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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제조? NO! 들어는 봤나, '아이돌 상생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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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K-팝 아이돌에 사회적 가치를 담은 기업이 있는데요. 


서울시 사회적기업이자 기획사인 (주)엶엔터테인먼트가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아이돌에 소셜 벤처와의 융합을 시도했어요. 자세한 내용 살펴보시죠! 


엶엔터테인먼트

엶엔터테인먼트의 이철우 대표와 ‘플로어스(flor_us)’ 멤버들. 지송, 진현, 진혜정, 수화(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018년 12월 엶엔터테인먼트는 소셜 아이돌 ‘플로어스(flor_us)’를 세상에 선보였어요. 사회적기업의 형식을 갖춘 연예기획사가 등장한 것인데요. 


‘아이돌 제조 생태계’를 거부하는, ‘아이돌 상생 생태계’를 꿈꾸는 기획사와 걸그룹의 조합이에요. 과열된 경쟁 속에 잇단 부작용을 낳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어요.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아파트 단지 옆 작은 상가, 내비게이션은 이곳을 가리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간판이 보이지 않는데요. 


“카페 옆 작은 노란 문 보이세요? 거기로 들어오시면 됩니다”라는 전화 통화와 함께 앳돼 보이는 남자가 마중 나왔어요. 이철우(40) 엶엔터테인먼트 대표였는데요. 지하로 통하는 좁은 계단을 내려가자 아지트 같은 공간이 펼쳐져요. 


절반은 연습실로, 절반은 사무 공간과 쉼터로 꾸며져 있는데요. 사회의 아픔을 노래로 치유하겠다는 당찬 도전장을 내민,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이 배출한 걸그룹이 그다지 넓지 않은 이 공간에서 피어나고 있었어요. 


문화 콘텐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이철우 대표와 플로어스 멤버들을 함께 만났답니다. 

일과 재미 두 마리 토끼 가능하다 생각

-사회적기업형 엔터테인먼트라니 신기한데요. 어떻게 출발했나요?

=(이철우) 광고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다 SK행복나눔재단으로 이직했어요. 재단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나 지원 정책에 대한 업무를 하다 보니 관심도 높아지고 창업 아이디어도 얻게 됐는데요. 


사회적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면서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니 일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 싶어 2013년 10월 엶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죠.


-많고 많은 분야 중에서 왜 엔터테인먼트인가요?

=(이철우) 살펴보니 사회적기업 영역이 한정적이었어요. 좋은 자재로 먹거리를 만들거나 취약계층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요. 재밌는 분야를 해보고 싶었죠. 


어릴 때부터 농담처럼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어요.(웃음) 일단 광고회사에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오래 했으니 이어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죠. 


보통 엔터테인먼트 하면 매니지먼트만 생각해요. 그런 분야도 다 포함해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를 원했답니다.

데뷔 전부터 시작한 버스킹은 오늘도 계속된다.│ 엶엔터테인먼트

-‘엶’ 발음이 어려운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이철우) '닮다', '삶'의 의미예요. 다 같은 발음인데요.(웃음)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회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하거나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회문제와의 소통을 열어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았죠.  


벌써 7년 차인데요. 엶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법인을 설립해 소셜 기획(축제, 공연, 이벤트)과 미디어 콘텐츠(팟캐스트, 영상) 제작을 하는 사회적기업으로서 2017년 인증을 받았어요. 


특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작된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예능 형식의 영상은 지역 미디어(티브로드, 성북마을 TV)에서 방영되었죠. 


또한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가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질 것들, 살아갈 곳들>은 2016년 인디다큐 페스티벌에 소개되는 성과를 거두었답니다. 


이 외에도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 파티 ‘사회적기업! 청년을 만나다’ 기획 ▲삶과 죽음을 잇는 길 ‘사잇길’ 기획 및 운영 ▲노원구 & 강북구 & 구로구 사회적경제 종사자 명랑운동회 기획 및 운영 등 지역사회에서 미디어 활동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을 꾸준히 진행했어요. 

이름은 ‘꽃의 만발’과 ‘우리’ 합성어

데뷔 전부터 시작한 버스킹은 오늘도 계속된다.│ 엶엔터테인먼트

-소셜 콘텐츠 제작 노하우로 최초의 사회적 아이돌 그룹을 만들었는데요. 어떻게 사회적기업이 걸그룹을 키운다는 발상을 했나요?

