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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더워지기 전 지금이 최고 맛나요! 통영 굴이 최고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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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 굴. 외국에서는 비싸서 유명한 식당 아니면 쉽게 먹기도 힘들다죠. 그래서 외국 미식가들이 한국 오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굴을 마음껏 먹는 식당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굴 중 가장 유명한 통영 굴! 날 더워지기 전에 꼭 먹어야 할 통영 굴은 어떻게 키워지는지 알아볼까요?


▶굴 양식장이 있는 바다는 오염 방지를 위해 유조선도 통과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겨울 바다에 찬 바람이 불어요. 푸르러요.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은 서로 푸름을 경쟁하지 않아요. 멀리 수평선에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요. 바다 갈매기가 나는 곳은 하늘이고, 멈추어 내려 쉬는 곳은 바다예요.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는 아니에요. 유난히 깨끗한 바다가 있어요. 청정 해역이에요. 


인간이 생산해 버리는 온갖 오물로부터 오염되는 것을 막아, 애초 깨끗한 바다를 그대로 유지하는 수역이에요. 오·폐수의 방류는 물론, 공단 설치와 유조선 통과 등을 법으로 금해요. 통영 앞바다가 대표적인 청정 해역이에요. 통영의 특산물인 굴은 그런 청정 해역에서 자라요. 통영 굴이 국내 굴 소비량의 90%를 담당해요.


흔히 통영 굴을 ‘양식’한 굴이라고 해요. 커요. 아이 손바닥만 해요. 반면 서해안의 조수 간만이 심한 갯벌에서 자란 굴은 크기가 작아요. 성장 환경이 열악한 탓이에요. 굴이 항상 바닷속에 있지 못한 탓이에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해 하루 두 번 4~7시간은 바닷물 없이 갯벌에서 햇볕에 노출돼요. 굴은 햇볕을 받으면 성장이 중지돼요. 그래서 서해안 굴은 2~3년을 자라도 2~3㎝밖에 안 커요.


바다에서 짓는 농사, 굴 양식

▶굴 양식장의 배 위에서 한 인부가 다 자란 굴을 수확하기 위해 굴을 매달던 스티로폼을 바다에서 꺼내고 있다.

통영 굴은 큼직해서 한 개를 한입에 넣어도 꽉 차요. 성장 환경이 좋아 잘 자란 때문이에요. 청정 해역의 풍부한 플랑크톤이 굴의 성장을 도와요. 굳이 양념이 필요 없어요.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미각을 자극해요. 굴이 겨울 해산물의 대표 주자가 된 이유는 많아요. 유럽인이 드물게 날것으로 먹는 해산물이 바로 굴이에요. 나폴레옹도 굴을 좋아해, 굴을 충분히 먹기 위해 굴 생산지를 점령하러 다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그만큼 몸에 좋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통영의 굴을 직접 생산하고, 상품화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대표적 기업인 중앙씨푸드의 장석(62) 대표는 “굴을 농사짓는다”고 표현해요. 바다에서 농사를 짓다니? 일반적인 해산물의 양식과 다르다고 해요. 뭐가 다를까요?


장 대표와 함께 통영 앞바다에서 배를 탔어요. 굴을 키우고 수확하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예요. 바다를 시원하게 가르며 부두를 떠난 모터보트는 10분 만에 큰 굴 양식장에 도착했어요. 둥근 모양의 큼직한 스티로폼이 줄지어 바닷물 위에 떠 있어요. 푸른 바다 위의 수많은 흰색 스티로폼은 마치 사열을 기다리는 군인처럼 반듯해요. 스티로폼 위에는 갈매기들이 앉아서 지친 날개를 쉬어요.

스티로폼에는 굵은 밧줄이 연결돼 있어요. 바닷물 속에 잠긴 밧줄에는 굴이 줄줄이 매달려 있어요. 커다란 조개껍데기에 붙은 굴은 2년간 바닷속에서 몸집을 키우다가 햇볕을 봐요. 그날이 굴의 수명이 다하는 날이에요. 굴에겐 비극적인 날인 셈이에요. 


굴이 매달려 있는 밧줄은 배 위의 기계로 끌어 올려요.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같아요. 천천히 끌어 올린 굴은 갖가지 해초와 뒤엉켜 있어요. 인부들은 낫으로 굴을 떼어내요. 그들을 어부라고 부르기엔 어색해요. 해초와 분리한 굴은 큰 자루에 넣어요. 이렇게 수확한 굴은 2년 전 씨가 뿌려졌어요. 장 대표가 굴의 탄생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요.


“굴은 5월에 들어서면서 생식을 시작합니다. 암수 동체였던 굴은 자라면서 암수로 나뉘고, 방정(放精)과 방란(放卵)을 하면 조류를 따라 흐르면서 수정합니다.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흽니다.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정된 굴은 커다란 굴 껍데기에 자리를 잡습니다. 채묘(採苗)라고 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기 굴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 아기 굴은 혹독한 시절을 보냅니다. 인간이 이 어린 굴을 바닷가에 말목(나무 말뚝)을 박아 형성한 단련장에 겨우내 매달아 놓습니다. 바닷속에 있다가 물이 빠지면 하루 두 번 햇볕에 쪼입니다. 건강한 아기 굴만 살아남아요. 자연스레 개체 수가 조절됩니다. 단련(鍛鍊) 단계입니다.”


