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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힙 플레이스 '익선동'은 처음이지?

조회수 2019. 9. 2. 13: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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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인파를 ‘쫙쫙’ 빨아들이는데요. 그야말로 ‘힙 플레이스’, 최신 유행 공간이에요. 젊은이들의 필수 코스가 됐었는데요. 애초 이름은 ‘익선 한옥마을’이었답니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창덕궁 가는 길 오른쪽 골목에 있던 100여 채의 한옥마을. 이제나저제나, 재개발의 삽질에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노후 지역’이었는데요. 이곳이 '힙 플레이스'가 된 이유 함께 살펴볼까요?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익선 한옥마을 ‘힙’한 유행 북적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에 있는 옷집에 걸린 옷을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

종로의 대부분 ‘피맛길’은 재개발의 비수에 이미 생명력을 잃었어요. 한때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친구로 존재했던 도심 뒷골목은 어느덧 ‘전설’이 됐었어요. 


조선시대 관리들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대로를 피해 뒷길로 민초들이 다니며 생긴 피마(避馬) 길은 맛깔난 안주에 막걸리를 파는 음식점이 넘쳐났어요. 


종로통의 피맛길이 하나둘 사라지며 전통을 말살한다는 시민들 반발이 거세자, 서울시는 거의 마지막 남은 도심의 한옥 집단 마을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벼랑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랍니다. 

골목마다 공사판… 디저트 하나에 3만 원

골목에는 일식당 등 여러 나라 음식점이 자리잡고 있어 한옥 골목의 특성이 사라졌다.

희소성에 교통의 편리함이 더해지며 익선 한옥마을은 날개를 달았어요. 서울시는 가옥의 개인 소유주들에게 용도변경을 허용했어요. 


익선동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 높이와 용도가 제한될 뿐 아니라 프랜차이즈업체의 입점이 제한됐는데요. 익선동은 한옥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 술집, 음식점이 골목을 채웠어요. 


골목마다 공사판이 이어졌는데요. 대부분 한옥이 가정집에서 영업점으로 바뀌었어요. 오랫동안 이 마을을 지키던 나이 든 세입자들은 하루아침에 이사를 가야 했어요. 임대료도 1년 사이에 두 배로 뛰었답니다. 


카페는 음료 한 잔에 7500~8500원, 디저트 하나에 3만 원으로 비싸지만 대기 손님들은 자리가 나길 기다려요. 정적이 맴돌던 골목길은 이제 평일에도 인파로 넘쳐요.

골목에는 다양한 장식품을 파는 가게도 있다.

최근에는 한복뿐 아니라 ‘개화기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이 포즈를 잡는데요. 벨벳 드레스와 챙이 넓은 모자, 오버사이즈 정장 등을 입은 사람들로 붐벼요. 


민속촌이나 고궁에서 한복 체험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듯, 익선동에는 개화기 의상 체험이 놀이 문화가 됐답니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복고풍을 좋아하는 장년층도 이런 놀이에 동참해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개화기를 그린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개화기 의상 대여 열풍이 시작됐어요. 익선동은 서울에서 여느 골목에 비교할 수 없이 ‘핫’한 골목으로 자리 잡았어요. 


오전 10시부터 소문난 맛집에는 줄이 길게 서는데요. 골목엔 전 세계 음식점이 자리를 잡았고, 젊은 취향의 의상과 장식품을 파는 가게가 줄줄이 자리했어요. 서양 간판의 찻집과 과자점에도 하루 종일 줄을 서요. 

서울의 핫 플레이스 공통점, 그리고…

골목이 많지 않아 인기가 오래갈지 염려스럽다.

이제 익선동에서 전통 한옥마을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화려한 음식점 출입구 위 조금 남아 있는 허술한 기와지붕과 가끔 볼 수 있는 나무 대문이 이곳이 한옥마을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요. 


대청마루가 시원한 한옥의 내부는 유리창과 상품 진열대로 어색한 화장을 한 채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하는데요. 이웃 인사동은 이미 문을 닫은 점포가 많아 적막의 거리로 변했답니다. 


특색 없는 천편일률적인 기념품으로 외국인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어요. 전통이 있던 한정식집은 ‘청탁금지법’ 여파로 생존이 위태로워요. 


홍대 앞, 삼청동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이태원 경리단길, 연희동, 익선동으로 진화하며 이어지는 서울 핫 플레이스의 공통점은 오래된 동네라는 것이에요. 

한옥마을 골목의 다양한 카페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강렬한 요소이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어 안정감과 편안함을 풍기며 사람들을 끌어들였어요. 


그들은 원형은 유지한 채 창의성을 발휘해 예술성과 세련미를 갖춘 근사한 가게를 만들어내며 쇠락한 골목길을 단숨에 젊음의 거리로 변화시켰는데요. 


하지만 임대료가 올라가며 업종이 바뀌고, 그에 따라 인기도 시들어갔어요. 장기적으로 전통을 보존하고, 거리의 품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없어요. 그래서 서울시에는 전통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나마 전통의 흔적이 있던 종로 2가 피맛길. 5월 18일 토요일 오후,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길은 인파로 넘쳐 어깨가 부딪치며 걷는지 흐르는지 헷갈리는 분주함에 비해, 종로 2가 피맛길은 왕래가 거의 없는 유령의 골목길로 다가왔는데요. 


사람들을 피해 담배를 피우는 흡연가만 가끔 눈에 띄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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