=(이철우) 세계적인 한류 콘텐츠인 K-팝에 사회적 가치를 얹으면 큰 파급력이 생길 거라고 확신했어요. 10대, 20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이돌인데요. 


아이돌이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 그들 세대에 맞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한편으로는 아이돌 산업의 부정적인 면을 해결하는 데 사회적기업으로서 역할이 있다는 신념도 있었죠. 


그런 면에서 엔터테인먼트계는 레드오션이지만 사회적기업으로는 블루오션이지 않나 생각했어요.


-2018년 12월에 4인조 걸그룹으로 데뷔했는데요. ‘플로어스(flor_us)’란 이름에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플로어스) ‘꽃의 만발’을 뜻하는 독일어 ‘플로(Flor)’와 우리를 뜻하는 영어 ‘어스(us)’를 합친 합성어에요. 우리들로 하여금 세상에 좋은 가치들이 만개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죠. 


수화가 낸 아이디어에 대표님이 의미를 부여해줬어요. 네 자리 이름 가진 아이돌 그룹이 잘되었다고 하셨어요.(웃음) 멤버 수도 진현(24), 수화(22), 지송(21), 진혜정(21) 넷이에요. 이름처럼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가치를 노래로 전달하는 걸그룹이 되고 싶어요.

2018년 12월에 열린 플로어스 데뷔 쇼케이스│엶엔터테인먼트

-오디션도 남달랐을 거 같아요. 생소한 신생기업의 도전에 지원자들의 걱정도 컸을 듯해요.

=(이철우) 어떻게 하면 신뢰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모집 공고에 우리의 가치관과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긴 글로 설명했죠. 


읽으면 여기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알 수 있게끔요. 지금 봐도 절실함이 묻어나 있어요. 200명 넘게 오디션을 봤죠.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을 할애해 개인 면담 형식으로 진행했답니다. 


이야기하면서 가치관을 공감할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았어요. 플로어스 친구들과는 지금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발소리만 들어도 그들의 심리 상태를 알 정도랍니다.(웃음)

 

=(진현)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어요. 사회적기업 엔터테인먼트라는 가치에 공감해 지원했죠. 일방적이지 않고 모든 걸 우리랑 상의하는 방식이 좋은데요. 책임감도 더 크게 생겼어요.

 

=(진혜정) 보통 기획사들은 키, 몸무게, 나이, 지원 분야 정도를 요구하고, 오디션도 5분 정도면 끝이나요. 외모 중심으로 스캔하는데요. 그런데 엶엔터테인먼트의 지향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대표님과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춤과 노래는 마지막에 잠깐 보여줬어요.

 

=(지송)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안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찰나에 엶엔터테인먼트를 만났죠. 데뷔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믿음이 있었어요.

 

=(수화) 다른 기획사에서 데뷔 조에서 탈락해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참여했어요. 오디션 보는 대표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독특했는데요. 소망도 털어놓고 이야기하면서 많이 위로가 됐어요. 

첫 앨범 주제는 경험담 담긴 학교폭력

-연습생 준비 기간도 길었겠어요.

=(이철우) 우린 연습생 제도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공간도 협소하고 관리할 여력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의 꿈을 경쟁이란 명분하에 이용하는 것이 아닌 동행하는 길을 가려고 했어요. 시작부터 팀을 구성했고 모두 계약까지 완료하고 출발했죠.


플로어스의 첫 앨범 주제는 ‘학교폭력’이에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 자신이 겪은 경험담을 작사자에게 전달했어요. 10대를 갓 벗어난 후에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인데요. 상처와 후회하는 마음을 첫 번째 미니앨범 <플로어[스]쿨(flor_u[s]chool)>에 담았어요. 


학교폭력 방관자에게 이야기하는 ‘Voice(부제: 슬픈 이의 목소리)’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전하는 ‘Masquerade(부제: 파티는 모두 끝났어)’,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로하는 ‘백일몽(白日夢)’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정식 활동한 지 6개월이 넘었어요. 좀 실감하나요?

