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면 혼난다" 안내문이 붙여진 가게!

조회수 2021. 4. 27.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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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진짜 파스타' 가게 입구에 붙여진 안내문입니다. 이 식당은 2019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요.

누구보다 앞장서서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까요?

결식아동에 무료 식사 오인태 대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마포구 상수동입니다. 이곳에 2016년 문을 연 이탈리아 식당 ‘진짜파스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선한 영향력 가게 원조’로 불리는데요. 이 식당은 2019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요.

출처: 한겨레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와 식당 내부

2019년 2월경 구청에 갔다가 벽에 붙은 포스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식아동 대상 급식카드인 ‘꿈나무카드’ 포스터였는데요. 당시 이 카드로 지급하는 식대는 한 끼 5,000원이었어요. 물가는 올랐는데 아이들 식대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죠. 게다가 이 카드는 1일 1식만 제공해 평일과 주말, 방학, 명절 등 시기별로 이용 조건도 복잡했습니다. 의미 있는 제도였지만 어딘가 아쉬웠어요. 식당 직원들과 상의한 뒤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는 결정했습니다. ‘얘들아! 밥 한번 편하게 먹자! 우린 그냥 안 받을란다.’

출처: 한겨레
▶진짜파스타 오인태 대표와 식당 내부

“‘눈치 안 주고 편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말해줄 때 보람차죠. 함께 일하는 직원 겸 투자자 친구들이 뜻을 모아 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파스타 입구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가게 들어올 때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뭐든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얘기해줘. 눈치 보면 혼난다!’ 아이들이 움츠러들까 봐 붙여놓았는데요. 진짜파스타 삼촌과 이모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전국 1,900여 곳 사장님들 “우리도 하겠다”

진짜파스타의 선한 영향력은 누리소통망 등을 타고 널리 알려졌어요. 식당, 카페, 학원, 안경점 등 ‘선한 영향력 가게’ 참여 의사를 밝힌 곳만 1,905곳(4월 21일 기준)인데요. 최근엔 언론 인터뷰 소식을 듣고 참여하겠다는 가게가 더욱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의 선순환이죠.


오 대표가 개설한 선한 영향력 가게 누리집에선 전국의 선한 영향력 가게도 검색할 수 있어요. 오 대표는 동행을 신청한 가게 측에 홍보물(스티커, 이미지) 등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오 대표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단, 사장님들께서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도와주길 부탁했는데요. 베풂의 양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오래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을 전했어요.

오 대표는 결식아동 돕기 하나만 하지 않는데요. 그동안 소방관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거나 헌혈증을 가져온 이에게 파스타를 제공하거나 자신의 헌혈증을 기부하는 등 다양한 나눔을 전파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에 누군가의 선한 영향력을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고향이 경기도 파주거든요. 어릴 때만 해도 시골이었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먹을 것도 주고 용돈도 많이 챙겨줬죠. 당시 그 어른들이 보여준 성인의 의무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에게 받았던 것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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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하이커스’ 리더 김강은 씨

쓰레기를 주우며 산에 오릅니다. 이른바 클린 하이킹(Clean Hiking)인데요. 클린 하이커스 리더 김강은 씨는 2018년부터 클린 하이킹 운동을 하고 있어요. 클린 하이커스는 산을 비롯해 자연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뿐만 아니라 제로·레스 웨이스트(Zero/Less Waste), 채식 등 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일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단체예요.


김 씨는 2018년 산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지리산에 올랐는데요.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던 차 ‘그림 같은 장면을 봤으니 맛있는 아침만 먹으면 완벽한 하루겠구나’ 싶었는데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출처: 김강은
▶클린 하이커스 멤버들. 윗줄 가운데가 리더 김강은 씨다.

"장터목대피소 취사장 문을 열었는데 난장판인 거예요. 깨진 술병부터 먹다 버린 음식, 일회용품들…. 국립공원공단 직원이 한숨을 쉬며 치우고 있었죠. 제가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부끄럽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는데 왜 이런 걸까 생각하다가 이날 불편했던 사연을 누리소통망에 올렸어요."


김 씨의 게시물에 많은 이가 공감했어요. ‘모두 느끼는 불편함이라면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누리소통망에 공지를 올렸습니다. “같이 쓰레기 주우러 가실 분을 찾습니다.” 그렇게 2018년 3월 6명이 청계산 앞에 모여 클린 하이커스 활동을 시작했어요.


