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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을 맡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 냄새 인식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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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香)은 냄새입니다. 인간이 코를 통해 사물 특유의 냄새를 인식하는 행위를 ‘냄새를 맡는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향도(香道)에서 냄새는 맡는 것이 아닙니다. 향을 ‘듣는다’고 표현하고, ‘문향(聞香)’이라 합니다. 맡는 것과 듣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향을 듣고 마음으로 맡아

능혜스님이 한국 차를 끓여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있는 모습

정신을 집중해서 마음으로 냄새를 느끼라는 의미입니다. 향을 즐기는 이들은 엄격한 예절을 갖춰 향을 듣는데요. 향을 듣는 방법을 살짝 엿보겠습니다.


우선 정좌하고 턱을 당긴 뒤 호흡을 고르게 하여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힙니다. 오른손으로 향불이 피어오르는 향로를 잡아 왼손 손바닥에 올립니다.


(향로의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향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두 번 돌리고, 오른손 바닥을 둥글게 만들어 향을 코 쪽으로 오게 만드는데요. 가늘고 길게 향을 음미하며 들이쉽니다. 들이쉬고 내쉬기를 3~4번 반복합니다. 


이때 억지로 향을 맡으려 하지 말고, 향이 온몸에 퍼지길 기다립니다. 차를 마시는 데 예법이 있듯, 향을 맡는 데에도 예법이 있습니다. 

반죽 먹어도 된다며 떼어줘 

전통 향로에서 향이 피어 오르고 있는 모습

그렇다면 향을 맡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신과 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일반인들에게 향을 맡는다는 것은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제사를 모실 때 향을 피우지만 그 냄새가 일부러 맡을 만큼 매력적인 것은 아닌데요. 오히려 향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영화배우 강신성일 씨가 2018년 폐암으로 타계하면서 자신이 폐암에 걸린 이유가 향을 매일 맡았기 때문이라고 해 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신 씨는 “집에 어머니 제단을 만들어놓고 매일 향을 피운 것이 폐 건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해, 향이 그의 폐암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27년간 전통 한국 향을 만들어 보급해온 능혜 스님은 이런 세간의 인식이 불편한데요.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값싼 향은 몸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 있어 장시간 맡으면 해롭다는 인식에는 동의합니다. 

향 제조 공장에서 향을 말리기 위해 건조대로 옮기고 있는 모습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중국의 공장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든 향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중국의 값싼 향이 수입돼 국내 향 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좋은 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을 향상시킨다”고 이야기합니다.

 

경북 성주에 자리 잡은 취운향당은 능혜 스님이 한국 향을 보급하기 위해 건립했습니다. 실제로 스님이 직접 만든 향은 전통의 향 문화를 음미하는 이들에게 애용되고 있습니다. 한 해 매출이 20억 원인데요. 


과연 시중의 다른 향과 스님이 만든 향은 차이가 있을까요?

3월 13일, 취운향당의 향 제조 공장에서 만난 스님은 반죽 형태의 향 재료를 맛보라고 떼어줍니다. 씹어보니 한약 맛이 납니다. 모두 몸에 좋은 한약 재료이니 삼켜도 된다고 합니다. 


각종 한약 재료의 배합 비율을 적은 ‘비방(秘方)’을 벽에 붙여놓고 그 비율대로 재료를 섞는데요. 스님만의 비방입니다. 비방에는 기존의 전통 향을 만들 때 쓰는 6가지 향 약재(침향, 백단, 자단, 목향, 계피, 안식)에 스님이 경험을 통해 고른 20여 가지 한약재가 투입됩니다. 


“무슨 약재인가요?” “비밀인데… 몇 가지 이야기해줄 수는 있어요. 유황, 장향, 정향피, 곽향, 산사 등등. 여기에 겨울에 딴 잣나무 솔잎도 넣어요. 왜 겨울에 따느냐면 가장 잣나무 솔잎이 부드럽기 때문이죠. 추위에 견디기 위해서는 부드러워야 생존합니다.” 

수많은 경우의 수, 재미이자 어려움 

각종 한약재를 섞은 향 재료를 기계를 이용해 반죽하고 있는 모습

스님이 배합한 향방 재료는 기계를 이용해 반죽한 뒤 마치 국수를 뽑듯 가늘게 만들어 건조합니다. 향의 여러 종류 가운데 길쭉하게 만드는 선향(線香)인데요. 향로에 꽂아 불을 붙여 향을 내는 일반적인 형태의 향입니다.

 

여러 천연 향료를 배합하면서 스님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같은 백단이라도 산지에 따라 향기가 달라요. 같은 산에 심어져 있어도 계곡, 산꼭대기,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고, 채집 시기가 우기인지, 건기인지, 맑은 날인지, 흐린 날인지에 따라 향기가 달라요. 또 같은 향목이라도 햇빛이 닿는 부분과 그늘진 부분의 향기가 다르고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합니다. “배합할 때의 계절, 기후, 기온, 습도의 차이가 향을 변화시켜요. 향료의 배합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지요. 이것이 향을 만드는 재미이자 어려움입니다.”