=(플로어스) 포털에서 음원을 들을 수 있어요. 프로필도 신기하고. 무엇보다 우리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가장 기쁜데요. 공연마다 꾸준히 오는 팬들이 생겼어요. 영상으로 담아주기도 하고 사진이나 즉템 사진도 올려줘요. 유럽에서 팬클럽을 만들었다는 메시지도 받았죠.


-모두 20대인데요. 요즘 아이돌과 비교하면 꽤나 늦은 출발이에요.

=(플로어스) 늦게 시작한 만큼 절실함이 있고 철이 들었어요. 또래의 꿈에 대해, 현실에 처한 고민과 방황에 대해 우리의 목소리로 노래하면 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2018년 12월에 열린 플로어스 데뷔 쇼케이스│엶엔터테인먼트

-작사에 플로어스 멤버들의 이름도 적혀 있는데요. 노래 작업에 어느 정도 참여하나요? 

=(플로어스) 이야기나 방향은 우리가 만들어가요. 우리의 이야기를 토대로 작사가 선생님이 가사를 만들어줘요.


-닮고 싶은 롤 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플로어스) 방탄소년단이에요. 노래에 자기들의 생각을 담아내는 모습이 멋있어요.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담으려고 해요. 활동도 노래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으로 하려고 한답니다.


-멤버들이 굉장히 적극적인데요. SNS 등 팬들과의 소통도 거침없을 거 같아요.

=(이철우) 인스타그램은 멤버들이 각자,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내가 관리해요. 간단한 영상 편집은 플로어스 친구들이 후딱 해주는데요. SNS에는 영어로 올려요. 외국어 공부도 착실히 해나가고 있답니다. 


자원봉사 활동 등을 직접 제안하기도 해요. 멤버 중에 수화라는 친구는 6개월째 수화를 배우고 있어요. 수화 동시통역 자격증까지 준비 중이에요. 지금은 지송도 함께 다니는데요. 플로어스 노래를 수화로 들려주고 싶어 해요. 


‘백일몽’의 수화 버전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창 더울 때 올라갈 예정이랍니다. 리더 진현은 치어리딩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다음 공연 때 해볼 예정이에요.


-여전히 버스킹을 꾸준히 하는데요.

=(플로어스) 데뷔는 했어도 아직은 인지도가 약해 무대에 올라가도 3, 4곡밖에 못 불러요. 버스킹은 2시간 동안 온전히 우리의 무대에요. 우리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팬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랍니다.

SNS 통해 국내 넘어 해외 팬도 늘어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철우) 선입견이 많아요. ‘아이돌=상업성’ 인식 탓인지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많은데요. 활동만 보면 다른 걸그룹과 거의 비슷할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린 사회적 가치를 노래하는 아이돌이랍니다. 


가사나 퍼포먼스를 통해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나 의미를 담는데요. 연예인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회문제를 보여주고 풀어내는 거예요.


-차별점은 확실하다. 그래도 갈 길에 대한 고민은 클 텐데요.

=(이철우) 연예기획사의 계약은 보통 7년이에요.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엶엔터테인먼트를 믿고 7년을 계약했어요. 그들은 20대 인생을 여기에 걸고, 나도 그들에게 사업의 가능성을 걸었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해요.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고 영향력과 파급력 있는 보이스가 되고 싶어요. 함께 소통하고 신뢰하면서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내고 싶답니다.

-올해 목표는 뭔가요?

=(이철우) ‘플로어스의 인지도를 높여보자’가 목표에요. 버스킹, 커버, 연습 장면 등을 유튜브로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요. 인지도 있는 기업이나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시도해보고 있어요. 


신곡도 2, 3개월에 한 곡씩 지속적으로 낼 계획이에요. ‘Voice’의 뮤직비디오는 기흥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주제로 제작한 단편영화 <방관자>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죠. 


SNS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도 많아졌어요. 학교폭력은 범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된다고 봐요. 세계적으로 멀리,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목소리가 닿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노래는 언제 들을 수 있을까요?

=(플로어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할지 프로듀서와 멤버들과 이야기하고 있죠.


플로어스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디지털 싱글 ‘Because of You’의 가사처럼, 소녀들은 오늘도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데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소녀들의 바람대로 그리고 ‘엶’의 의지대로 세상에 좋은 가치들이 만개하기를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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