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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이것'은 대부분 가짜다?!

조회수 2019. 11. 20.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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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가구 매장이나,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카페에서 한 번쯤을 봤을 법한 토넷 의자! 토넷 의자는 유럽 카페 의자의 대명사이기도 하죠. 10월 11일, 토넷 의자를 생산하는 브랜드로 유명한 체코의 가구 브랜드 톤(TON)이 한국에 공식 론칭했어요. 오늘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토넷 의자에 관해 알아볼까요? 

위클리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실용과 혁신, 가구 역사 바꾼 토넷 의자

△한국에 공식 론칭한 가구 브랜드 톤의 주력 상품인 토넷 의자들



토넷은 오스트리아의 가구 사업가이자 디자이너인 미하엘 토넷(Michael Thonet)의 이름에서 유래했어요. 미하엘 토넷은 1841년에 증기로 나무를 쪄서 구부리는 곡목(bent wood) 기술을 개발한 가구 산업의 혁신가죠. 


토넷 의자는 등받이와 다리의 프레임이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에요. 이 곡선의 의자 프레임들은 모두 곡목 기술로 생산돼요. 


이것은 가구 산업에서 최초로 대량생산 방식을 도입한 사례로 평가받아요.


△채플린이 감독한 <모던 타임즈>에 등장한 토넷 의자



길고 둥글게 깎은 나무를 구부려서 철제 틀에 고정한 뒤 오랜 시간 놔두면 그 모양대로 굳는 거예요. 이런 방식으로 수백, 수천 개의 의자 프레임을 손쉽게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죠. 


숙련된 장인이 나무를 일일이 깎아서 특정 모양을 만드는 기존의 제작 방식보다 수십 배의 효율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미숙련 노동자도 가구를 만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어요. 이로써 가구의 생산비를 낮출 수 있었죠. 


부드러운 곡선의 우아한 의자들이 가격 경쟁력까지 얻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어요. 이로써 유럽의 카페는 물론 식당, 공연을 하는 술집, 가정에 널리 보급되었어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고 피카소도 애용

△라이자 미넬리가 주연한 <카바레>에 등장한 토넷 의자
△피카소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토넷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토넷 의자가 유럽에서 얼마나 흔한 가구인지는 이 의자가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어요. 특히 술집과 극장이 많이 나오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죠.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대를 배경으로 댄서들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 ‘카바레’에서도 유명한 라이자 미넬리의 춤과 함께 토넷 의자가 등장해요. 그런가 하면 피카소는 자신의 스튜디오에 여러 개의 토넷 의자를 갖다놓았죠.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혁신적인 모던 주택관에 토넷 의자가 놓여 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1925년 파리 장식미술산업박람회에 혁신적인 모던 주택의 전시관을 디자인했어요. 이 전시관은 현대 건축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요. 


당시 이 박람회의 주요 전시관은 모두 ‘아르데코’라는 장식적이고 사치스러운 양식으로 디자인되었어요. 각 전시관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이 제안하는 실내장식에 맞는 의자들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출품했어요. 


반면 르 코르뷔지에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평범한 의자들을 장식이 없는 실내 공간에 무심히 들여놓았어요. 이때 르 코르뷔지에가 선택한 의자는 간결한 형태의 가죽 의자와 우아한 곡선의 토넷 의자였어요. 


르 코르뷔지에는 토넷 의자에 대해 “이 의자보다 더 뛰어나고 더 우아하고 더 정밀하고 더 실용적인 것은 결코 없다”고 극찬했어요. 


이로써 토넷 의자는 과거의 모든 역사적 양식을 거부한 급진적인 성향의 모던 건축가에게서 인정받은 19세기 의자가 되었어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토넷 의자에 기대 서 있다.



비록 19세기에 탄생했지만 토넷 의자는 모더니즘과도 잘 어울렸어요. 특히 의자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토넷 넘버 14’ 모델은 충분한 자격을 가져요. 


이 의자는 대량생산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현대적이지만, 또 다른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현대 가구 역사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어요. 이 의자는 불과 6개의 부품과 이것을 연결하는 나사못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 구성 요소들을 조립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이 의자는 해체된 상태에서 이동했어요.

부품을 해체한 상태에서 짐마차에 싣고 이동을 하면 조립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몇 배의 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오늘날 이케아가 하는 플랫팩(flat-pack) 방식의 원조인 셈이죠. 


플랫팩은 가구를 분해해 납작한 패키지에 담아 이동한 뒤 가구를 구매한 사람이 집에서 직접 조립하는 것을 말해요. 이로써 상당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어요.

1859년 첫 생산 ‘토넷 넘버 14’ 신화

△토넷 넘버 14 모델은 부품들이 해체된 채 공간을 최대한 절약한 상태에서 이동함으로써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토넷 넘버 14 모델은 첫 번째 생산된 해인 1859년부터 1930년까지 무려 5000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어요. 


20세기 중반 이후 수많은 종류의 창의적인 의자, 합판이나 플라스틱 같은 저렴한 재료로 만든 의자가 생산되면서 토넷은 과거만큼 팔리지는 않았지만, 인기는 여전해서 20세기 중후반에도 수백만 개가 더 판매되었어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단일 모델은 단연 토넷 넘버 14예요.

한국의 입식 문화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해서 다양한 의자가 소개되지 못했어요. 특히 한국 가정의 실내는 소파와 책상 의자를 중심으로 꾸며져 토넷 의자 같은 멋스러운 의자는 들어설 자리가 없었죠. 


21세기 이후 실내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유럽의 모던 가구와 토넷 의자도 한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토넷 의자는 짝퉁이었어요. 


드디어 토넷 의자를 공식적으로 생산하는 톤이 한국에 공식 론칭하기에 이른 거예요.

ⓒ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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