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살이'에 지쳤다면, 여기로 오세요!

조회수 2021. 5. 28. 13: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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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부담과 경쟁 문화 등 '도시살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많은데요. 이런 청년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청년마을'입니다. 청년마을은 지역의 청년 유출 방지와 도시 청년 유입을 위해 거주와 창업 공간을 지원, 청년의 지역 정착을 돕는 사업인데요.
‘괜찮아마을’, ‘삶기술학교’, '달빛탐사대’까지! 청년마을의 이야기, 공감과 함께 들어볼까요?

출처: 삶기술학교

▶서광장여관이 청년주거공간으로 재탄생함을 축하하기 위해 충남 서천군 한산면 주민들과 삶기술학교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년, 마을을 바꾸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25~34세 청년층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아요. 한데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아 보이는데요. 취업도 어렵고, 겨우 직장을 구해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이 많죠. 이른바 ‘도시살이’에 필요한 생활비 부담과 함께 과도한 경쟁 문화가 주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에요.

삶기술학교

자립하기 위한 ‘삶’과 ‘일’을 실험하다

추의령(26) 씨는 보통 청년과 달리 지역에 터를 잡았습니다.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이 마을에서 6월에 마을카페를 열 계획인데요. 대구 출신인 그가 서천에 온 건 2년 전이에요. 이곳에 있는 ‘삶기술학교’에 입학해보라는 언니의 권유가 계기였죠.  
삶기술학교는 도시 청년들이 지역에 살아보며 자신의 ‘삶 기술’과 마을의 ‘자원 기술’을 교환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자립 공동체입니다. 2016년 한산모시문화제 청년문화기획단으로 활동하며 서천군과 연을 맺은 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였던 기업 ‘자이엔트’가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이하 청년마을)에 선정되며 학교를 열었는데요.  
청년마을은 지역의 청년 유출 방지와 도시 청년 유입을 위해 거주와 창업 공간을 지원, 청년의 지역 정착을 돕는 사업이에요. 2018년 전라남도 목포시에 ‘괜찮아마을’, 2019년 충청남도 서천군에 ‘삶기술학교’, 2020년 경상북도 문경시에 ‘달빛탐사대’를 운영 중입니다.

출처: 삶기술학교

▶삶기술학교를 통해 서천군 한산면에 마을카페를 준비 중인 추의령 씨

그간 세 곳에서 이뤄낸 변화는 놀라운데요. 청년들은 지역 유휴 공간을 공동체(커뮤니티)이자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에서 특색 있는 일을 펼쳤어요. 삶기술학교의 경우 서천군과 함께 지역에 오랜 시간 방치됐던 서광장여관을 매입해 호텔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지역 특산물이 청년들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되는 등 지역 상생 방안이 나오기도 했죠.  
소곡주의 매력에 빠진 청년들은 포장 용기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온라인 유통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요. 삶기술학교 삶지니(삶기술자) 3기 출신으로 현재 삶코치로 활동 중인 추 씨가 개발한 ‘모시 라테’ ‘모시 크림 브륄레’ 역시 한산 특산품인 모시를 활용한 것인데요. 한편 청년들은 지역내 한산초에서 방과후 돌봄 강사로 활동하기도 해요.

출처: 삶기술학교

▶삶기술학교 삶코치로 활동중인 추의령 씨는 마을카페를 열어 커피뿐 아니라 ‘모시 라테’ ‘모시 크림 브륄레’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청년들이 지역에 터를 잡는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적합한 지역 유휴 공간을 알아보느라 발품을 팔았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며 학교의 취지를 설명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죠. 더불어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과 외부 청년 단체와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가운데 한산의 다양한 자원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하나둘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유휴 공간 열여섯 곳을 새롭게 탈바꿈했고 “이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청년도 늘었어요. 2019년~2021년 1월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는 300여 건, 활동·정착 인원 63명 가운데 이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긴 청년이 3분의 1을 웃돌아요.  
“학교를 지속할 수 있었던 데는 민관협력이 잘됐다는 점도 있어요. ‘청년들이 오니 마을에 활기가 돈다’며 지역 주민들도 많이 호응해주셨고요.” 삶기술학교 공동체장 김혜진 씨의 이야기입니다. 2021년 삶기술학교는 프로젝트를 창업으로 이끈 팀들이 커뮤니티 벤처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 자원들과 여러 사업을 연계할 계획이에요.

괜찮아마을

‘실패해도 괜찮은’ 고향을 선물하다

‘공장공장’ 홍동우 대표는 과거 여행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요즘 청년이 많이 지쳐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요. 흔한 농담처럼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팍팍한 도시의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부모 세대들은 힘들 때 돌아갈 고향이 있었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청년들에겐 힘들 때 포근하게 안아줄 고향, 공동체가 없더군요. 이들에게 어려움을 함께 나눌 사람, 기대어 쉴 수 있는 고향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실패해도 괜찮아.” 전라남도 목포 ‘괜찮아마을’은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고향 같은 곳이에요. 지친 청년들이 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실패해도 괜찮은 실험 공간을 만들어보기로 하던 차, 알고 지내던 한 시인이 목포 ‘우진장’이라는 빈 여관 건물을 20년 무상 임대해주겠다고 제안했죠. 이 사례가 알려지면서 “내가 빈집을 사들여 제공할 테니 써보면 어떠냐”며 이른바 ‘사회적 투자’를 제안한 시민들도 나왔어요. 2018년에는 청년마을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1~2기 총 60명이 6주간 마을에서 지냈고 이 가운데 절반이 이곳에 남았어요.

