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 날, 사람이 제일 많이 몰리는 곳

조회수 2019. 12. 31. 11: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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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일이면 2020년의 새해가 밝아오는데요! 2019년에 아쉬웠던 마음은 훌훌 털어버리고 2020년의 기대와 설렘을 호미곶에서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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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에 해가 솟는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다. 바다에 세운 조형물인 ‘상생의 손’ 위에 갈매기 한 마리가 앉아 일출을 바라본다.
뜬다. 해가 뜬다. 아스라한 수평선 위를 살포시 가렸던 구름을 헤치고, 붉은 해가 불끈 솟아오른다.

매일매일 변함없이 뜨는 해지만, 막 뜨는 해를 바라보는 것이 심장을 뛰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본능적으로 해가 주는 빛과 에너지에 감사하기 때문일까요?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바람 때문일까요? 아니면 콘크리트 집 안에 갇혀 지내 바다나 땅 위로 솟는 해를 볼 기회가 적어서일까요? 


해가 바뀌는 새해 첫날, 바다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누구라도 설레고 흥분되기 마련이에요. 그것도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바닷가에서 솟아오르는 해를 본다는 것은 심장의 벅찬 박동을 함께 느낄 수 있죠. 그러기에 수많은 이들이 새해 첫날 어둠을 뚫고 포항 호미곶에 모여요.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 호미곶은 꼬리

△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는 항상 인파가 넘친다.
△ 죽도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싱싱한 수산물

12월 20일, 호미곶의 일출 시간은 오전 7시 30분.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虎尾)처럼 바다로 돌출한 육지예요. 경도상 가장 동쪽이죠. 


정확한 행정구역은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장기반도의 끝부분. 영일만에 돌출한 곶으로,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보았을 때 꼬리에 해당해요. 


조선시대의 역학 풍수지리학자 남사고(1509~1571) 선생이 <동해산수비록(東海山水?錄)>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인데, 백두산은 호랑이의 코, 장기곶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묘사했어요. 호미곶의 조선시대 명칭은 장기(長?)곶이에요.


2000년 밀레니엄 새천년 해맞이 행사 때 탁 트인 수평선과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해맞이광장이 이곳에 자리 잡았어요. 청동으로 만든 손이 바다와 육지에 세워져 있죠. 


바다에 있는 손은 왼손으로 높이 8.5m이고, 육지에 있는 손은 오른손으로 5.5m예요. 이름은 ‘상생의 손’. 힘차게 손가락을 벌린 채 바다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기운을 내뿜어요. 바다 갈매기 한 마리가 손가락 위에 앉아 일출을 기다리네요.


수평선 위를 짙은 회색 구름이 살짝 덮고 있어요. 이날 전국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수십 명이 여명의 해안가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서 있어요. 


일출 시간이 됐으나 해는 보이지 않아요. 구름 때문이죠. 하지만 잠시 뒤 강렬한 붉은빛이 구름을 뚫고 조금씩 내비쳐요. 환호성이 터져요. 간절한 기대가 헛되지 않았어요.


점차 세상은 환해져요. 온 천지를 환히 밝히는 엄청난 빛과 에너지가 방금 솟아오른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죠.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어봐요. 가족, 연인의 손을 잡고 간절히 소원을 빌어요. 동해 바닷가 일출의 기운을 믿어봅니다. 

막걸리 안주로 제격인 서민 음식 과메기

△ 포항운하를 운행하는 유람선에서 바라본 포항시. 갈매기들이 따라온다.

포항에 오면 과메기를 맛봐야 해요. 겨울이 제철이기 때문이죠. 전국 과메기의 70%를 포항 구룡포읍에서 생산해요. 구룡포는 포항 시내에서 호미곶으로 가는 중간쯤에 있죠.


과메기는 서민의 음식이에요.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죠. 비릿한 꽁치의 쫄깃함이 매력적이에요. 비릿함이 싫은 이들은 미역이나 김, 마늘과 함께 먹어요. 


지금은 대부분 꽁치로 만들지만 처음엔 청어였어요.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죠. 


과메기라는 이름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貫目)에서 시작됐어요. ‘목’을 구룡포 사투리로 ‘메기’라고 해 관목이 ‘관메기’로 변하고 다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굳어졌죠.


옛날 동해안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배가 고파 바닷가 나뭇가지에 눈이 꿰인 채 말려 있는 청어를 먹었는데 맛이 너무 좋아 겨울마다 먹은 것이 과메기의 기원이라는 이야기와 뱃사람들이 배 안에서 먹으려고 배 지붕에 청어를 던져놓았더니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저절로 과메기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과메기의 유래라고 해요. 

