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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이것'이 무려 500여 개나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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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세기의 서유럽에서는 르네상스 바람이 불어왔어요. 고대의 그리스·로마 문화를 부흥시킴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내려는 운동이었죠. 흥미로운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 이야기, 함께 살펴볼까요?


△ 산드로 보티첼리, ‘봄’, 목판에 템페라, 314×203cm, 1481~1482.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르네상스는 세상의 중심이 신이 아니라 인간임을 선언한 문화예술 혁신 운동이에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의 부흥을 기치로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이 운동은 인간성 해방과 인간 정신의 회복을 외치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간 가운데 중세에서 근세로 역사가 전환하는 계기가 됐죠.


세계관과 인간관의 근원을 신에서 인간으로 바꾼 르네상스의 영향은 신대륙 발견을 신호탄으로 천동설을 대체한 지동설의 등장과 봉건제도의 붕괴, 인쇄술·항해술·화약 등 획기적인 신기술의 발명이라는 값진 결실로 이어졌어요. 


특히 인쇄술의 발명은 지역이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지식과 사상의 광범위한 전파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중세와 단절, 즉 근세가 도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요.


산드로 보티첼리는 바로 이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로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초까지 활동한 인물이에요.


1445년 피렌체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보티첼리의 본명은 알레산드로 디 마리아노 디 반니 필리페피에요. 보티첼리라는 이름은 ‘작은 술통’ ‘맥주 통’이라는 뜻으로 몸집이 작았던 그의 형 별명이라는 설이 유력해요.


어린 시절 당시 피렌체에서 유행하던 금세공 일을 배우기도 한 보티첼리는 19세 때인 1464년 프라 필리포 리피가 운영하던 그림 공방에 들어가 본격적인 미술 공부에 몰두하죠.


화가 겸 전기 작가인 조르조 바사리(1511~1574)에 따르면 이 시기에 보티첼리는 원근법을 최초로 구현한 그림인 ‘성 삼위일체’로 유명한 르네상스 회화의 창시자이자 요절한 천재화가 마사초(1401~1428)의 그림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동시대에 활동한 화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1435~1488)도 보티첼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지죠.

원근법 등 사실주의 기법 무시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열렬한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보티첼리는 피렌체의 수많은 교회에서 그림 의뢰를 받았으며 로마 시스티나 성당의 장식화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어요.


원근법과 해부학 등 사실적인 기법을 쓰지 않고 우아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채, 부드럽고 자유로운 감정 표현, 장식적인 양식을 즐겨 사용한 보티첼리의 대표적 작품이 ‘봄’(1481~1482)과 ‘비너스의 탄생’(1485년경)이에요.


보티첼리는 두 작품에서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의 내용을 고상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중세 화가들과 달리 그리스 신화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어요. 


‘봄’과 ‘비너스의 탄생’이 근세 미술을 앞장서 이끈 선구적인 성과로 평가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봄’은 피렌체의 거상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 데 메디치가 주문한 것으로,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내세워 사랑이라는 주제를 대단히 아름답고 감미롭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결혼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그림으로 추정돼요.


작품에는 모두 9명의 그리스 신화 인물이 등장해요. 그림 가운데 ‘미의 여신’ 비너스가 보이고 그 위로 비너스의 아들 큐피드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화살을 겨누고 있어요. 


화면 맨 오른쪽에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봄의 요정’ 클로리스를 납치하려 하고 있어요. 클로리스 바로 왼쪽에 클로리스가 꽃으로 변신한 ‘꽃의 신’ 플로라가 서 있죠. 


비너스 옆으로 알몸이 훤히 비치는 세 명의 여자가 있는데, 삼미신(三美神)이에요. 맨 왼쪽 끝의 남자는 이승과 저승을 자유롭게 오가는 ‘신들의 메신저’ 또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에요.


이 그림에 들어 있는 꽃과 식물이 무려 500여 종이나 된다는 사실을 후세 학자들이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죠. ‘봄’은 초기 르네상스의 작품으로 ‘봄의 향연’ ‘봄의 비유’로도 불려요. 


목판에 템페라로 제작한 세로 203cm, 가로 314cm 크기로 원래 피렌체의 부유한 상인 메디치의 별장 침실에서 발견됐다는 설이 있죠. 


'봄'은 현재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 중이며, 제작 시기는 1481~1482년이에요.

큐피드 활이 겨눈 여신은?

그림을 주문한 로렌초의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의 작품인데 어두컴컴한 배경의 숲속에서 팔등신의 여신들이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온갖 식물과 꽃이 만발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실감 나게 하고 있어요. 


원근법 등 사실주의 기법이 무시되고 부드러운 선과 화려한 색채,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관능미 넘치는 여신들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그런데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하나의 그림에 동시에 등장시킨 보티첼리의 의도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해석이 엇갈려요. 왜냐하면 이 신들의 동시 등장을 뒷받침할 만한 서사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서사적 연결고리와는 상관없이 아름다운 여신들을 앞세워 봄처럼 화사한 사랑을 가꿔나갈 신혼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바람을 도상학적인 방법으로 묘사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은 신혼부부에게 바치는 ‘사랑의 노래’라 부를 만하죠

.

그림 속의 나무를 보자. 탐스러운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요. 바닥에는 온갖 종류의 꽃잎이 흩어져 있죠. 작품 제목인 ‘봄’기운이 물씬 느껴져요. 


오른쪽에서 세 번째, 꽃으로 장식한 관모를 머리에 쓴 채 꽃목걸이와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고 꽃잎을 뿌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꽃의 신’ 플로라의 모습은 이 같은 봄의 에너지를 더욱 충만케 해요. 


봄의 향연을 떠올리는 장면은 또 있어요. 맨 오른쪽, 휘어진 월계수 뒤에 보이는 제피로스. ‘바람의 신’인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은 입춘을 알리는 서풍이죠.

 

제피로스가 ‘서풍의 신’으로도 불리는 까닭이에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제피로스의 손길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클로리스.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꽃들이 흘러나오고 그녀는 바로 옆의 ‘꽃의 신’ 플로라로 탈바꿈해요. 클로리스와 플로라는 동일 인물인 것이죠.


비너스 머리 위의 ‘사랑의 신’ 큐피드도 봄 같은 감미로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안대로 눈을 가린 큐피드가 발사 자세를 취하는 화살은 삼미신 중 누군가를 겨냥한죠. 


화살을 맞은 삼미신 중 한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돼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처럼 따스한 사랑을 즐길 삼미신은 세 명 중 누구일까요?


보티첼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을 앞세워 화사한 봄날에 백년가약을 맺은 신혼부부에게 바치는 사랑의 축가를 이처럼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냈어요.

ⓒ 문화 칼럼니스트 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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