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독일의 쾰른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까지 마치고 연주 생활을 하던 바이올리스트 고경남 씨.  그가 빛나는 음악가 생활을 갈무리하고 경북 문경의 점촌으로 내려갔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클래식 문화를 전파하고 있지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음악과 함께하는 주민들과 아이들 때문에 조금더 많은 꿈을 꾸고 있다고 해요! '클래식 한 스푼'을 통해 음악 아카데미와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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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다 귀국해 서울에 있던 중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알게 됐어요. 뭐든 풍요로운 대도시보다는 문화적 여건이 부족한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의미가 클 거라 생각했어요.

독일에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살았어요. 쾰른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밟은 후  연주 활동을 하며 영주권자로 살았는데 건강에 이상이 생겨 귀국했지요. 고향 구미에서 요양하며 몇 개월 머무르다 서울로 올라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중 연주차 여러 번 문경을 방문했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만 돌아보면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 마음이 탁 트였어요. 특히 점촌은 너무 외진 시 골 같지 않으면서도 대도시와 접근성이 좋았어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행정 업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과 사고하는 방식이나 업무 수 행 능력이 달라 어려운 점이 많아요. 클래식 한 스푼을 운영하면서 경북경제진흥원을 통해 ‘모르는 부분은 지금부터 배우면 된다’는 안정감을 찾았어요. 자영업자로서는 그런 서류가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사업체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찌 보면 새내기 사업가들이 사업비를 잘 구분해서 계획성 있게 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이라고 할까요?

클래식 한 스푼은 쓴 커피에 달콤한 설탕 한 스푼처럼, 음악으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입니다. 문경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색다른 기획 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어요. 또한 바이올린 아카데미를 통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다루며 지친 일상에 신선한 즐거움을 나누고 있어요. 함께 배우고 연주하며 아마추어 단체로 성장하는 단계에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하고 있어요. 기획한 소공연들을 통해 문경에서 접할 수 없었던 살롱, 하우스 콘서트도 연어요. 

이렇게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연주도 하고, 다양한 음악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어 참 행복해요.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문화의 격차가 한 번에 해소되진 않겠지만 희망적으로 보이는 면 이 있어요. 예를 들면, 문경에서는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힘들었던 바이올린을 이제 클래식 한 스푼에 오면 할 수 있다는 인지도가 생겼어요. 공연을 보려면 공연장에 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클래식 한 스푼에서도 클래식 연주나 색다른 기획 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 여러 공연 기획을 통해 대도시와 소도시의 문화 차이를 좁혀 갈 생각입니다.

예술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지식과 정보 과잉 사회에서 정서적인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예술교육은 개인의 생각 자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세상에 유익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창조하도록 이끄는 것이 예술입니다. 그래서 독일이나 선진국에서는 영재를 발굴할 때 악기를 한 가지 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경우를 예로 많이 들고 있어요. 천재성이 있으며 예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사람은 개인의 이득보다 사회에 유익한 방향으로 능력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독일에서는 영유아의 경우 미디어를 통한 동요익히기보다 엄마와 함께 음악학교(무지크슐레, Musikschule)에 가서 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주고 같이 따라 부르며 율동하는 동요 배우기를 해요. 그런 다음 어떤 악기를 배우고 싶은지 알기 위해 다양한 악기들을 접해보는 수업을 합니다. 초등학교(그룬트슐레, Grundschule)에 가면 악기를 하나씩은 다룰 줄 안다고 친구들끼리 이야기해요. 그런 아이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아비투어, Abitur)이 있다고 음악 배우기를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평생을 동반 악기와 함께해요. 이렇게 예술의 생명력은 길며, 이러한 교육이 넓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내 자식이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해 전공은 어려우니 그만두게 한다거나 영어·수학 과외에 밀려서, 또는 사교육비가 없어 음악을 못 배우는 차원이 아닌 것입니다.

문경읍 갈평리 용흥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 학교로 가는 길이 문경 생활에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또 아이들이 해맑게 뛰놀고 도자기라는 예술과 근접해 있으며 바이올린 수업에도 열정을 가지고 있어 내가 가면 늘 반겨주는 게 정말 행복해요. 혹시라도 수업에 늦는 날,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것 없는 도시 아이들보다 순수하고 예뻐요.

꾸준히 공연예술 기획을 하며, 바이올린 아카데미도 성장시켜 아마추어 앙상블 단체로 활동하면서 지역문화에 또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배출된 여러 예술인, 문경으로 오고 싶은 예술인들과 화합해 예술문화 도시 문경을 만드는 것이에요. 나도 행복하게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