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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법대생의 가죽공방 창업성공기

조회수 2019. 9. 9. 17: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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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앞 상점가 한가운데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만났습니다. 3월 10일 찾은 이대 앞에는 여전히 골목마다 옷 가게와 화장품 가게가 즐비한데요. 그 틈새로 시원한 통유리에 붉은빛이 감도는 나무 벽과 새빨간 차양이 단정하고 산뜻하게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는 'MAUM Handworks'를 소개하겠습니다.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안태용 ‘MAUM Handworks’ 대표 
이대 앞 상점가 가죽공방 ‘MAUM Handworks’를 창업한 안태용 대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 덕에 업종까지 한눈에 보입니다. 형형색색의 가죽 가방과 지갑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쇼룸 안쪽에 자리한 공방에는 재봉질과 풀질을 하는 손길이 바쁜데요. 


옆으로 다가서 보니 ‘MAUM Handworks’라고 적혀 있습니다. 간판을 만드는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급하게 방문한 취재진에게 임시로라도 가게 이름을 소개하고픈 주인장의 마음이다. 고운 가죽 빛깔만큼이나 고운 마음입니다. 


3월 중순 개업을 앞두고 있는 ‘MAUM Handworks(마음 핸드웍스)’의 주인장은 올해 서른두 살의 안태용 씨입니다. 안 대표의 이력이 재밌는데요. 법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어쩌다 가죽공방을 창업하게 되었을까요. 


“대학원 다니면서 환경헌법 프로젝트로 해외에 나갈 일이 몇 번 있었어요. 독일에 콘퍼런스 때문에 갔다가 일 마치고 이탈리아로 개인 여행을 했어요. 그때 우연히 가죽공방을 들렀죠." 

우연히 홀린 가죽공방 '마음 맞춤'제작
가죽공방 ‘MAUM Handworks’

"아담한 가게인데 가죽공예 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인간의 피부와 닮은 가죽의 느낌이 좋았고 냄새와 분위기도 묘하게 끌렸죠. 알고 보니 대를 이어서 가죽공방을 하는 유명한 곳이었어요. 구매한 제품에 이니셜을 새기는 동안 다짐했어요. 한국 가면 배워봐야지.” 라고 말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가죽공방에 재미를 느낀 안 대표는 배우던 공방에서 직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1년간의 실무 체험은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더해줬는데요. 안 대표는 대학원 학업을 마치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2018년도 하반기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고 안 대표의 창업을 향한 발걸음은 빨라졌습니다. 


8월 한 달간 합숙하면서 그는 창업교육을 150시간 들었습니다. “창업 이론부터 브랜딩, 기업가 마인드, 홍보 및 마케팅 전략 등 사업을 하는 데 기초 역량을 다질 수 있었어요.” 

9월에는 3박 4일간 일본의 우수 기업들을 현장 견학했습니다. “100년 된 수제 떡집 등 우수 기업 7, 8군데를 돌았어요. 대형 프랜차이즈 물결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브랜딩을 해 살아남았고 성장했는지 간접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어요.” 


10월 한 달간은 인큐베이팅 기간이었는데요. 점포 운영을 직접 체험하는 것입니다. 사업자등록 및 위생 검사, 허가 등 필수 사항도 청년 상인이 직접 준비해야 합니다. 


“TV 방송에도 나온 대전 중앙시장의 청년몰인 청년구단에 점포를 냈어요. 3평짜리 규모였죠. 야심차게 질 좋은 천연 가죽 제품들을 준비했어요. 근데 별 반응이 없었어요. 이상했죠. 반응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오더라고요. "


"밥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팔찌 같은 상품이 인기가 많았어요. 상권의 특성과 그곳을 찾는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죠. 무엇보다 시장을 찾는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전문가들의 자문이 큰 몫을 하다
임시 간판을 달고 있는 안 대표. 정식 간판으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없다.

“전문가들이 매주 현장을 방문해서 도움을 주셨어요. 일지도 제출하고요. 스파르타식 교육이었죠. 디스플레이 방법도 수정해주고, 설문조사를 해보라는 의견도 주셨어요. 어떻게 팔았는지, 고객들이 뭘 원하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기간으로 생각해보라는 조언도 있었고요.” 


특히 설문조사는 안 대표에게 어떤 제품을 팔아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설문을 해보니 고객들의 취향이 완전히 달랐어요. 인조 가죽이어도 좋고 고퀄이 아니어도 좋다는 거예요.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저렴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안 대표는 제품군 구성과 가격을 크게 낮추는 쪽으로 수정했습니다. 


값비싼 천연 가죽 대신 저렴한 인조 가죽을 다양하게 활용했습니다. 판매와 1일 체험 클래스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여권 케이스, 팔찌, 열쇠고리 등 소비자의 입맛을 맞춰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4주간의 점포 체험을 마치고, 11월부터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청년 상인이 직접 뛰어다녀야 하는데요. 안 대표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무권리, 1층에 10평 규모, 월세 100만~130만 원. 통유리, 사람 많이 다니는 곳’. 석 달간 매일 부동산을 돌아다녔습니다. 


“기존 상권에는 권리금이 몇 천은 붙어 있어요. 서울은 어딜 가나 월세가 200만 원이 훌쩍 넘고요.” 안 대표의 발품과 손품에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의 비용 지원은 큰 힘이 됐습니다. 


안 대표는 창업교육 비용까지 포함해 총 4000만 원을 지원받은 경우인데요. 2년치 월세를 전액 지원하고, 인테리어 비용도 60% 지원해 처음 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상권 특성 맞춰 글로벌 홍보 전략

안 대표는 3월 중순 ‘MAUM Handworks’의 문이 열리고 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적극 활용한 홍보 전략도 세웠습니다. 


영업 비밀을 하나 슬쩍 흘리면, 가죽공예 제작 영상을 대사 없이 보여주고 영어로 짧게 자막을 넣을 예정입니다. 이대 상권이 외국인이 많이 방문한다는 특성에 맞춘 글로벌 전략입니다. 가게 이름과 닮은 공방을 안 대표는 꿈꿉니다.


“선물하려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에 집중하고 싶고, 그것을 담고 싶어요. 주문 제작할 때 인터뷰하듯이 연령대, 생활 습관, 주머니가 많이 필요한지 등 취향을 이야기하면서 제품 곳곳에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 표현하고 싶어요. "


"시간이 흘러도 유행이 지나도 늘 간직하게 되는 제품인 거죠.” 안 대표가 말하는 ‘MAUM Handworks’의 시그니처와도 닮았습니다. 


“상담도 하는 공방이었으면 좋겠어요. 만들고 사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힐링이 되는 공간이요.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에 집중하는 공방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안 대표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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