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파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조회수 2019. 12. 24. 11: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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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신비에 둘러싸인 미국항공우주국 'NASA'. 하지만 NASA를 상대로 우주에서 파업을 시전한 사건이 있었다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위클리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km입니다. 그렇다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고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대중 과학강연 중 청중에게 물었어요. 이걸 정확히 대답하기는 쉽지 않으니 보기를 드렸죠.  ① 10~100km ② 100~1000km ③ 1000~1만km ④ 1만~10만km. 


청중의 나이가 어릴 때는 비교할 대상을 주기도 해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의 높이는 8848m로 약 10km죠. 또 지구의 지름은 1만 2800km예요. 그렇다면 답은 몇 번일까요?

 

청중이 선택한 답은 ④ ›③ › 순이에요. ④번 1만~10만km가 압도적으로 많고 ①번 10~100km를 선택한 분은 한 분도 안 계셨어요. 


하지만 실제 답은 ②번 100~1000km예요. 400km 정도의 고도에서 움직이고 있죠. 지구 반지름 6400km의 6%에 불과한 높이에요. 


지구를 동전 크기로 그리면 ISS는 동전에 붙어 있는 것처럼 그려야 할 정도로 지구 표면과 가까워요. ISS에 체류하는 우주인들은 둥근 지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죠.

휴식 시간이 보장 안 된 우주인들의 노동

ISS는 저궤도 우주정거장이에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ISS가 심(深)우주 탐사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2020년까지만 운영하고 팔아 치울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해요. 


비록 심우주 탐사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그래도 국제적으로 함께 운영하면 좋겠어요. ISS는 그야말로 세계 평화의 상징이거든요. ISS는 냉전 소멸의 산물이기 때문이에요.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우주정거장을 가지고 있었어요. 1969년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자 소련은 1971년 4월 19일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를 발사해요. 5일 후인 23일에는 소유스 10호가 발사되어 살류트 1호와 도킹하는 데 성공하죠. 


이때 해치가 고장 나서 우주인이 살류트 1호로 들어가지는 못했어요. 6월 6일 발사된 소유스 11호의 우주인들이 사상 최초로 우주정거장에 진입하게 되죠. 


이들은 우주 식물 배양과 같은 실험을 수행한 후 지구로 귀한하다 사고로 모두 사망해요. 하지만 우주정거장에 사람이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죠.


소련의 살류트 우주정거장에 맞서 미국은 1973년 5월 스카이랩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5월 14일 스카이랩 본체를 발사했어요. 스카이랩 본체는 새턴 V 3단 로켓을 개조해서 한 사람이 2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보급품을 실었어요. 


꼭대기에는 도킹 모듈이 달려 있었죠. 스카이랩 1호가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이에요. 그 후에 발사되는 스카이랩 2~4호는 1호와 도킹하는 사령선일 뿐이죠.


5월 25일 발사된 스카이랩 2호의 우주인들은 장기간 인간이 우주에 체류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측정하는 임무를 받았지만, 1호와 만나자마자 1호를 수리하고 햇빛을 막아주는 파라솔 설치 임무를 먼저 수행해야 했어요. 


28일 50분간 우주 공간에 체류한 우주인들은 그동안 키가 2.5cm 자라고 심장은 3% 수축했지만 지구로 귀환한 지 이틀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7월에 발사된 스카이랩 3호 우주인들의 임무 기간은 거의 두 배로 늘었어요. 59일 11시간 동안 우주에 체류했고 그사이에 선외 활동을 세 번이나 했지요. 


이들은 귀환할 때 장난기를 발동해서 스카이랩 1호 안에 비행복을 사람처럼 곳곳에 세워놓고 왔어요. 다음 우주인들을 놀려주려는 심산이었지요. 우주인들의 삶은 즐거워 보였어요.


11월에는 스카이랩 4호가 발사되었어요. 여기에는 아폴로 19호 승무원으로 내정된 세 명의 우주인이 탑승했어요. 비록 초보 우주인이기는 했지만 모든 우주비행 훈련을 마친 정예 요원이었어요. 


이들은 스카이랩 3호보다 25일이나 긴 84일 동안 우주정거장에 체류했어요. NASA는 우주인들에게 열여섯 시간씩 일할 것을 요구하면서 분 단위의 일정표를 짜주었어요.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죠. 


그런데 예상과 달리 2호, 3호 때와는 다르게 4호 우주인들의 임무 수행은 더뎠어요. 결국 NASA는 식사 시간과 수면 시간을 줄일 것을 요구했죠. 지상의 다른 우주인들은 무리라고 지적했어요. 


심지어 12월 23일에는 우주인 가운데 한 명이 “우리는 휴식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합니다. 식사 후에 운동하고 싶지는 않아요. 모든 것이 제대로 통제돼야 합니다”라고 하소연할 지경에 이르렀어요.

우주인 파업 뒤 수면·식사 시간 보장

하지만 NASA의 관료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우주인이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은 것이죠. 5일 후인 12월 28일 문제가 생겼어요. 지상 관제탑과 스카이랩 우주정거장 사이의 통신이 꺼진 것이에요. 


지상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하지만 그 시간에 우주인들은 맘껏 잠을 자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휴식을 취했어요. 일부러 라디오를 끈 것이에요. 사상 최초의 우주 파업이 일어난 것이죠.


우주인들은 하루가 지난 다음에야 다시 통신 스위치를 켜고 파업을 중단했어요. 파업 투쟁은 효과가 있었어요. 


NASA는 분 단위로 활동을 지시하는 대신 하루 단위로 임무를 부여해 우주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시간을 통제하게 했어요. 그리고 수면 시간과 식사 시간을 보장했죠. 


그러자 우주인들의 미션 수행 능력도 올라갔어요. 이들은 예정된 임무보다 많은 작업을 소화하고 지구로 귀환했어요.


1973년 12월 28일의 우주 파업 이후 NASA는 우주인들의 업무량을 적절히 정하고 그들의 육체와 심리 상태를 고려해 임무를 부여하기 시작했어요. 파업이 효과가 있던 셈이죠.


소련이 망하고 냉전이 종식되자 우주에서는 협력이 일어났어요. 1998년부터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함께 ISS를 운영하고 있어요.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요.


ISS는 세계 평화의 상징이에요. 군사적 적대 행위뿐만 아니라 강도 높은 노동과 파업도 없어요. 우주인들과 지상의 관제탑은 충분히 소통하고 있죠. 거저 주어지는 명랑한 노동 현장은 없어요. 모두 투쟁의 결과죠.


ⓒ 이정모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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