“7시간 넘게 쓰레기를 주워도 다 주울 수 없다는 사실에 기운 빠져 하산하던 길에 지나가던 아이의 한마디가 귀에 꽂혔어요. ‘아빠 우리도 다음에 봉투 가져와서 쓰레기 줍자!’ 한 명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면 계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레기 주우러 가실 분” 제안에 응답

클린 하이커스는 매달 한 번꼴로 공지가 뜨면 산에 모여 쓰레기를 줍습니다. 현재 오픈 채팅방 기준 회원 수는 약 90여 명인데요. 최근엔 일상 속 환경보호 실천 활동으로 ‘채식하루’ 등도 함께 운영 중이에요.


'올라갈 땐 가볍게 내려올 땐 무겁게.’ 클린 하이커스의 슬로건입니다. 클린 하이킹을 할 땐 짐을 최대한 가볍게 챙겨가는 게 규칙이에요. 도시락 등을 준비할 경우 다회용기와 텀블러 사용하기 등도 실천합니다. 모아 온 쓰레기로 즉석에서 간단한 작품을 만드는 등 정크아트(junk art) 활동을 하기도 해요.

출처: 김강은
▶클린 하이커스 멤버들이 쓰레기로 완성한 정크 아트

클린 하이킹을 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도 하나둘씩 쌓였어요.


“우리끼리 ‘우리 유물 발굴단이야?’ 농담도 해요. 한번은 오래된 라면 봉지가 나와서 추적 조사를 해봤어요. 70년대 나온 라면이더라고요. 쓰레기가 50년이 지나도 안 썩는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속옷, 신발, 구두 등 정말 다양한 쓰레기가 나와요.”

김 씨가 생각하는 선한 영향력은 뭘까?

출처: 김강은
▶클린 하이커스 멤버들이 산에서 쓰레기를 줍는 모습

“완전하고 완벽한 실천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며 계속 실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흔적을 남기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단순히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적극적으로 줍고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다른 이들도 이 일에 동참하도록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내자는 뜻이죠. ‘녹색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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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우에 머리카락 기부 구단희 양

암으로 고통받는 친구들한테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었어요

경기도 화성시 동탄 푸른초등학교에 다니는 구단희(11) 양은 1월 미용실을 찾아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허리까지 기른 단희 양의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됐는데요. 단희 양이 머리카락을 길렀던 건 엄마 영향이 컸어요.


삼성디스플레이 재료연구팀에서 일하는 단희 양의 엄마 김미숙 씨는 2019년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듣고 병원 검진을 받았는데요. 유방암이었습니다. 그해 10월께 급히 수술을 받은 뒤 항암 치료를 했죠.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졌습니다.

출처: 구단희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구단희 양. 왼쪽 사진은 머리카락을 기르던 중(왼쪽), 오른쪽 사진은 머리카락을 자른 뒤 찍은 것이다.

“가발을 맞추려고 비용을 알아봤는데 인모 가발 가격이 상당히 비싸더라고요. 그러던 중 소아암 환우에게 머리카락 나눔 운동을 하는 ‘어머나운동본부’를 알게 됐어요. 곁에 있던 단희가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엄마는 치료를 하면서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 또래 친구들한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참 기특했죠."


어머나운동은 ‘어린 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줄임말로 일반인들의 머리카락을 기부받아 어린이용 항암 가발을 제작하고 소아암 어린이에게 무료로 전달하는 기부 운동입니다. 기부를 하려면 머리카락을 25cm 이상 길러야 하는데요. 말은 쉽지만 어린이들이 허리에 닿을 정도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여름철엔 땀이 나니까 힘들었어요. 머리 감고 말리는 일도 쉽지 않았고요. 기부 받을 친구를 생각하며 견뎠어요. 친구들 아픈 거 생각하면 제가 몇 달 힘든 건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단희 양의 머리카락 기부는 엄마 김 씨가 다니는 회사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건강을 많이 회복한 뒤 2020년 8월 복직한 김 씨는 회사에서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임직원 대상 머리카락 기부 활동을 하고 어머나운동본부 측에 기부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머리카락 기부에 참여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임직원 중엔 엄마와 딸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러 사람이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희 양의 모발 기부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김 씨가 소아암 환우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른들도 고통스러워하는 항암 치료를 견디고 있는 어린 환우들에게 아낌없는 용기와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제가 건강을 회복하고 복직한 것처럼 어린 환우들도 곧 일상생활을 누리며 뛰어놀 날이 올 겁니다. 선한 영향력이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발걸음 아닐까요. ‘나 아니어도 돼’가 아닌 ‘나라도 해야’ 하는 생각이 뭉쳐면 영향력이 커진다고 생각해요.”


단희 양은 머리카락 기부를 또 할 계획이에요. “너무 뿌듯했어요. 지금은 단발이 됐는데 또 길러서 기부하고 싶어요.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다른 활동도 찾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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