출처: 괜찮아마을

▶‘괜찮아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마을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생활공동체를 통해 식비 등 생활비가 줄어드니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작곡에 조예가 깊은 청년이 특강을 열면 관심 있는 청년들이 이를 배우러 옵니다.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거죠. 한발 더 나아가 이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탐색할 수도 있어요.”  
괜찮아마을을 통해 정착한 청년들은 지역에서 스타트업, 식당 운영을 비롯해 영상 제작, 출판 등 다양한 일을 합니다. 청년들 덕분에 이 지역에 없던 영상 제작, 출판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요.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은 각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청년들에게 주문 의뢰를 하기도 해요.  
“청년들에게 ‘이 동네에는 이런 자원이 풍부하니 여기서 이걸로 성공시켜 봐’라는 식의 접근법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냉장고에 맥주 쟁여놓고 치킨 나눠 먹으면서 함께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됐어요. 강요해서 된 게 아니죠.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지역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생긴 겁니다. 청년들에게 객체나 수단이 아닌 주체가 되어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꾸며보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괜찮아마을

▶‘괜찮아마을’에 온 청년들은 함께 놀고 요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해나간다.

달빛탐사대

유턴 청년과 도시 청년이 함께하다

경상북도 문경 ‘달빛탐사대’는 문경 출신이었다가 도시를 경험하고 다시 이 지역으로 오는 ‘유턴’ 청년들과 타 도시에서 이곳으로 온 청년들이 함께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문경청년협의체인 ‘가치살자’에서 기획·운영하는 달빛탐사대는 외식업, 식품, 디자인, 로컬 상품 개발 등 4개 분야 사업체가 주축이 되어 지역에 대한 이해, 멘토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을 진행해요. 2020년 80명을 모집해 현재까지 활동하는 이는 총 31명입니다.

출처: 달빛탐사대

▶‘달빛탐사대’ 대원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주재훈(35) 대표가 달빛탐사대를 운영한 이유는 개인적인 계기도 있었는데요. 문경에서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어느 날,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원생을 모집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가족 모두 상실감이 컸어요.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유턴 청년들은 지역이 낯설지 않겠지만 한편으론 ‘도시에서 성공도 못 하고 돌아왔다’는 시선 때문에 움츠러들기 쉽죠. 반면 도시 출신 청년들은 지역의 특수한 분위기와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양쪽이 서로 돕고 버팀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20년 달빛탐사대는 청년들이 자신이 꿈꾸는 아이템을 발굴하고 이를 실험해보도록 도왔다면, 2021년에는 ‘유기농 아웃도어 라이프’라는 콘셉트로 지역 내에서 창업하거나 본격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청년이 만드는 ‘취향 공동체’로 지역 시대 열어요”

행정안전부는 청년마을을 3년 동안 운영한 결과 등을 반영해 2021년에는 총 12곳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시키기로 하고, 현재 심사 중이에요. 2021년부터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한 창업 교육, 학점 인정 등을 통해 더 많은 도시 청년이 지역에서 다양한 기회를 찾고 정착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인데요. 행안부 황석연 서기관에게 청년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Q. 사업 취지를 소개한다면요?A. 수도권 인구 비중은 심하게 높은데 지역은 빈사 상태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청년과 지역 모두 잘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예요.
이 사업의 핵심은 청년의 시각으로 지역을 재설계하는 데 있는데요. 각기 다양한 개성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청년들이 지역을 특색 있게 만드는, 이른바 ‘청년이 만드는 지역 시대’를 연다는 의미가 큽니다.

Q. 3곳 운영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A. 독특하고 개성 있는 청년들이 지역에 유입됐다는 게 눈에 띄는데요. 도쿄에서 미술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청년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도시가 아닌 지역의 빈 공간에 갤러리를 열었어요. 그런데 찾아가보면 없을 때가 많죠. 지방자치단체 의뢰로 시골 학교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러 간 거예요.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이 그림을 배우러 오기도 하는데요.
서천에선 청년들이 만든 소곡주 포장 용기 디자인 덕에 판매량이 늘고 있어요. 사실 소곡주를 만들 줄만 알았지 요즘 유행에 맞춰 팔 줄은 몰랐던 주민들은 수입이 늘고 청년은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서 양쪽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 됐죠. 이런 식의 놀라운 변화들이 나타나는 중입니다.

Q. 다른 청년 지원 사업과 차별점이 있다면요?A. 청년 공동체를 만든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예를 들어 도시 청년한테 매달 100만 원을 지원할 테니 지역에서 혼자 살아보라고 하면 버티기 힘들 거예요. 이 사업은 지역에서 청년이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되 혼자가 아닌 여럿이 경험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함께하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죠. 그 후엔 기존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연결해주는 거예요. 이를 통해 청년들이 노하우를 익히고 자립하면 시장에 진입해 민간과 경쟁할 날도 올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해 도시와 지역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차이를 따지는 게 의미 없어졌어요. 반면 생활비 등은 도시가 지역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죠. 지역에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재미있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Q. 앞으로 전망은요?A. 그동안 3곳이 워낙 운영을 잘했어요. 이번에 지원하는 12곳은 이른바 ‘취향 공동체’로 각기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나중엔 이 마을이 하나의 연결망(네트워크)을 이루길 바랍니다. 도시 청년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각자 비빌 언덕의 씨를 뿌리고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무실과 생활 거점을 지역에 두면서 도시와 해외 소비자와 거래하는 등의 지역 청년 생태계가 형성됐으면 해요. 그렇게 되면 스위스 브베에서 시작한 네슬레, 미국 포틀랜드 자연에서 시작한 컬럼비아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도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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