로레슬링에서 반칙 캐릭터는 늘 마스크를 뒤집어썼어요. 그리고 반칙 캐릭터에 대한 가장 악랄하면서도 통쾌한 보복과 응징은 마스크를 벗기는 것이었지요.

▶1 영화 <할로윈> 의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 / 2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의 독재자 임모탄 조 / 3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 베인

요즘 외출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요. 밖에 나가면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이렇게 모든 사람이 얼굴을 가릴 때 그것은 더 이상 특권이 아니에요. 게다가 건강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마스크를 쓰는 것이지 자신을 숨기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요. 마스크를 썼을 때 내가 보호받는 안정된 느낌을 받아요.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고, 또 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내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안정감도 동시에 느껴요. 그것은 묘한 기분이에요.

ⓒ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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