해풍 건조 ‘대걸이과메기’와 온풍 건조 ‘발과메기’

△ 구룡포는 전국 과메기의 70%를 생산한다. 해풍에 말리려고 대나무에 걸어놓은 꽁치

구룡포에서 ‘발과메기’를 만드는 김동우(45·땅끝수산 대표) 씨에게 과메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 씨는 15년 전부터 과메기를 생산했죠. 


고향이 구룡포인 김 씨는 처음엔 대나무에 꽁치를 꿰어 해풍에 말리는 전통적인 ‘대걸이과메기’를 만들다, 지금은 실내에서 플라스틱 발판에 꽁치를 널어 온풍기로 만드는 발과메기를 생산해요. 


현재 구룡포에 있는 400여 개 과메기 생산 업소의 60%는 대걸이과메기, 40%는 발과메기죠.


대걸이과메기는 기름이 잘 빠져 담백한 맛이 나고, 발과메기는 기름이 있어 고소한 맛을 내요.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 탓에 발과메기를 선호한다고 해요.


과메기는 12월 초부터 1월 초까지가 최고 성수기예요. 김 씨의 과메기 공장에는 30여 명의 직원이 바쁜 손길로 움직여요. 하루 평균 2000개의 두릅(한 두릅은 20마리)을 생산해 전국에 보내죠. 


직원들은 대부분 결혼 이주민이에요. 부산에서 사 온 냉동 꽁치의 배를 가르는 작업은 주로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들이 담당해요. 30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명이 베트남에서 왔죠.


배에서 내장을 빼고 뼈를 발라낸 꽁치는 중국에서 온 교포들이 바닷물과 담수로 번갈아 세척해 발에 널어요. 중국 교포는 8명. 발에 가지런히 널린 꽁치는 외부와 차단된 온실에서 28℃의 인공 바람으로 18시간 건조하죠. 


밀폐된 작업장에서 생산부터 건조, 포장까지 위생적으로 작업해 과메기를 만들어요. 김 씨는 “실내 온풍 건조를 하면 미세먼지 걱정이 없고, 꽁치의 육질이 기름을 품은 채 꼬들꼬들하게 반건조 상태가 돼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고 말해요. 

△ 구룡포의 과메기 덕장에는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대부분 일하고 있다. 실내온풍 건조는 미세먼지 걱정이 없어 해풍건조보다 위생적이다.

겨울 대게가 발길 붙잡는 죽도시장

△ 호미곶의 해맞이광장은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과메기를 맛보았으면 이제 포항의 상징인 죽도시장을 가봐요. 죽도시장은 1954년 남부상설시장으로 시작해 1971년에 포항죽도시장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15만㎡ 부지에 2500여 개 점포가 자리 잡아 동해안권에서는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죠. 주중에는 평균 1만 2000여 명이, 주말엔 3만 명이 시장을 찾을 정도로 큰 시장이에요. 


겨울이 제철인 대게와 과메기가 손님을 불러요. 대게는 12월이 되면 알과 살이 차기 시작하죠. 가자미도 포항을 대표하는 생선이에요. 


참가자미, 용가자미, 범가자미, 분홍가자미, 홍가자미, 물가자미 등 종류도 다양하죠. 붉은 알을 품은 싱싱한 생물 가자미, 말린 가자미, 반건조 가자미를 죽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포항운하 유람선 타고 바다 갈매기와 대화를

죽도시장에서 싱싱한 대게나 회로 한 끼를 채웠다면 포항운하를 운행하는 유람선을 타고 포항 구경을 해봐요. 포항운하는 2014년에 만들어졌어요. 


1970년대 초반 포항에 제철소가 들어서고 형산강 줄기를 막으면서 강과 바다의 오염이 심해졌죠.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827가구, 2225명을 이주시키고 길이 1.3㎞, 폭 20m의 운하를 건설했어요. 


깊이는 어른 어깨 높이 정도. 1만 원을 내고 유람선을 타면 40분간 죽도시장과 동빈내항을 거쳐 바다로 나가 포항제철소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새우깡을 준비하면 바다 갈매기와 대화도 나눌 수 있죠.


포항제철소의 높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 역동성이 느껴져요. 운하 옆에는 철로 만든 다양한 예술 작품이 눈길을 끌어요. 쇠로 만든 돈키호테와 화려한 꽃, 케이크 등이 철을 만드는 포항을 상징하죠. 


포항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총 세 개예요. 다리 이름이 재미있죠. 첫 번째 다리는 탈랑교. 이곳에 온 부부가 사투리로 배를 탈 것이냐고 묻는 말이에요.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다리의 이름은 말랑교. 탈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노부부가 서로 밀고 당기죠. 세 번째 다리 이름은 무엇일까요? 직접 가서 확인해볼까요?

ⓒ 이길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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