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1.2% 차이가 만든 운명, 같은듯 다른 사람과 원숭이

조회수 2019. 9. 9. 17:02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영장류는 크게 원숭이와 유인원으로 나눕니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입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자세히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조상을 찾아서
DNA 98.8%가 같은 사람과 침팬지. 단 1.2%의 차이로 바뀐 운명│한겨레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그리고 사람이 유인원입니다. 원숭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모두 꼬리가 있습니다. 한 가지 예외만 빼고요. 긴팔원숭이가 바로 그것입니다. 긴팔원숭이는 꼬리가 없습니다. 이름을 잘못 붙였죠.


700만 년 전의 일입니다. 아프리카에 어떤 어미 유인원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끼 자매 두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길을 잃었습니다. 두 자매 역시 헤어지고 맙니다. 각기 비슷한 짝을 찾아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두 무리는 영원히 만나지 못했습니다. 한 자매는 침팬지의 조상이 되었고 다른 자매는 사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한 친구들도 몇 년 후에는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합니다. 


같은 배에서 난 형제들도 다른 인생을 살잖아요. 그러니 아주 먼 옛날 같은 조상에서 갈라진 침팬지와 인류가 전혀 다른 진화의 경로를 걸은 것도 별난 일은 아닙니다. 침팬지와 사람은 전혀 다르게 생겼습니다. 


짝을 이루어 후손을 남기지도 못합니다. 두 자매의 후손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침팬지와 사람은 DNA의 98.8%가 같습니다. 단 1.2%의 차이로 어떻게 이렇게 크게 달라졌을까요? 


변한 쪽은 침팬지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500만 년 전의 침팬지나 요즘의 침팬지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걸 생각하면 침팬지와 사람의 공통 조상도 사람보다는 침팬지와 훨씬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습니다. 

500만 년 전부터 혁신 또 혁신
새로운 세상을 찾아 전 세계로 나가는 호모사피엔스 │한겨레

하지만 사람은 급격히 변했습니다. 500만 년 전의 인류와 현생 인류를 비교하면 같은 인류에 속한다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5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이마보다 턱이 훨씬 앞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눈두덩은 두툼했고 턱과 이빨은 컸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이마와 턱이 튀어나온 정도가 같습니다. 턱이 들어갔다기보다는 이마가 튀어나온 것이죠. 그만큼 뇌가 커진 겁니다. 


눈두덩은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밋밋해졌고 턱과 이빨은 아담해졌습니다. 인류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것입니다. 이런 혁신에는 몇 가지 계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계기는 나무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다른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높이 치솟은 열대림의 나무 꼭대기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열대림이 줄어들었습니다. 


열대림의 경계선이 남쪽으로 이동했죠. 원숭이들은 열대림을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그 자리에 남았습니다. 과일이나 따 먹던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땅 위로 내려와 맹수를 피해 다니면서 살아야 했죠. 


열대림을 포기하고 땅에서 걸어 다니면서 발가락의 구조가 바뀌고 척추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맹수에게 쫓기며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무리가 고단한 하루를 지내고 10m가 넘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청했습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라는 속담처럼 실제로 침팬지도 가끔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어느 날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잠결에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땅에 떨어질 때 속도는 시속 60km에 달했습니다. 


당연히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죽을 수밖에 없었죠. 추락과 골절의 흔적이 화석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루시’라고 불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죠. 루시는 25세가량의 여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혁신은 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 어떤 원숭이와 유인원도 불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불이 두려웠을 것입니다. 엄마는 산불 곁에가지 말라고 했을 것입니다. 말을 듣지 않은 아이들은 불에 타 죽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에 익은 고기는 맛있고 소화가 잘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산불에서 얻어온 불을 꺼뜨려도 괜찮았습니다.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거든요. 불을 사용하자 시간과 공간이 늘어났습니다. 


밤에도 화톳불 주위에 모여 지혜를 전수할 수 있었습니다. 유대감도 높아졌죠. 이젠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뇌는 점점 커져서 침팬지의 세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인류의 전 세계 확산 비밀은 조개

세 번째 혁신은 고향을 떠난 것입니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죠. 멀리 떠나기 위해서는 두 발로 꼿꼿이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합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기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완전한 직립보행이 가능했던 초기 호모 속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를 최초로 탈출한 인류의 후보로는 호모에렉투스가 적격이었습니다. 실제로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났습니다.

 

약 20만 년 전에는 아프리카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그런데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직후 기후가 한랭 건조해지면서 아프리카는 살기 좋지 않은 곳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 호모사피엔스만 새로운 세상을 찾아 아프리카를 탈출했습니다. 동네 어른들 말을 듣지 않은 젊은이일 것입니다. 이들의 후손들이 지금 전 지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전 세계로 퍼뜨린 에너지 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으면서 지구 전체로 흩어졌을까요?

비밀은 바로 ‘조개’라고 인류학자들은 말합니다. 사바나 지역에 살던 호모사피엔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어른들 말을 듣지 않고 바닷가로 이동했습니다. 바닷가는 따뜻하거든요. 알고 봤더니 먹을 것도 풍부했습니다. 


조개는 저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조개무지(패총)는 16만 5000년이나 되었습니다. 조개는 모유만큼이나 유서 깊은 음식인 셈입니다. 


아프리카 바닷가에서 조개를 먹던 호모사피엔스 가운데 극히 일부가 다시 어른들 말씀을 듣지 않고 아프리카를 탈출합니다. 약 7만 2000년 전 일입니다.


아프리카를 탈출한 6만 년 동안 인류는 해안선을 따라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조개를 먹으면서요. 이런 행로는 1만 2000년 전 농업이 탄생하기까지 계속됩니다.


 조개는 인류 확산의 원동력이고 농업은 인류 정착의 산물입니다. 그렇다면 바지락칼국수는 인류 확산과 정착의 공통 산물인 셈이네요. 


▶ 또 다른 [이정모의 거의 모든 것의 과학] 보러 가기

<이정모_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칼럼니스트>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