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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큐피드 손가락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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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예술 사조인 로코코 예술의 발원지는 프랑스였는데 특히 미술 분야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사치스러운 사교 문화와 자유분방한 사생활에 방점을 찍은 로코코미술은 경쾌하고 밝은 색채, 우아하고 세련된 조형미,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성미가 특징인데요.


로코코미술을 빛낸 대표적 화가로는 앙투안 바토(1684~1721), 장 시메옹 샤르댕(1699~1779), 프랑수아 부셰(1703~1770), 장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 등 4명이 꼽히는데 모두 프랑스 화가예요. 이 중에서도 프라고나르는 후기 로코코미술의 절대 강자로 눈부신 업적을 남겼죠. 프라고나르는 귀족들의 취향에 딱 맞는 그림을 그렸어요. 쾌락 지향적인 귀족들의 성향을 반영한 외설적인 장르화와 연애 풍경을 다룬 그림으로 인기를 독차지했죠.


그러나 프라고나르가 처음부터 상류 계층이 선호하는 관능적인 연애 풍경화를 그렸던 것은 아니에요. 프라고나르의 아버지는 장갑을 만들어 파는 상인이었는데요. 가정 형편이 넉넉할 리 없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미술 공부를 시킬 형편이 아니었지만 프라고나르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어요. 바로 타고난 재능이었죠. 재능이 열매를 맺는 데 필수인 집념과 욕망도 대단했습니다.


그는 13세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었어요. 1년 뒤 당대의 유명 화가 샤르댕 화실에 도제로 들어갔는데요. 17세 때에는 자신의 화풍에 큰 영향을 끼친 부셰를 사사(師事)했어요.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했죠. 그 성과는 20세 때 로마대상 수상으로 나타났습니다. 후기 로코코미술 대가(大家)의 자질은 이때 이미 싹텄는데요. 부상(副賞)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떠났어요.


5년간의 유학 생활 동안 이탈리아 르네상스풍의 장엄한 역사화에 매달렸어요. 그러나 역사화는 프라고나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습니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작업 방식까지 까다로웠기 때문이에요. 그는 태생적으로 자유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좋아했는데요. 그림의 주제가 그의 성격과 성향을 닮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폼만 나고 실속이 없는 명예를 거추장스러워했어요. 그보다는 돈이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죠. 우쭐대면서 부와 지위를 과시하고픈 귀족 취향과 찰떡궁합이었는데요. 장식화와 유쾌하고 발랄하고 에로틱한 풍경화와 같은 것 말이에요.


침실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랑싸움

그래서 탄생한 대표적 그림이 ‘그네’(1766~1767)예요. 프라고나르가 35세 때인데요. 몽환적인 분위기의 울창한 숲속에서 남녀 사이에 펼쳐지는 애정 행각을 다룬 그림이죠. 침실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랑싸움을 묘사한 ‘빗장’(1777)과 함께 프라고나르의 양대 걸작이에요. 귀족들의 열성적인 후원 아래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하던 프라고나르도 프랑스대혁명(1789)을 기점으로 화가로서 명성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근대 시민의식의 여명을 알린 프랑스대혁명과 함께 왕족과 귀족들이 주도했던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막을 내렸기 때문이에요.


프라고나르가 ‘그네’를 완성한 1767년 프랑스의 왕은 루이 15세(1710~1774)였어요. 루이15세는 코흘리개 5세 나이에 왕위에 올라 천연두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59년간이나 재위했는데요. ‘그네’가 세상에 나왔을 때 프랑스 사회는 도덕적으로 타락에 찌들어 있었어요. 지배계층인 귀족들은 사치와 향락의 가속페달을 밟고 무한 질주를 계속했습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캔버스에 유화, 81×64cm, 1766~1767, 런던 월리스 컬렉션 소장

출처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그네’는 한눈에 봐도 우아하고 세련된 그림이에요. 화사한 분홍색과 싱그러운 초록색이 빚어내는 감각은 유미주의를 실감 나게 하죠. 그림의 배경은 숲속, 은밀함의 상징인데요. 그네를 타는 미모의 아가씨는 생기발랄하고 장난기가 넘쳐나요. 숲속 덤불 아래에선 잘생긴 남자가 그네 타는 여인의 드레스 속을 몰래 훔쳐보고 있습니다. 장식적이고 유쾌하면서도 에로틱한 그림이죠. 후기 로코코 회화의 정수(精髓)로 평가받기에 모자람이 없어요.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에요. 그림을 찬찬히 뜯어보면 상류 계층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을 고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데요. 가장 우아한 그림을 통해 지배층의 몰락을 재촉하는 위선적이고 문란한 사생활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프라고나르의 후원자인 귀족, 왼쪽 덤불 속에 눕다시피 숨은 남자예요. 남자의 시선은 다분히 관음증적이면서 깜짝 놀란 표정인데요. 오른쪽 아래에 밧줄을 잡고 그네를 밀고 있는 늙은 남자는 차림새로 보아 하인으로 짐작돼요. 하인은 건너편 남자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그네 흔들기에만 열심입니다.


장식성과 예술가의 영혼, 둘 다 만끽

그네를 타고 공중 부양 중인 여자의 모습은 전형적인 로코코 스타일이에요. 유희적인 분홍빛 화려한 드레스에 섬세하게 새겨진 레이스, 고급스러운 모자는 당시에 만연한 사치 풍조를 말해줍니다. 여자는 지금 공중으로 올라가는 탄력을 이용해 하이힐 한쪽을 벗어던지며 바로 아래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요.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에서 장난기와 함께 대담성이 느껴집니다.


위로 올라갔다 내려가는 그네는 밀고 당기는 사랑 게임의 상징이에요. 그러나 두 남녀의 사랑은 불륜인데요. 그것은 화면 왼쪽 가운데의 큐피드 석상이 입증해요. 큐피드는 왼손을 입에 갖다 댄 채 ‘쉿’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요. 몰래 사랑이니 발설하지 말라는 신호죠. 불륜을 암시하는 장치는 또 있어요. 여자가 의도적으로 벗어던진 하이힐입니다. 예부터 하이힐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도구죠.

마지막으로 이 장면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숲속으로 설정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속은 몰래 데이트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에요. 그렇더라도 숲속은 비밀스러운 사생활의 공간은 아니에요. 더구나 바로 뒤 노인의 눈을 속여가면서까지 아슬아슬한 밀회를 즐기는 걸 보면 둘만의 공간에서는 어땠을까요?


예쁘고 흥겨운 그림 같으면서도 당대의 시대상을 풍자적으로 꼬집어 장식성과 예술가의 영혼, 둘 다 만끽할 수 있는 명화입니다.


ⓒ 박인권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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