신선함이 생명, 수확에서 포장까지 하루 만에

▶바다에서 수확한 굴은 박신 작업장에서 굴껍데기와 내용물이 분리된다.

그렇게 살아남은 어린 굴은 이듬해 봄 바다 한가운데 있는 진짜 양식장으로 옮겨져요. 줄에 매달아 바닷속에 내려놓아요. 수하(垂下·아래로 길게 늘어뜨림) 과정이에요. 장 대표는 이 과정을 농사에 빗대 ‘모내기’라고 불렀어요. 


수하된 어린 굴은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요. 굳이 사람이 따로 먹이를 줄 필요가 없어요. 사료와 항생제도 전혀 쓰이지 않아요. 통상적 의미의 양식과는 다른 셈이에요. 그래서 굴은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게 별 의미가 없어요. 그는 “우리나라에선 자연산과 상대되는 나쁜 뜻으로 양식이 받아들여집니다. 적어도 굴에 관한 한 이는 편견”이라고 말했어요.


바다를 떠난 굴은 작업장으로 옮겨져요. 박신(剝身)이라는 일본식 표현을 아직도 써요. 굴 껍데기에서 굴을 떼어내는 박신 과정을 보기 위해선 일회용 흰색 위생복과 귀와 머리를 완전히 덮는 일회용 모자를 써야 해요. 여기에 마스크도 써요. 반도체 공장의 연구원 같아요. 작업장으로 들어가기 전 세찬 바람을 뿜어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 샤워실’을 지나, 장화로 갈아 신고 200ppm 농도의 염소 소독물을 풀어놓은 물웅덩이를 거쳐야 해요. 철저한 위생 관리에요.

▶작업장에서 껍데기와 분리된 굴은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며 크기별로 나뉜다.

‘박신장’이라고 쓰인 작업장에는 80명 안팎의 여성들이 작업대를 사이에 두고 기다랗게 줄지어 떡처럼 뭉쳐 있는 굴조개를 하나씩 떼어낸 뒤 칼로 조개 입을 벌려 속살을 발라내요.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작업량은 얼마나 많은 굴을 발라냈는지에 달려 있어요. 각자 발라낸 굴을 그릇에 담아 작업장 한쪽에 있는 저울에 올려놓아요. 올려놓기 전 몸에 부착된 전자태그를 저울에 갖다 대면 작업자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작업량을 측정해요. 첨단 시설이에요.


박신을 거친 굴은 0℃의 바닷물 통에 담겨요. 세척과 선별 과정에 들어가요. 깨끗한 바닷물로 씻어낸 뒤 홍합이나 새우 같은 이물질을 골라내고, 흠이 난 굴도 골라내요. 세척과 선별을 마친 굴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자동 포장기계로 이동해요. 한대에 5억 원 하는 포장기계는 비닐봉지에 바닷물과 굴을 담아내요. 소포장된 굴은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과 함께 담겨요. 이 포장된 굴은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등에 배달되어요. 굴을 수확해 포장하는 일이 만 하루 만에 다 끝나요. 신선함이 생명인 탓이에요.

▶통영 시내에 있는 굴 경매장에서는 매일 두 차례 경매가 이뤄진다.


단단함이자 저항의 상징

▶통영 앞바다는 대표적인 청정 해역이다. 이곳에서 굴 농사를 짓는 중앙씨푸드 장석 대표이사가 다 자란 굴을 바다에서 꺼내 보이고 있다.

장 대표와 함께 통영 시내의 굴 경매장에 들렀어요. 양식한 굴을 실은 트럭이 길게 줄지어 있는 경매장에 통영 곳곳에서 실어 온 굴을 내려놓아요. 매일 두 번씩 경매가 진행되고, 경매를 거친 굴은 전국의 소비자에게 전달돼요.


장 대표는 시인이기도 해요. 국문과를 졸업하고, 일간지 신춘문예에 뽑혔어요. 하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통영으로 내려왔어요. 시인이 바다로 스민 것이에요. 장 대표의 선친은 우리나라 최초로 기업적인 굴 양식을 했어요. 51년 전인 1969년이에요. 선친의 기업을 더욱 크게 키운 그는 한때 대안학교 이사장을 맡기도 했어요.


그는 ‘여름이 온다’라는 자작시에서 이렇게 굴을 노래했어요. 

“한여름을 필사의 속도로 도망치리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엄습하는 공포를 피해/ 함께하는 두려움이 만드는 사랑의 힘으로/ 굴 껍데기처럼 단호한 심장으로/ 굳은 연대의 악수처럼 단단한 몸으로/저 산호초를 돌아서/ 한 입 차이로 뒤쫓는 공포를 향해/ 불꽃을 일으키며 일제히 돌진하리라.”

그에게 굴은 단단함이자 저항이에요.

©이길우_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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