“어떤 인연이 스님을 향의 세계로 이끌었을까요?” 잠시 분주하게 움직이던 손길을 멈췄습니다. 스님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출가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불교 신자인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절에 가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다고 하는데요. 

자신의 비방대로 혼합한 향재료를 반죽 기계에 넣는 모습

고등학교 때 이미 200권이 넘는 불교 관련 서적을 탐독했고, 빨리 출가하고 싶어서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해인사로 출가했습니다. 


지리산 청매토굴에서 1년간 장좌불와(長坐不臥·눕지 않고 고요히 앉아 참선하는 수행법) 과정을 거친 뒤 전국의 선방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타공 스님을 모시게 됐는데요. 타공 스님은 해봉 스님을 시봉하면서 향방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당시 타공 스님은 꼬깃꼬깃 구겨진 수첩에 한국 전통의 향 만드는 법을 적어서 여러 사람에게 전하려 했으나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타공 스님은 해봉 스님(1916~2015)에게서, 해봉 스님은 효봉 스님(1888~1966)에게서, 효봉 스님은 분단 전 금강산의 마하연사 조실 스님이었던 석두 스님(1882~1954)에게서 향방을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열기는 아래로, 시원한 기운은 머리로 

능혜스님이 손으로 만든 원뿔향에서 향이 피어 오르고 있는 모습

타공 스님에게서 향방을 이어받은 능혜 스님은 중생에게 좋은 향을 전해주는 것이 바로 하화중생(下化衆生·중생을 계도함)의 길이라 믿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노라고 말했습니다. 


스님은 <방약합편>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한의학 책을 독학으로 읽으며 향과 관련된 약재의 효능을 익혔다고 하는데요.


“현대인에게 필요한 효능이 무엇인지를 생각했어요. 공기가 좋지 않으니 폐 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전자파에 자주 노출되니 그것을 차단할 수 있고, 또 화를 자주 내는 이들이 많으니 머리로 치솟는 열기를 내려주는 효능의 약재를 찾았어요.“

 

스님은 직접 만든 향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임상으로 썼다고 합니다. “3일 이상 굶어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든 뒤 향을 피워 냄새를 맡아보곤 했어요.” 3년 만에 자신만의 향방을 완성했습니다. 


향을 맡으면 수승화강(水昇火降), 즉 몸 위쪽의 열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시원한 기운은 머리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오장육부 기능 돕는 오향 들어가 

최근 향 애호가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침향의 모습

직접 판로 개척에도 나섰는데요. 문방구, 불교용품점, 사찰 등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바랑에 늘 수십 통의 향을 넣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한 통씩 나눠주며 피워보고 마음에 들면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는데요. 


그런 정성이 통했는지 취운향당의 한국 향은 고급 향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향 문화가 보급됐나요?” 

 

“<삼국유사>에 기록이 있어요. 19대 눌지왕 때 중국 양나라에서 의복과 함께 여러 물건이 왔는데 그중 향이 포함됐어요. 무슨 물건인지 몰라 왕은 온 나라에 수소문했는데,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인 묵호자가 ‘이것은 향이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태우면 향기가 짙어져 정성이 신성한 것에 이릅니다. 이것을 태워서 발원하면 반드시 영험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마침 공주가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향을 피우고 기도했더니 병이 나아 왕이 후하게 사례했다고 전합니다.”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는 우리 민족의 향 문화가 크게 발달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큰 절에 향승(香僧)이 있었고, 다양한 향 문화가 퍼지면서 방향 물질을 혼합한 향수로 목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능혜스님이 수집해 보관하고 있는 전통 향로들의 모습

조선시대에는 향을 전담하는 전향별감을 따로 두었고, 임금의 교지를 받을 때도 반드시 향을 사르고, 심지어 사약을 받을 때도 향을 사르게 했다고 합니다. 


선비들은 독서를 할 때나 시를 지을 때 옷을 단정히 입고 향로에 향을 지폈고, 향로 앞에서 신랑과 신부가 백년해로를 서약했는데요.

 

능혜 스님은 구체적으로 한국 향의 효능을 설명합니다. 우선 오장육부의 기능을 좋게 하는 오향이 들어가는데요. 폐 기능을 돕는 흰색 계통의 백단, 심장 기능을 돕는 붉은 계통의 정향, 신장 기능을 돕는 거무스레한 침향, 위장 기능을 돕는 노란 계통의 유향, 간 기능을 돕는 목향입니다.


향을 받아들이는 방법도 설명해줍니다. 바로 코앞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가득 들이켜서는 미묘한 향을 포착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타는 열로 인해 불이 붙은 부분에서 2~3㎜ 아래가 열기를 받아 좋은 향기를 뿜기 때문에 코앞 2~3㎝ 떨어진 상태에서 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인데요다. 


한꺼번에 여러 개를 피우기보다는 하나의 향을 음미하는 것이 좋고, 몸의 기운에 맞는 적당한 양을 정기적으로 피우는 것을 권합니다.

 

능혜 스님은 1989년부터 울릉도에 매년 향나무를 1000여 주 심었습니다. 한민족 전통의 향도(香道) 문화를 복원시키는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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