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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 맛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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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 종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 개와 고양이 사료가 따로 만들어졌을까요? 또 반려동물의 사료는 무엇으로 만들까요? 한번 같이 알아볼까요?

어머니 집에 개가 한 마리 입양됐어요. 이름은 ‘여름이’예요. 이유는 단순하죠. 여름에 입양했으니까요. 품종은 알 수 없었어요. (소위 ‘X개’에 속해요. 하지만 절대로 이걸 발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여름이는 농가에서 살았어요. 거기서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먹었지요. 하지만 아파트에 살게 된 여름이는 이제 사료를 먹게 됐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수십(!) 마리의 개들은 모두 엄마와 할머니가 요리한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 개와 고양이 사료가 따로 만들어졌을까요? 또 반려동물의 사료는 무엇으로 만들까요? 

최초의 개 사료는 1860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만들어졌어요. 선원들이 먹다 남은 건빵을 길거리 개에게 주는 모습을 본 제임스 스프랫(James Spratt)이라는 청년이 개 비스킷을 만들었어요. 


이 비스킷에는 고기도 들어 있었죠. 당시의 경기에 따라 사료에 들어가는 고기 양이 들쑥날쑥했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사료의 형태도 바뀌었죠. 


1940년대에는 캔이 등장했고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에는 건조 사료가 나왔어요. 말린 곡물로 만든 사료죠. 어쩔 수 없었어요. 통조림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말고기로 만든 개 사료 통조림 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이에요.

건조 사료는 개 주인들의 마음에 들었어요. 냄새도 덜 나고 깔끔했기 때문이죠. 휴대하기도 좋고 부스러기도 적었어요. 문제는 개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는 거예요.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생김새 자체가 입맛 떨어지게 생겼잖아요. 게다가 원래 개는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곡물을 좋아하는 동물이 아니에요. 늑대가 보리나 밀을 뜯어 먹는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잖아요.

맛의 변화 싫어해

△ 반려동물을 위한 서점을 운영하는 심선화 씨가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한겨레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해요. 그래야 물건이 팔리고 물건이 팔려야 돈을 버니까요. 사료업자들은 ‘식미 증진제’를 찾았어요. 양념을 넣는 것이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양념 맛으로 먹는 거잖아요. 닭 가슴살을 그냥 익히면 아무 맛도 안 나요. 양념을 해야 하지요. 하다못해 소금이라도 찍어야 먹을 수 있어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아요. 이젠 개와 고양이 주인들이 다양한 맛의 사료를 반려동물에게 제공하는 거예요. 물론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죠. 매일 똑같은 맛의 먹이를 주는 게 미안하잖아요. 그런데 말이죠, 그건 사람의 입장일 뿐이에요. 반려동물들은 맛의 변화를 싫어한답니다.


다른 맛의 사료를 주면 동물은 힘들어 해요. (사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죠. 낯선 외국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을 시도조차 못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

고양이를 잘 보세요. 어떤 녀석은 주야장천 새만 잡아요. 또 어떤 녀석은 쥐만 잡지요. 하루는 새를 잡았다가 다른 날은 쥐를 잡는 고양이는 매우 드물어요. 그런데 고양이들은 사료를 바꿔도 잘만 먹어요. 


고양이 사료가 엄청나게 다양한 것 같지만 생선과 닭고기의 비율만 다를 뿐이고 맛은 다 같기 때문이죠. 거기에는 비밀이 있어요. 바로 식미 증진제인 파이로인산염이에요. 파이로인산염은 사료를 만드는 모든 재료의 맛을 덮어버린답니다.

파이로인산염 덕분에 100% 채식 고양이 사료도 등장할 수 있었어요. 아마 이런 사료를 먹이는 주인은 채식주의자일 거예요. 아니면 고양이가 살이 쪄서 걱정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요, 이건 너무 지나친 거예요. 고양이는 완전 육식동물이에요. 우리와는 달라요. 아무리 채식이 지구 환경과 기후에 중요하다고 해도 고양이에게까지 강요해서는 안 돼요. 


고양이가 살찌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채식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에요.


△ 서울 도봉구의 반려견 놀이터에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다.│한겨레



예전에 코미디언 심형래 씨가 동물 개그를 많이 했는데 그때 파리 연기를 섬세하게 했어요. 손바닥을 파리 발바닥처럼 연신 비비는 연기를 했어요. 파리를 열심히 연구한 티가 역력하더군요. 파리는 왜 발바닥을 비빌까요? 거기에 미각세포가 있기 때문이에요.


음식에 앉아서 발을 디뎌보면 척 하고 맛을 아는 것이죠. 가재는 더듬이에 미각세포가 있어요. 메기는 온몸이 미각세포로 덮여 있어서 강바닥을 쓸고 다니면서 먹을거리를 찾는 거죠.


사람은 음식을 집어서 입에 넣을 수 있는 손이 있으니 미각세포가 입 안에만 있어도 불편함이 없지요. 사실 사람도 미각세포가 널리 퍼져 있기는 해요. 식도와 위장에도 미각세포가 있어요.


하지만 이곳의 미각세포는 뇌와 연결되어 있죠. 이게 장점일까요, 단점일까요? 좋은 맛을 좀 더 오래 느끼지 못하니 안타까운가요? 쓴 약을 생각해보세요. 다행 아닌가요? 어쩌다 먹는 약이 문제가 아니에요. 담즙이나 췌장 효소의 쓴맛을 하루 종일 느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다 다른 미각세포

그렇다면 왜 식도와 위장에도 미각 수용체가 있는 것일까요? 뇌로 맛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호르몬 반응을 일으켜서 위험한 물질을 토해 내뱉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자연은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아요.


맛 중의 최고 맛은 뭐니 뭐니 해도 단맛이죠. 하지만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해요. 단맛 수용체가 없어요. 이 말은 탄수화물을 따로 섭취하는 동물이 아니라는 뜻이죠. 온전한 육식동물이에요. 저는 단맛에서 헤어나지를 못해요. 단걸 먹으면 살이 찐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저절로 손이 가지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죠. 


수렵채집 시대에 터득한 교훈이에요. 있을 때 먹어둬라! 탄수화물에 한번 중독되면 헤어나기 쉽지 않아요. 쥐는 단것이라면 목숨을 내놓고요. 개도 단것을 좋아해요. 개는 잡식성이 분명해요.

여름이가 오기 전에 엄마 집에는 몰티즈 품종의 봄봄이가 있었어요. 봄봄이는 18년을 엄마와 함께 살았죠. 사료를 먹으면서 자랐어요. 작은 몸집을 평생 유지했어요. 그런데 새로 들어온 여름이는 하루에 100g씩 체중이 늘고 있어요. 정체불명의 품종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동생이 제수씨 몰래 고기 안주와 단것을 자꾸 주기 때문이에요. 


여름이가 엄마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료만 줘야 해요. 그래야 건강할 수 있어요. 물론 아이나 개나 먹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랍니다.


ⓒ 이정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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